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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 新질서 ‘탄소 중립’에 기후 테크 성장 가속 무탄소 에너지 확대 위해 CCS<탄소 포집 저장> 산업 육성에 팔 걷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5월 22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1차 에너지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탄소 배출 목표 달성을 위해 주요 공급 업체에 2030년까지 100% 무탄소 전기를 사용하도록 요구하겠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5월 15일(현지시각) 발표한 지속 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데이터센터 건설 붐으로 2020년 이후 총탄소 배출량이 29.1% 늘었다”면서 밝힌 내용이다. MS는 무탄소 전기 범위를 신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전, 바이오매스, 수소, 지열, 탄소 포집 저장(CCS) 등으로 규정했다. 기후 테크를 대표하는 기술로, MS의 데이터센터에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MS 요구를 맞춰 기후 테크를 적극 활용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169억달러였던 기후 테크 산업 규모는 2032년에는 148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후 테크 산업은 민간 차원에서 성장을 견인 중으로, 벤처캐피털 중심으로 투자가 진행 중이다. 현재 에너지(클린), 탄소 포집‧산업‧물류(카본), 환경(에코), 농식품(푸드), 관측‧기후적응(지오) 등에 투자되고 있다. 기후 테크 투자금 증가에 따라 2022년 전 세계기후 테크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은 총 83개 사이며 이들 기업의 총가치는약 1800억달러로 평가받고 있다.






지구 기온을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노력하는 데 합의한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 이후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넷제로’는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로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140개 국가가 목표 시점은 일부 다르지만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당근과 채찍을 동원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전기차·배터리·청정에너지 등 기후변화 대응 산업에 3690억달러를 투입한다. 동시에 미국판 탄소국경제도(CBAM)로 불리는 ‘청정경쟁법(CCA)’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철강·시멘트·알루미늄·수소·전력·비료등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를시범 운영을 거쳐 2026년 1월부터 시행한다. 브렉시트(Brexit)로 EU를 떠난 영국도 2027년 1월부터 CBAM을 시행한다. 기업들도 MS처럼 자체 탄소 중립 로드맵을 구축하고, 친환경 경영으로 전환하며 탄소 중립 시대 경쟁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 전 세계 기상 이변과 탄소 중립의 역사

자료_‘통상’ 정리



이런 기류 속에서 탄소 감축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혁신 기술, 즉 기후 테크가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EU, 미국, 중국 등 주요국들은 이미 기후 테크 분야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홀론아이큐에 따르면, 전 세계 기후 테크 투자 규모는 2020년 226억달러에서 2022년 701억달러로 2년 새 210.2% 급증했다. 특히 기후 테크 가운데 온난화 주범인 탄소를 줄이거나 제거하는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CCUS는 대기중으로 배출됐거나 배출되기 전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심해나 땅속에 묻는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과 포집한 탄소를 재활용해 연료나 다양한 소재로 활용하는 화학물질 등으로 만드는 탄소 포집·활용(CCU) 기술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CCS 등은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탄소 중립을 위한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CCS 기술 등을 온실가스감축을 위해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필수 기술로 언급했으며, 국제에너지기구도 ‘2070 글로벌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서 CCS 기술 기여도를 총감축량의 15% 수준을 차지하는 핵심 기술로 평가했다. 시장조사 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30억달러에 달했던 글로벌 CCUS 시장 규모는 2032년 103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는 원전·재생·수소 등 무탄소 에너지로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CCS 산업 육성 등을 중점 추진하기로 했다. 5월 22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31차 에너지위원회에서 CCS 산업 육성 전략 등을 논의했다. 포집-수송-저장 전 주기상 11대 핵심 기술을 국가 전략 기술로 지정하고, 2030년CCS 상용화를 목표로 대규모 연구개발(R&D) 사업을 지원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또 CCS 초기 시장 창출을 위해 동해·서해, 폐광 지역에 대규모탐사·시추·실증을 추진하고, CCS 생태계 조성을 위해 승인, CCUS법 후속 시행령을 마련하고 중장기 육성 전략을 담은 기본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안덕근 장관은 “화력발전 시대에 만들어진 전력 시장 제도를 재생 확대 등 미래의 발전 믹스에 맞게 선진화하며, 탄소 중립의 중요한 수단인 CCS기술을 조기 상용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