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김선녀 기자 사진 박충렬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차이나 리스크의 범위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각계 전문가에게 한중 통상은 물론 금융 및 외환, 비즈니스 관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차이나 리스크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중국과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관계에 관해 모색해보았다.
중국과의 관계는 지속해서 강화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경제 관계는 무역이나 직접투자뿐 아니라 외환시장, 금융투자, 나아가 은행 차입 등 금융 측면에서도 매우 밀접하다. 일례로 원화의 대미 달러 환율이 위안화에 동조하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 콜 거래 시장에서 중국계 은행이 전체의 60%가 넘은 지 4~5년 정도 되면서 한중 간 외환시장도 밀접해졌다. 채권투자의 경우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외국인 투자 1위로 부상한 이후 미국과의 격차가 현재 3배로 늘어났다. 은행 차입금도 중국계 은행을 포함할 경우 국내 은행의 대외 차액이 1위다. 이렇게 무역이나 직접투자뿐 아니라 금융 전반적으로 밀접한 상황이라 중국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내수시장의 진출 여부가 우리 경제의 중장기 성장을 결정지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근래 들어 미국의 압박과 자체의 필요성에 의해서 중국 시장 개방이 가속되고 있어서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무역은 지금까지 중국 발전에 편승해 여러 가지 면에서 중국이라는 성장주에 잘 투자해 기회를 잘 이용해왔다. 하지만 사드, 미중 분쟁, 그리고 코로나19까지 최근 몇 년간 일어난 사태를 통해 중국이 우리에게 언제나 기회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학습했다.
중국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량의 25%를 수입하는 나라다.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하면 대중 무역의존도는 더 심하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수출기업 4만6,000개 가운데 34%가 중국으로 물품을 수출하고 있다. 전체수출량의 25%도 크지만 수출기업 수로 따지면 중국 비중은 더 높다. 34%의 중국 수출기업을 더 조사해보면 총 1만5,800개 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국으로 자사 물품의 50% 이상을 수출하며, 그중 23%는 100% 중국에만 수출하고 있다. 중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나라 경제도 문제지만 중국에 몰방하는 기업으로서는 더 큰일이다. 국가 전체적으로도 대비가 중요하지만, 개별 기업 차원에서도 차이나 리스크를 잘 관리해야 할 때다.
중국은 현재 세계 최대 공장을 넘어 최대 소비 국가로 성장하고 있다. 기술력 향상 속도가 빠르면서도 선진국보다 요소 비용까지 저렴해 글로벌가치사슬(GVC; Global Value Chain)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직접투자에 관한 얘기를 하자면, 2018년 기준 한국의 전체 해외진출 법인 수 중 29%가 중국을 향해 있다. 2014년보다는 조금 줄었지만 단일 국가 기준 30% 가까이 차지한다는 것은 상당한 양으로 우리가 중국의 가치사슬에 편승하고 있는 비중이 크다고 볼 수 있다. 30%에 해당하는 기업의 수는 1,475개인데, 이들 기업이 벌어들이는 매출액이 전체 우리나라 해외진출 기업의 매출액 대비 22.6%다. 금액으로는 2018년 기준 연간 1,420억 달러 정도인데 이 중에서도 36.6%에 해당하는 520억 달러는 한국 본사와 연결된 매출이다.
2월 중순까지 우리나라의 입출항 횟수로 보면 크게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중국 쪽 물류다. 상하이, 닝보저우산, 칭다오, 광저우, 선전, 홍콩 등 글로벌 항구의 물동량이 지난 1~2월 통계만 봐도 이전 물량보다 50% 줄었다.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물류 작동을 못 하니 피가 흐르지 않는 것과 같다. 이것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가치사슬에 엮여 있는 우리나라 역시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중 분쟁은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주요한 통상 이슈다. 양국은 최근 1단계 합의에 이르렀지만 앞으로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알 수 없다. 독특한 경제구조를 가진 중국이 적극적으로 자국 산업을 키워나가는 상황에서 미국을 포함한 제3국과의 통상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생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 예를 들어 미국에 수출할 때 우리 기업은 언제나 중국 기업과 경쟁할 수밖에 없는데, 미국이 중국을 규제하더라도 잠시 잠깐은 우리에게 이득이겠지만, 그 규제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든 틈을 타 우리가 대미 수출을 대폭 늘린다면 그 수입규제 화살은 나중에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다. 중국과 우리가 너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중국이 타국과 일으키는 무역분쟁에서도 우리가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 우리가 겪는 가장 큰 차이나 리스크가 아닐까 생각한다.
