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영훈 경남대학교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 사진 한경DB
경기침체를 겪던 조선업계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전 세계 초대형 LNG 운반선 발주물량을 싹쓸이 수주하는 저력을 보이며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중국을 제치고 2년 연속 수주 1위의 실적을 거두었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국내 조선업계가 실적 반등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조선업이 회복세를 보이는 배경과 수주 현황을 알아보고 향후 한국 조선업의 성장에 영향을 미칠 요소들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국제해사기구(IMO)는 해상오염물질 배출 감소를 위해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이산화탄소(CO₂) 등의 선박 배출가스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적용될 SOx 배출 규제는 기존 배출규제해역(ECA) 외 모든 해역에 걸쳐 황 함유량을 3.5%에서 0.5% 수준 이하로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저유황유 사용이 늘어나겠으나 중장기적으로는 LNG 연료 추진선 신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저황유 벙커링 항구 로테르담에서는 LNG 선박 연료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반면 석유 연료 판매량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올해부터는 세계 최대 벙커링 항구인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전 세계 11개 국가의 주요 항구에서 개방형 스크러버(Scrubber) 설치 선박의 입항을 제한한 상태다. 개방형은 바다에서 물을 끌어다 사용한 뒤 다시 바다에 방류, 바닷물의 소금 성분이 황산화물의 산 성분을 희석시키는 방식이다.
2013년 이후 인도된 선박들은 2011년 1월 시작된 ‘IMO NOx Tier II 규제’로 인해 전자제어 엔진(ME Type)을 탑재하고 있어 LNG 추진 엔진으로 개조 및 변경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2013년 이후 인도된 7,000여 척의 중고 선박은 LNG 추진 엔진에 대한 개조 수요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2008년 기준으로 2050년까지 선박의 CO₂ 배출가스를 총량 기준으로 50%, 개별선박 기준으로 70%를 줄여야 하는 IMO 2050 규정도 선주사들의 고민거리다. IMO 규제 일정을 보면 2023년까지 IMO 2050을 달성할 방법을 확정하고, 2030년까지 2008년 CO₂ 배출 총량의 40%를 줄여야 한다. 선박의 통상적인 내용연수가 25년 정도인 것을 감안할 때 선주사들은 2050년 규정을 고려하여 선박 추진 방식을 결정해야 하는 압박이 다가오고 있다. 기존 디젤엔진은 불가능하고, 암모니아 연료 추진, 전기-배터리 방식, 수소 연료, LNG 연료 추진 등을 고려할 수 있으나 현실적인 기술력을 감안할 때 중단기적으로는 LNG 연료 추진이 가장 합리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2018년 10월부터 조선해양 관련 시황 통계를 제공하는 클락슨에서도 기존 중고선과 강화된 국제해양 규제에 부합하는 친환경 선박(Eco-ship) 용선료를 분리해 제공하고 있다. 즉 운임과 용선료의 가격 결정에서 규제와 연비가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다. 향후에도 이러한 이유로 인해 기존 저연비 친환경 요소가 부족한 선박은 해운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으며, 신조선 교체를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조선시장은 2016년 이후 소폭적인 상승세를 지속했으나 2019년에 들어와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경기부진 및 IMO의 환경 규제에 대한 관망세 등의 영향으로 예상보다 선박 발주가 감소했다. 이에 따라 LNG선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선종 가격도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2019년 세계 신조선 수주량은 2,529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GT(총톤수) 기준으로 보면 전년 대비 30%가량 급감했으나 금액 측면에서는 8% 감소에 그쳤다. 그 결과 지역별로는 우리나라가 LNG선을 집중 수주해 시장점유율 37.3%로 2018년에 이어 중국(33.8%), 일본(13.0%)을 제치고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선종별로는 크루즈선과 LPG선이 전년 대비 30% 내외 증가한 데 반해 그 외 선종은 감소했다.
