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자동차 산업의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선점이 관건

글·사진 유성민 IT칼럼니스트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CES; Consumer Electronics Show)에 참관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자동차 전시관이었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토요타 등 자동차 제조사에서 선보인 서비스가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들이 선보인 것은 ‘자동차 판매’가 아니라 ‘서비스 제공’이었다. 모빌리티 서비스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는 자리였다.

자율주행택시의 등장과 자동차 판매구조 변화

현대자동차와 토요타의 전시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이다. 둘째는 이 서비스의 기반이 무인기술인 자율주행에 있다는 점이다. 즉 두 회사는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자동차 판매가 아닌 ‘서비스 제공’ 방식을 택했다.
자율주행차는 사람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운전해주는 기술이 적용됐다. 운전비서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동차를 굳이 소유할 필요가 있을까? 내가 부를 때 자동차가 언제든지 달려온다면 말이다.
미국자동차협회 교통안전재단(AAA Foundation for Traffic Safety)이 201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인 기준 연간 자동차 운전시간은 293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하루 평균 1시간도 자동차를 몰지 않는 셈이다. 참고로 해당 데이터는 자동차를 많이 활용하는 미국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용시간이 더 낮을 것이다.
그래서 등장한 서비스가 바로 ‘카셰어링’이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Global Market Insight)는 카셰어링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을 20%로 예측했다. 엄청난 성장속도다. 2017년 15억 달러(약 1조8,000억 원)에서 2024년 120억 달러(14조4,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불편한 점이 있다. 자동차가 주차된 목적지까지 찾아가야 한다. 집 앞에 있는 개인 소유 자동차보다 불편하다. 그러나 여기에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콜택시처럼 자동차를 내가 필요할 때 내가 원하는 장소로 부를 수 있다. 엄밀히 말해서 택시나 다름없다. 자율주행시스템이 운전을 대신해주기 때문이다.
카셰어링과 자율주행이 결합한 ‘자율주행택시’가 등장한 셈이다. 자율주행택시는 자율주행차 확산에 따라 자동차 산업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자율주행차 사업화의 쟁점과 정책 과제’ 보고서를 통해 자율주행택시 미래를 전망한 바 있다. 참고로 해당 연구는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자동차 시나리오 데이터를 근간으로 했는데, 카셰어링 활성화에 따라 자율주행택시 산업의 비중은 6%에서 53% 사이가 될 전망이다.
자율주행택시는 자동차 소유를 필요 없게 만든다. 자동차를 호출하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가격경쟁력도 있다. 사람들이 택시 이용 대신 자동차를 구매하는 이유는 비용에 있다. 중장기적으로 택시 이용 요금이 자동차 값보다 더 비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율주행택시는 이러한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인건비를 대체하기 때문이다.
결국 카셰어링과 자율주행차의 등장은 자율주행택시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부상하게 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산업의 구조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 자동차 산업은 자동차 판매로 이익을 얻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용 대가에 따른 수익으로 산업구조가 변할 전망이다.

이동 수단에서 제2의 삶의 공간으로 변모할 전망
‘CES 2020’에서의 현대자동차 전시관(출처: 현대자동차)

CES 2020에서 현대자동차와 토요타가 상상하는 즐거움을 제공했다면, 벤츠는 체험하는 재미를 제공했다. 벤츠는 콘셉트카인 ‘비전 AVTR’을 선보였다. 참고로 AVTR은 영화 <아바타(Avatar)>를 연상시키는 명칭이다.(이러한 명칭을 사용한 이유는 영화 <아바타>의 느낌을 자동차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는 탑승객에게 주는 체험거리 또한 매우 중요해질 전망이다. 자동차 산업의 여러 기업이 탑승객의 체험을 중시하면서 여러 기술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러한 기술을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라고 부른다. 본래는 정보와 오락거리를 함께 제공하는 서비스를 가리킨다. 그런데 자동차에 주로 활용되면서 자동차가 제공하는 오락거리라는 의미를 강하게 가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이에 집중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서비스 경쟁력을 가져 고객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함이다.

정리하면, 글로벌 모빌리티는 두 가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첫째는 자율주행기술 기반으로 한 카셰어링 확대다. 둘째는 인포테인먼트 부상이다. 이는 국내 기업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디스플레이, 5세대 이동통신(5G) 등 콘텐트 제공에 필요한 기반 기술이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회사가 이러한 기술을 활용하면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벤츠의 ‘비전 AVTR’
LG전자의 인포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