통상 아카데미

글로벌 브리튼(Global Britain)을 위해
EU 밖으로 나온 영국

강유덕 한국외대 Language and Trade 학부 교수

영국은 세계 5위의 경제규모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만 달러가 넘는 전형적인 선진국이다. 공식 국호인 ‘그레이트 브리튼과 북아일랜드 연합왕국(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에서 알 수 있듯이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4개 국가로 이뤄진 연합왕국이다. 흔히 영국과 잉글랜드를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수도 런던이 위치한 잉글랜드가 총 생산과 인구의 8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거래 규모 세계 1 위
2020년 1월 유럽연합(EU) 공식 탈퇴

지난 수년간 외신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일 이슈는 브렉시트(Brexit)다. 영국은 2016년 6월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했다. 이후 수년간 협상을 거쳐 2020년 1월 말에 EU를 공식적으로 탈퇴했다. 브렉시트 결정 직전 영국의 경제상황은 양호했다. 유로존이 경기침체에 빠졌던 2012~2013년에도 영국 경제는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 확장세를 보였다.1) 영국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내수 중심의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총 무역에서 EU 역내 국가와의 무역 비중이 49%(2016년 기준) 정도로 EU 평균(64%)에 비해 낮은 편이다. 또한 금융 등 서비스산업 비중이 높은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런던은 전 세계 외환거래의 37%(1위), 장외파생상품 거래의 29%(2위)가 이뤄지는 곳으로 뉴욕과 함께 글로벌 금융의 2대 중심지다.
많은 연구기관은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경고했지만 다행히 브렉시트 결정 이후 영국 경제에 특별한 위협요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2016~2019년 연평균 GDP 성장률은 1.5%로 다소 낮아졌지만 내수 중심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무엇보다 2019년 실업률은 3.7~3.8%로 197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실업률을 기록 중이다. 브렉시트로 영국의 제조업 생산시설(예: 자동차)과 금융기관이 유럽 대륙으로 이전하는 사례가 있다. 그러나 거시경제 측면에서 실업률에 영향을 줄 수준은 아니다. EU와의 브렉시트 협상은 사실상 현재도 진행 중이다. 무역·투자 관련 분야는 협상이 마무리됐지만, 다양한 분야에서의 영국·EU 협력관계를 재정비 중이기 때문이다.

사업환경지수 세계 2 위
브렉시트 이후 67개국 36개 무역협정 체결 및 발효

영국의 비즈니스 환경은 양호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세계은행이 발표하는 사업환경지수(Doing Business)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유럽 국가 중 덴마크에 이어 2위다. 외국인투자에 대한 규제는 서유럽 국가 중 낮은 편에 속하며, 정치·사법·사회적 거버넌스도 안정적이다. 브렉시트 결정 직후 국제무역부(DIT; Department for International Trade)가 창설됐고, EU의 자유무역협정(FTA) 상대국과 무역협상을 시작했다. 그 결과 올해 7월까지 67개국과 36개 무역협정을 체결, 발효했다. 또한 2020년 5월부터는 미국과 FTA 협상을 시작했고, 최근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포괄적·점진적 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공식적으로 가입을 신청했다. 이러한 노력이 어떠한 열매를 맺을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다. 불과 2~3년 동안 30여 개가 넘는 무역협정을 성공적으로 체결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영국의 총 무역 중 절반은 여전히 EU 회원국과 이뤄진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영국·EU 관계의 운영은 영국 내 무역·투자 활성화를 위해 필수적이다.

한국의 대(對)영국 교역 규모 수출 44 억 7,000 만 달러 수입 43 억 7,000 만 달러 (2020년 기준
2021년 1월 한·영 FTA 발효

2020년 대(對)영국 무역은 수출이 44억7,000만 달러, 수입은 43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EU FTA 발효 이전 대(對)영국 무역은 2004~2008년 연평균 24억3,000만 달러의 안정적인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에 최근 10여 년간 대(對)영국 무역은 외견상 연도별 등락폭이 심하다. 2020년의 수출 감소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큰데, 2021년에는 수출과 수입이 모두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 수출품목은 자동차 및 부품, 선박, 무선통신기기, 항공기 부품 등인데, 특히 자동차는 2020년 전체 수출의 32%를 차지했다. 2017년 대(對)영국 수출은 81억2,000만 달러로 최고 수준을 기록했는데, 당시 선박 수출만 34억9,000만 달러에 달해 전체 수출의 43%를 차지한 바 있다. 한국과 영국은 2016년 12월에 한·영 FTA 체결을 위한 비공식 협의를 시작했다. 이후 2019년에 협상 타결, 협정문 서명 및 국회 비준을 마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다. 한·영 FTA는 서명 당시 발효 8년 차였던 한·EU FTA의 양허 수준에 맞춰 작성됐고, 한·EU FTA와 양립성에 중점을 두었다.

