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기

2020년 무역 환경 전망은?

세계 통상 질서가 개편되고 있다

정리 김정윤 기자 사진 박충렬

2019년 한 해 동안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의 확산과 미·중 무역 분쟁 등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대한민국 수출의 ‘마이너스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2020년에는 대한민국을 둘러싼 무역 환경이 어떻게 펼쳐질지 국제 통상 분야의 세 전문가에게 고견을 청했다.

좌측부터 권용우 수석부.b_sub3(법무법인 율촌) / 최영준 교수(경희대학교 무역학과) / 강선주 교수(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영국과 EU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
  • 강인수 교수

    영국과 EU의 FTA 협상을 위한 시간이 짧기 때문에 ‘노딜 브렉시트’가 될 확률이 높다.

  • 권용우 부장

    영국과 EU 시장이 분리된다면 그동안 환율 차이로 가격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상황이 나아질 수도 있다.

  • 조동희 위원

    경제적으로 가장 깊숙이 연결된 영국과 EU가 몇 개월 안에 깊은 수준의 협상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1월 31일 영국의 브렉시트가 완전히 통과됐다. 영국과 EU의 협상이 올해 안에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강인수 교수

1월 31일 영국의 브렉시트가 결정되었고 올해 12월 31일까지 준비 기간을 가지게 된다. 어떻게 나갈 것인지 조건을 양측이 합의하는 기간이다.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면 개별적으로 EU와 FTA 협상을 해야 한다. 보통 국가 간 FTA가 체결되려면 적어도 2년은 협상을 해야 하는데, 지금 남은 11개월은 상당히 짧은 기간이다.
난민 문제를 포함해 여러 가지 쟁점이 많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합의될 것인지 많은 사람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합의가 제대로 안 되면 ‘노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 즉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냥 영국이 EU를 빠져나가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최종적 합의 조건은 1년 동안 지켜봐야 하겠지만, 생각만큼 순탄할 것 같지는 않다.

권용우 부장

㈜삼양옵틱스는 사진 및 영상 카메라용 교환렌즈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으로, 연간 수출액이 5,200만 달러 규모다. 이 중 유럽에 2,100만 달러 규모의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2016년부터 브렉시트가 논란이 되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된 측면이 많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경제 상황이 불확실하니 생필품 이외에 취미 관련 제품은 구매 자체를 미루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면서 기업들은 어려움이 많았고, 매번 된다고 하는데 안 된 게 몇 년째였다.
수출 기업 입장에서 가장 염려되는 것이 환율이다. 영국은 EU 내에서도 특이하게 파운드화를 고수하는 나라였다. 유럽은 경제공동체이기 때문에 제품을 수출할 때도 국가별로 같은 가격에 납품해야 하는데, 파운드화와 유로화의 환율 차이 때문에 영국만 가격이 비싸지는 상황이 생겨 영국에 납품한 제품의 가격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영국과 EU의 시장이 분리된다면 오히려 가격 컨트롤이 쉬워지는 장점이 있다.

조동희 위원

지금 존재하는 통합된 시장경제 가운데 EU가 경제적으로 가장 깊이 통합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 관계를 협상할 때 훨씬 많은 과정이 있어야 하고, 굉장히 높은 수준의 FTA가 타결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기존의 예상과 달리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의 FTA가 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첫 번째 원인은 기간이 너무 짧다는 점이다. 평범한 FTA도 협상하는 데 2년이 걸린다. 그 전에 새로운 단계를 위한 협상 타결뿐 아니라 비준까지 거쳐야 한다. 상반기에 협상을 타결하고 각자 국내 비준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남은 시간이 부족할 것이다. EU 내에서도 의견이 완전히 조율되지 않은 상태에서 몇 개월 안에 깊은 수준의 협상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EU 내 정치·경제적 통합은 심화할 것
  • 강인수 교수

    U 도미노 탈퇴 현상이 번질 것 같지는 않으며, 유럽은 더 이상 미국에 끌려다니지 않을 것이다.

  • 조동희 위원

    영국 탈퇴로 EU는 오히려 더 깊은 수준의 통합도 가능할 듯.

  • 권용우부장

    EU 경제 통합의 장점 중에는 기업 입장에서 유리한 점이 많다.