2019년 지역별 수주잔량을 보면 지역별 대외경쟁력이 높은 주력 선종 분야를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LNG선 수주잔량이 전체의 45.7%로 가장 높으며 탱커 21.7%, 컨테이너선 20.8%인 데 비해 벌커는 3.4%에 불과하다. 이는 국내 대형 조선소가 세계시장에서 대외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데 반해 중소형 조선 분야의 다수요 선종인 벌커 생산 기반이 거의 붕괴된 결과로 보인다.
반면에 중국은 벌커 38.8%, 탱커 17.5%, 컨테이너선 16.2%를 차지해 기술력보다는 가격경쟁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도 벌커가 53.3%로 매우 높다. 표준선형화 및 공정자동화에 따른 벌크 선종 특화에 주력한 결과다. 유럽은 총 수주잔량의 79.3%가 크루즈선으로 동 선종에 대한 독과점적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조선 경기가 지난해에는 다소 침체되었으나 올해에는 다소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LNG 물동량의 지속적인 확대, IMO 2020 환경 규제 시행 및 건조 단가 상승 등 긍정적인 영향으로 지난해에 비해 발주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클락슨은 2020년의 세계 발주량을 3,850만CGT로 전망했으며, 국내 관련 연구기관에서도 전년 대비 20% 이상의 발주 증가를 전망하고 있다.
주요 조선국을 중심으로 산업구조 재편이라는 큰 틀에서 산업구조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가동 조선소 수도 2009년 924개를 정점으로 2018년에 379개사, 2019년 10월 현재 347개사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건조 능력도 2012년 6,330만CGT에서 지속적으로 감축되어 2019년 3,890만CGT로 2012년 대비 39%가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같은 기간에 49%, 유럽과 한국이 32%, 일본이 22% 감소했다.
일본도 2000년대 세계 조선 호황시기에 정책적 판단으로 세계시장에 적극 참여하지 못했다. 이는 1980년대 세계 조선 장기불황 당시 대폭적인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건조시설과 인력을 대규모 감축하면서 건조 능력을 절반가량 축소한 데 따른 결과였다. 특히 조선 분야의 전문인력 양성시스템을 대폭적으로 축소하면서 최근에는 조선 인력의 고령화 심화에도 불구하고 국내 신규 인력의 유입이 소극적이다. 다양한 설계엔지니어링의 한계, 생산공정의 숙련기능 인력 감소 등이 발생하고 있어 해외인력 도입을 적극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 기반 인프라의 한계에 대응하여 제반 고정비용을 줄이면서 산업자원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업체 간 기술 제휴, 자본업무 제휴, 전문 설계인력 공동 활용, 생산공정의 협업화 등을 적극 진행하고 있다. 2019년부터 일본의 1위 업체 이마바리와 2위 업체 JMU가 거의 합병에 준하는 자본업무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와의 경쟁을 의식하면서 중국 업체와의 기술협력을 포함한 지속적 산업구조 재편으로 산업인프라 및 생산 기반의 통합화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중국도 2019년 11월에 1위 국영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CSSC)과 2위 중국선박중공(CSIC)을 합병, 중국선박공업그룹(CSG)으로 새롭게 출범시켜 산업자원을 통합화해 비용절감 및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고 있다. 일본, 중국 등 경쟁국의 지속적인 산업구조 재편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건조 능력 대비 선박 수요가 절대적으로 적은 세계 조선시장에서 한·중·일 경쟁은 기업 간 경쟁과 국가 간 경쟁 형태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조선 분야에서의 경쟁우위 요소는 선종에 따라 차별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즉 기술난이도가 높은 고부가가치 선종은 기술력이 경쟁의 원천이며, 기술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해운시장에서의 주류 선종은 가격이 경쟁의 원천이다.
중국의 국영 조선해운그룹인 CSSC는 2017년에 프랑스 CMA-CGM사로부터 2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9척을 수주해 지난해 인도할 예정이었으나 건조기술 부족으로 인도일을 2020~2021년으로 1년 이상 연기했다.