백신 접종률 74.3 % (2021년 10월 기준)
코로나19 공존을 위한 선제적 조치 추진 중

영국은 코로나19 사태로 유럽 국가 중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2021년 10월 말 기준 영국의 확진자 수는 873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3.8%, 사망자 수는 13만9,000명에 이른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는 코로나19 초기 영국 정부의 미온적 대응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영국 정부 또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했고, 그 결과 2020년 영국의 GDP는 10% 가까이 감소했다. 2020년 한 해 동안의 역성장이 총생산을 일거에 5년 전 수준으로 후퇴시킨 것이다. 그러나 영국은 2020년 12월부터 코로나19 백신접종을 시작했고, 10월 30일 현재 74.3% 인구가 최소 1차 접종을 완료한 상태다. 영국 정부는 올해 7월부터 방역 지침을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집합제한, 입국금지 등의 조치를 완화했다. 영국 정부의 선제적인 조치에 대해 많은 국가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고 지켜보고 있다. 영국의 대응은 코로나와 공존을 모색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에게 여러 측면에서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연방 52 개국
52개 영연방의 중심국

영국은 과거에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지칭될 만큼 역사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졌던 국가다. 오늘날 많은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의회 민주주의와 시장제도, 사법체계 중 상당부분은 영국에서 완성됐고, 세계 공용어(lingua franca)로서 영어의 입지는 독보적이다. 과거에 비해 국력이 축소된 것은 사실이지만, 영국은 유엔(UN) 상임이사국이자 G7의 일원이며, 52개국으로 구성된 영연방의 중심국이다. 2020년 1월 EU를 공식 탈퇴했지만 47년간 EU 회원국으로서 유럽의 외교안보·통상정책을 주도했다. 포스트 브렉시트 시대에도 영국은 마치 EU의 단일시장에 잔류하는 듯한 규제환경을 형성하는 데 초점을 둘 가능성이 높다. 또한 영국은 역외 국가들과의 관계구축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목말라 있는 상황이다. CPTPP 가입 신청이 단적인 예다. 현재 진행되는 경제질서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對)영국 관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현지인터뷰
정윤서 영국 런던무역관 부장
Q 영국 진출 기업이 꼭 알아야 할 현지 관행이나 주의사항을 소개해주세요.

A 영국은 상당히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살고 있는 나라라서 비즈니스맨의 출신 국가 및 문화적 배경에 따라 성향이 다양하므로 비즈니스에서도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규정의 투명성 등을 고려할 때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가진 나라가 틀림없지만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가 높고 보수적인 소비 성향이 커 신규 브랜드의 진입장벽이 높은 나라이기도 하다. 또한 일상생활에서의 영국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 주기를 싫어하고, 배려와 양보가 몸에 배어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에서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강한 요구를 할 때도 있고, 관심 없는 제품에는 아예 피드백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Q 영국에서 현재 가장 인기 있는 한국 제품이나 진출 유망 산업군을 소개해주세요.

A 최근 영국의 주요 관심사는 탄소중립과 친환경이다. 탄소중립과 관련해 영국은 교통·운송 부문에서는 전기자동차산업, 전력생산 부문에서는 해상풍력산업, 저탄소 에너지산업 부문에서는 수소 생산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향후 관련 산업의 성장세가 예상되며 이 같은 트렌드에 따라 우리나라 전기자동차도 수출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특히 친환경은 소비재산업 전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동물성 성분이 없는 화장품, 비건 식품 등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의 화장품은 영국 수출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이 같은 증가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건, 탈플라스틱 등과 같은 현지 소비 트렌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 에티켓
영국의 비즈니스 에티켓 이것만은 꼭 알아두세요

영국 비즈니스맨에 대한 고정관념 버리기
영국 비즈니스맨은 미팅 시 격식을 갖추는 것을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중요 행사 때는 맞는 말이지만 일상적인 비즈니스 미팅에서는 의외로 캐주얼하고 편안함을 추구하는 사람이 많다.

스몰토크로 시작하기
스몰토크는 영국인의 특징 중 하나다. 영국인은 직설적인 것을 꺼리는 편이므로 미팅 시작하자마자 본론으로 들어갈 경우 다소 어색한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미팅을 시작할 때는 스몰토크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상담 시 시연할 샘플 준비
세일즈 출장 시 기계 및 도구의 경우는 제품 성능을 시현하기 위해(핸드 캐리가 가능할 경우) 샘플을 지참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세일즈 출장 이전에 영국 현지 바이어들이 원하는 모델, 제품군을 파악해 미팅 전 샘플군을 구성한다면 성공적인 세일즈 출장이 될 수 있다.

신분에 따른 호칭이 중요
영국에서는 신분에 따른 호칭을 제대로 부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영국인들 사이에서는 주로 이름을 부르지만, 처음부터 이름을 부르면 큰 실례이므로 상대방이 이름을 부르자는 제안을 해올 때까지 기다린다. 비즈니스 시에는 대부분 명함에 표기되어 있는 대로 부르는 것이 좋다.

1) 유로존은 EU 회원국 중단일통화인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을 지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