브렉시트 이후 EU의 경제정책을 어떻게 예견하는가?
강인수 교수

2016년 영국이 처음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실시했을 때 유행처럼 여러 국가에서 ‘EXIT’ 논의가 있었는데 요즘은 쏙 들어갔다. 그 이유는 영국이 여러 대가를 치를 거라는 이야기가 많이 퍼졌기 때문인데, 실제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EU 입장에서는 영국에 많은 것을 양보해 붙잡아두는 게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물론 영국을 끌어안고 이 체제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영국의 요구를 다 수용하는 것보다는 비용을 치르더라도 EU 탈퇴의 선례가 좋지 않다는 본보기를 보여주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내 생각엔 우려한 것보다는 도미노 탈퇴 현상이 유행처럼 번질 것 같지 않다.
한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의 차세대 리더이자 글로벌 리더로 부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에서도 대립각을 세울 때가 많다. 판을 완전히 엎기는 어렵겠지만,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일방주의 정책에 유럽에서 거부감을 많이 가지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한 인터뷰에서 미국이 유럽을 생각하는 게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다. 오바마 정부 때도 미국의 화두는 ‘아시아로의 회귀’였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 심리가 커졌기 때문에 메르켈은 미국이 생각하는 유럽의 중요도가 예전보다 줄어들었다고 생각한다. 미국 입장이 이런 상황에서 EU는 미국에 끌려다닐 이유가 없다. 유럽과 중국은 이미 글로벌 밸류 체인(Global Value Chain)이 구축돼 있어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다는 것이 메르켈의 입장이다. 프랑스도 거기서 크게 벗어날 것 같지 않다.

조동희 위원

처음엔 EU 내에서 서로 나가겠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영국의 탈퇴 절차를 보면서 그런 위험은 해소됐다. 지금은 경제적 면이 부각되지만, 애초에 유럽 통합은 정치적 목적으로 추진됐다. 우리도 전쟁을 방지하면 미국처럼 잘살 수 있겠다 싶었던 독일과 프랑스 외 6개국이 점차 통합 분야를 넓혀간 것이다. 이후 경제적으로 통합되어 있으면 그만큼 전쟁 위험성이 낮아진다고 판단해 경제적 통합도 점차 심화해나갔다.
하지만 영국은 처음부터 경제적 목적으로 EU에 합류했다. 전쟁 당시도 독일이나 프랑스만큼 피해를 많이 보지 않았고, 평화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적다고 판단했다. EU의 경제적 통합의 시초는 석탄과 철강 공동체였는데, 영국은 처음에 가입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생각보다 통합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크다고 생각해 1970년대에 유럽 경제공동체에 합류한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정치적 통합을 더욱 심화하려고 했으나, 영국은 시장 통합에만 한정 짓고 싶어 했다. 그런 영국이 EU를 빠져나가면서 더 깊은 수준의 통합에 걸림돌이 되었던 요소가 오히려 제거된 면도 있어 EU 통합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권용우 부장

EU 경제공동체 내에서 영국은 예외적 경우였고, 우리 회사의 거래처에도 영국은 아예 다르다. 통화와 도량도 다른 EU 국가와 다르고, 생각도 유럽 내륙 국가와 다른 출발점을 가지고 있다.
EU 내에서는 경제 통합의 장점이 많은데, 우선 인력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폴란드와 체코 사람들이 독일에 와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한쪽에서 보면 자국인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저렴한 노동력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동유럽 노동자들은 대부분 육체노동을 하는데, 저렴한 가격에 노동을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 회사가 독일에 진출해 전시회를 한다고 할 경우 독일 기업과 협업해 진행하면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든다. 실제로 부스를 만드는 등의 인력은 동부 유럽에서 온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중국 인력을 쓰는 것과 비슷하게 굉장히 저렴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유리한 점이 많다.
동부 유럽이 EU에 편입되면서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는 것도 이점이다. 초창기에 폴란드는 공산국가였고, 경제적 후진국이었다. 도로 등 사회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는데, 최근 폴란드가 많이 발전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EU에 편입되어 발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독일도 인구 1억 명이 안 되고 프랑스 인구도 우리나라 수준인데, EU가 통합되면서 경제 규모가 커졌다. 하나로 묶이면서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이점이 있다.

한국은 경제 통합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 강인수 교수

    한국은 적극적으로 경제 통합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

  • 권용우 부장

    영국과 EU가 별개의 경제 체제를 가지는 것이 기업에는 더 유리하다.