기업들에 원자재나 중간재 조달에서 가격과 수급은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다. 두바이유는 최근 한 달 사이 16%나 가격이 내려갔고, 철광석, 아연, 구리, 마그네슘 등 산업에 널리 쓰이는 광물 가격 역시 급락하거나 급등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특히 한국은 희소금속의 95%를 수입하는데 중국이 생산을 못 하니 당연히 가격이 폭등했다. 세계시장에서 중국의 중간재 생산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공급 차질이 장기화되면 생산요소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우리 중소기업이 받는 직접적인 충격이 많겠지만 현금이 풍부한 대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우리는 중국뿐 아니라 일본이나 대만 기업과도 직접적인 경쟁을 하고 있다. 대만이나 일본은 특정 품목별로 쪼개서 보면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1위 품목이 우리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리스크가 분산되어 있다. 따라서 차이나 리스크를 받으면 이들 국가는 우리나라에 비해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우리의 입지는 글로벌 시장 내에서도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차이나 리스크는 사실 몇 년 전부터 계속해서 이어져 왔고, 그로 인한 문제들이 존재하고 있다. 하나는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에 따른 우리의 동반 성장 둔화다. 외국에서는 한국과 중국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둔화하면 우리나라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이 공식처럼 일반화되어 있다. 또 하나는 경쟁의 심화다. 중국의 산업이 고도화되고 자체 조달하는 양이 많아지면서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국내 소비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엄청난 양의 인력과 거대한 시장을 바탕으로 하는 중국의 빠른 성장으로 중국의 파워는 무척 위협적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리스크는 대략 관광, 대중국 수출, 부품조달의 공급망 교란, 국내 생산 및 소비 위축으로 볼 수 있다. 이 네 가지가 유기적으로 상호 연결되어 경제적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길어지면 종류를 막론하고 모든 산업이 영향을 받을 것이고 이에 따른 경제 심리 냉각이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과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교란한 동일본 대지진, 세계 전자산업에 충격을 줬던 태국 대홍수, 그리고 최근 코로나19 사태 등 일련의 사건을 통해 글로벌 가치사슬이 국가 간 서로의 이익을 취하지만 동시에 리스크도 함께 지고 가야 하는 구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한국 기업은 이런 리스크에 회복이 강한 공급망을 구축하고, 회복 탄력성을 길러야 한다. 쉽게 말하면 우리의 자체 체력을 키워야 한다. 중국 생산 기지를 요소 비용이 낮은 동남아로 이전하는 노력은 이미 실행되고 있다. 더불어 최근 중국 기업과 4차 산업이 접목된 분야에서 새롭게 경쟁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새로운 리스크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코어(Core) 기술을 확보해 고품질 제품을 양산할 수 있는 기업이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만 부가가치를 많이 가져올 수 있는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또한 내수시장을 키우려면 토양이 깨끗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반기업적인 정서 확산을 지양하고 기업의 성장을 어렵게 하는 규제들을 줄여야 한다.
진출 방식 또는 진출 분야에 대한 전환이 필요하다. 중국 시장 진출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기보다 중국의 변화에 맞춰서 서비스 소비시장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 아시아 등 가치사슬 승계 국가로의 확대 방안도 많았지만 최근 베트남도 이미 진출 과대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 일어난 일이 아시아 국가에서도 반복될 수 있으니 세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은 여전히 편리한 인접성과 넓은 소비시장 등 기회 요인이 상당하다. 미국의 경우 중국과의 압박 분쟁 속에서도 대중국 서비스 수지가 8년 연속 증가했다. 반대로 우리는 최근 3년간 서비스 수지가 계속 줄어서 2017년 적자로 전환되었다. 이것은 중국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의 시장 개방이 확대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금융이다. 중국에서의 신규 상장, 펀드 발행 등 중국 자금을 이용해서 사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답은 수출시장 다변화다. 그러나 누구나 수출시장 다변화를 해야 하는 건 알지만 쉽지 않다. 현재 우리 기업이 중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신남방·신북방 등 아세안은 물론 인도 등으로까지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나라에도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베트남에서도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베트남 내에서 숙련된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고,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들 국가는 대부분 개도국이라 부족한 인프라, 낮은 시장 투명성 등 그 자체로 내포하는 리스크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특히 베트남은 비시장 경제인 만큼 수입규제 역시 가혹할 수 있다. 수출기업으로서 시장 다변화에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괜찮지만, 리스크 부분을 충분히 생각하고 가야 한다. 특히 대기업과 비교해 중소기업은 그에 관해 연구할 여력이 없다. 따라서 지원기관, 연구기관, 정부 등은 수출 다변화 대상 국가와의 교역 투자에서 발생 가능한 리스크와 이것을 줄이기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정책적으로 도와줘야 한다. 더불어 진출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유턴 기업에 대한 정책 역시 더욱 촘촘해져야 한다.
상호보완적인 관계 유지가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경쟁력 제고 없이는 서로 윈윈할 수 없는 상황이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협력 범위를 제조업에서 서비스와 금융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 중국 입장에서 한국은 어떤 존재일까? 긍정적으로 보면 의외로 중요한 나라다. 물론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서는 영향력이 작지만 그 안에서 키맨 역할을 할 수 있다. 중국은 우리와 문화적으로 매우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르다. 이러한 문화·정치적 특징을 살리고 우리 가치를 살려서 경쟁력을 발굴해야 한다.
지난해 한일 무역분쟁이 심각했을 때, 국내 세미나에 참석한 일본 교수에게 한일 관계가 나아갈 방향을 물은 적이 있다. 그는 “일본의 친구가 되어달라”라고 말했는데, 일본이 필요로 하는 것을 잘 공급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를 한중 관계에도 대입하면, 우리는 중국이 필요로 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중국이 ‘중국제조 2025’ 등 산업 고도화를 진행하면서 우리나라나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던 중간재를 스스로 만들기 시작한 이때, 우리가 살길은 기술 개발뿐이다. 어려운 과제지만 중국이 필요로 하는 고급 중간재, 고급 소비재를 만드는 것이 결국 정답에 가깝다.
중국과 실효성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중국이 선호하는 문화에 맞춰 실효적으로 친한 친구가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리스크가 발생할 때마다 불필요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가운데 중국 현지에 파견한 주재원을 100% 철수한 기업도 있다. 개개인을 생각하면 그럴 수 있는 선택이지만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중국과의 연속성을 생각하면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은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만 네트워크가 집중되어 있다. 전문가 양성이나 활용 등 중국 연구 사례가 적어 중국과 관련한 암묵지가 부족하다. 이런 연구 투자는 이후 장부가로 환산할 수 없는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사태 혹은 반대로 엄청난 이득으로 다가올 수 있는 상황을 결정지을 수 있는 핵심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