시리즈 선박은 금융 문제로 인도가 지연된 적은 있어도 기술이 문제가 돼 지연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로 중국의 건조기술력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국영조선소 후동중화는 자사가 건조한 LNG운반선 글래스톤호가 호주 근처에서 고장으로 멈춰 수리를 했지만 선체 결함을 인정하고 결국 폐선을 결정했다. 한편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춰 친환경·스마트 선박에 대한 기술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국제 해양환경 규제 강화로 선박연료의 친환경성과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스마트 적용을 통한 선박의 성능, 품질 향상에 선주사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각 조선소에서는 생산성 향상 및 원가절감을 위해 기존 자동화를 초연결성(IoT), 초지능성(AI) 등으로 통합화하는 스마트 생산공정 연구개발이 활발하다. 조선산업 구조가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경쟁구조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조선산업 생태계에서의 최종 포식자는 기존 조선소에서 선박, 건조 공정상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플랫폼 등을 주력 사업 영역으로 하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롤스로이스(Rolls-Royce), 콩스버그(Kongsberg) 등을 들 수 있다. 선박연료의 친환경성은 IMO 환경 규제에 부합하는 LNG 연료 추진이 현실적인 방안의 하나로 고려되고 있다. 실제로도 현재 발주되어 운항되고 있으며, 선주사들도 관망세에서 벗어나 신규 발주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2019년에 미중 무역분쟁 등 수주 환경 여건의 일시적 변동으로 세계 조선시장에서의 발주가 예상과 달리 감소해 전반적으로 시황 회복세를 지속하지 못했으나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의 수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약진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174K급 LNG선이 51척 발주되었는데 우리나라는 이 중 48척, 94.1%를 수주함으로써 LNG선이 수주 독식한 주력 선종이 되고 있다. 또한 23K 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대해서는 총 15척 중 11척을 수주하여 세계 수주량의 73.3%를 차지했으며, 30만 톤 이상의 용량을 가진 초대형 유조선(VLCC)도 31척 중 18척, 58.1%를 수주하여 비교적 높은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 신조 물량이 절대적으로 감소한 가운데 국내 대형 조선소들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LNG선을 집중 발주함으로써 어려운 시기를 넘어가고 있다.
2019년 국내 조선산업의 수주량은 총 1,013만CGT로 전년 대비 15.6% 감소했다. 2017년과 2018년에 내수 노후선 대체 및 해운산업 규모의 확장 과정에서 이미 발주된 물량이 많아서 2019년에는 상대적으로 국내선 비중이 대폭 감소했다. 선종별로는 LNG선 43.3%, 탱커 30.6% 및 컨테이너선 16.7%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에 건조량은 최근 수주물량 확대에 힘입어 국내선, 수출선 모두 전년에 비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탱커 44.3%, LNG선 25.4%, 컨테이너선 18.9%를 차지했다. 2019년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수주잔량은 총 487척, 2,337만CGT로 전년 대비 척수, 물량이 각각 3.8%, 4.6% 증가했으며, 이는 2년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의 작업물량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조선소 중 해외 마케팅 활동은 대형 조선소 빅3 및 현대계열 조선소, STX조선이 주로 하고 있다. 반면 성동조선해양은 매각 과정으로, 한진중공업은 특수선 사업에 참여하고 있어 상선의 수주실적이 거의 없다. 세계 조선시황의 불황과 신조물량 급감에 따른 영향으로 국내 빅3 조선소와 중소형 조선소에 대한 산업구조 조정이 진행되고 있는데 경쟁국 일본 및 중국과 유사하게 우리나라도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올해에도 글로벌 LNG 수요 증가에 힘입어 LNG선 신조 발주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에 카타르의 왕자가 60척의 LNG선 신조 입찰에 우리나라 조선소의 참여를 요청한 바 있다. 카타르 LNG선 수요는 확정분 40여 척과 옵션분 40여 척을 포함해 노후 LNG선 대체 20여 척 등 향후 10년 내에 100여 척의 LNG선 발주가 기대되는데 우리나라 조선소가 수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일부 선종의 편식적 수주 독식은 오히려 발주 편차에 대한 영향, 독과점적인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올해는 각 조선소가 차별적 주력 선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되 국가 전체적으로는 LNG선을 기반으로 주력 선종의 다양화 전략이 더 적극적으로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