  • 조동희 위원

    국내에서도 탄소세 등 지구온난화 방지 정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U의 경제정책이 국내 통상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강인수 교수

브렉시트가 처음 대두했을 때 우리 정부는 발 빠르게 대응했다. 영국과 FTA를 맺는 것으로 이미 이야기가 되어 대영국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준비는 된 것 같다. 영국도 EU에서 나오게 되면 여러 나라와 양자 FTA를 체결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와의 FTA가 모범 답안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트럼프로 대표되는 신보호주의, 즉 자국 중심 정책의 영향으로 다자 체제가 와해되는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실제로 WTO의 상설 기구는 사실상 무력화됐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일방주의 혹은 양자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통상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맞지 않다. 우리는 CPTPP와 RCEP로 대표되는 메가 FTA, 신남방·신북방 정책 등 여러 형태의 지역 무역협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수밖에 없다. EU에도 다자 체제 복원에 힘을 보태겠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실제로 기회가 되면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유장희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브렉시트의 반대말로 ‘코리아-엔터’, 즉 한국은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통합에서 빠져나갈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경제적 통합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정책의 장점이 분명히 있지만, 그렇게 해서는 우리 경제가 살아남을 수 없다. 다만 우리는 원칙을 지키면서 우리의 원칙에 기반해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권용우 부장

수출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FTA와 환율이 가장 큰 변수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예전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고, 디지털 세상에서는 세계가 이미 하나의 시장인 셈이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EU에 5개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데, 사실 하나의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독일인이 아마존 프랑스, 아마존 이탈리아에서 자유롭게 쇼핑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 민감도가 심하다. 제품을 수출할 때 프랑스 기업과 독일 기업이 각각 다른데, 소비자 입장에서 수입국이 어디인지는 전혀 차이가 없다.
그런데 영국은 EU 내에서 유일하게 다른 통화를 쓰지만, 같은 권역에 속해 있어 가격 컨트롤에 어려움이 있다. 미국 아마존과 유럽 아마존은 병행수입이 금지되어 있지만, 유럽 내에서는 병행수입이 자유롭다. 영국에 수출한 물건이 프랑스에 넘어가도 불법이 아니다. 유럽 내륙 국가로 수출한 물건이 영국으로 흘러들어가면 영국 내 가격 컨트롤이 어려워진다. 정보가 다 오픈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점점 더 복잡해지는 세상이 됐다. 브렉시트가 실시되어 영국과 EU가 별개의 경제 체제를 가지는 것이 가격 컨트롤 측면에서 기업에 더 유리하다.

조동희 위원

현재 EU 집행위원회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됐다. 집행위원장은 취임하면서 “무역협정 대상국이 EU와 한 약속을 더 잘 지키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발언했다. 현재 한국과 EU 간에 FTA를 위반해 공식적 분쟁 해결 절차를 밟고 있는 사안이 있다. 한국-EU 협약을 보면 ILO 핵심 협약의 비준을 위해 노력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현재는 8개 중 4개만 비준된 상황이다. 나머지 4개 조항을 비준하는 것이 대통령 공약 사항이라 정부에서 국회에 법안을 냈는데 비준이 안 됐다. 우리나라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해도 EU에서 보복관세 등 직접적 조치를 취할 수는 없지만, EU 집행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우리나라 또한 좀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게 좋을 것이다.
한편 새로 출범한 EU 집행위원회에서 보호무역으로 보이는 정책이 몇 가지 있다. 그중에서 ‘그린 딜(Green Deal)’이라는 큰 규모의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는데, 특히 국경 탄소세를 도입하겠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EU 기업들이 노력하고 있는데, 그렇지 않은 나라의 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불공정 경쟁이라고 보는 것이 EU 측의 시각이다. 착한 EU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타 국가에서 제품을 수입할 때 탄소세를 매기겠다고 한다. 지금 당장 시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간판으로 생각하는 정책 중 하나이기에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 역시 탄소 배출 문제에도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달의 마주 보기 단어 사전

GVC: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의 약자로 제품의 설계, 부품과 원재료의 조달, 생산, 유통, 판매 등의 기업 활동을 다수 국가와 지역에 배치하는 글로벌 분업 구조.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ILO):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노동 문제를 다루는 국제연합의 전문기구.

탄소세: 지구의 온난화 방지를 위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석유·석탄 등 각종 화석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