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조명

세계가 주목하는 K-바이오,
이제 IT의료기기가 선도한다.

박범 아주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사진 한경DB

대한민국의 코로나19 검사처리 속도와 규모에 대해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을 벤치마킹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도 각국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진단키트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진단능력에는 국내 진단검사 전문기업들의 발 빠른 대응이 큰 역할을 했다.
IT의료기기 분야에서도 국내 스타트업이 만든 360도 웨어러블 카메라가 중국에 수출되어 원격진료에 활용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자부심을 가질 만하지만 의료한류로 성공하려면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의료기기 한류의 현황을 살펴보고 IT의료기기 수출시장을 전망해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25일 서울 송파구 소재의 코로나19 진단시약 생산업체인 씨젠을 방문해 연구시설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와 의료복지 수준의 향상에 따라 의료기기 시장은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팬데믹) 상황에서 한국의 역동적인 의료 대응체제와 바이러스 검진기술 역량이 주목받고 있다. 보건의료서비스 산업이 병원 치료 영역에서 이제는 질병 예방과 건강관리에 이르는 개인맞춤형 정밀의료체계와 원격의료 시스템으로 진화 중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의료산업에서 정보통신기술(ICT)과 라이프로그(생활습관 데이터) 등 사회적인 리소스 자산과 지능적 예측 진단기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의료기기 세계시장 속 의료한류의 가능성

2018년을 기준으로 세계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3,864억 달러(464조 원)에 달하며 오는 2022년에는 이보다 25% 성장한 4,868억 달러(56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도 발전하여 6조8,179억 원으로 전년대비 10.0% 성장하며 최근 5년간(2014~2018) 연평균 8.0%씩 증가해왔다. 국내 의료기기 생산 규모는 2018년 6조5,111억 원(세계시장의 1.4%)으로 전년비 11.8% 늘어났고, 2014년 이후 연평균 9.0% 증가로 고속 성장하고 있다. 또한 국내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1,035억 달러(124조 원)로 집계됐다.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주로 미국(수출 18.9%, 수입 26.3%), 중국(수출 15.0%, 수입 16.0%), 그리고 일본(수출 6.1%, 수입 11.5%)과 무역거래를 하고 있다.(한국무역통계진흥원 2019.9.26)

<표 1>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의 국내 의료기기 수출입 경향을 보여준다. 수출과 수입 모두 꾸준히 증가해 2018년 기준 수출 31억 달러(연평균 9.9%), 수입 39억 달러(연평균 6.4%)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4년은 수입증가율이 수출을 상회하며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있다. 의료기기 산업의 수출은 우리나라 산업의 총수출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으나 수입은 총수입 경향과는 다르게 지속 증가하여 2018년에는 전년대비 3억7,100만 달러나 늘어났다. 아래의 <도표 1>에서는 글로벌 의료기기 10대 분야의 2022년 시장점유율과 2015년부터 2022년까지의 매출성장률을 예측하고 있다. 한국 의료기기 산업의 분야별 성장전략과 연구개발 계획을 구체화해 수출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표 1> 의료기기 수출입 추이: 2008-2018
<표 1> 의료기기 수출입 추이: 2008-2018
연도 2008 2014 2015 2016 2017 2018 2019(7월 누계)
전년대비 증감률 전년 동기대비 증감률
수출금액 1.245 2,382 2,435 2,551 2,847 3,131 10.0% 1,864 7.3%
수입금액 2,197 2,791 2,941 3,202 3,568 3,939 10.4% 2,441 6.0%
무역수지 -952 -409 -506 -651 -721 -808 적자폭 확대 -577 적자폭 확대
<표 2> 국내 의료기기 시장 및 생산 규모 추이
<표 2> 국내 의료기기 시장 및 생산 규모 추이
    2008 2014 2015 2016 2017 전년대비 증감률 연평균 증감률
의료 기기 시장규모 362 497 527 587 620 5.5% 6.7%
생산 금액 253 460 500 560 582 3.9% 10.2%
업체수 1,726 2,786 2,992 2,943 3,283 11.6% 7.2%
품목수 7,367 12,782 13,424 14,071 14,855 5.6% 8.1%

※의료기기 생산금액, 업체수, 품목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 인용

※연평균 증감률은 최근 10년 연평균 증감률

<표 2>는 2008년과 2014~2017년 국내 의료기기 시장과 생산 규모를 보여준다.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연평균 6.7%씩 지속 증가하고 있으며, 2015년 5조 원 돌파 이후 2017년 6조2,000억 원을 기록하였다. 생산금액도 연평균 10.2%씩 지속 증가하여 2017년에는 5조8,200억 원을 달성했다. 생산업체수와 품목수 역시 각각 연평균 7.2%, 8.1% 증가했다.

2017년도 국내 의료기기 생산비중은 국내 제조업(GDP) 대비 1.2%이지만 업체수와 품목수가 증가하며 생산금액과 시장규모 모두 연평균 증가율이 인접 산업인 의약품산업(생산비중 4.6%)의 2배 이상으로 성장세가 뚜렷하다. 또한 의료기기 수출이 1% 증가할 때 우리나라 전체 수출 탄력성은 0.22% 증가하며 전체 수출과의 상관관계는 0.91로 0.77인 의약품보다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
또한 지난 2008년 이후 10년간 의료기기 품목별 수출 현황에 따르면 의료용 기기, 정형외과용 기기가 전체 수출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각각 연평균 14.6%, 17.5% 증가했고 호흡용 기기는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2018년 이후는 감소세가 지속되었다.

<도표 1> 의료기기 10대 분야 및 시장점유율(2022) 및 매출성장률 (2015~2022), ※주 : 원의 크기는 2022년 매출액 규모임, ※자료 : EvaluateMedTech ® (2016)
4P 융합형 의료기기 차세대 사업 모델로 세계시장 진출

한국을 비롯한 의료산업 선진국에서는 사물인터넷(IoT) 센서, 인공지능(AI), 클라우드(Cloud), 블록체인(Blockchain),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 가상현실/증강현실(VR/AR)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바이오공학(BT), 나노공학(NT), 인지공학(CT) 등 기반기술의 융합을 통해 의료문제 해결을 위한 선도적 창의 모델이 연구 개발되어 상용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여러 경쟁력이 우수한 집단들이 4P, 즉 예측(Predictive)·예방(Preventive)·개인(Personalized)·참여(Participatory) 중심의 융합형 차세대 사업 모델들이 속속 경쟁력을 갖추어 세계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도표 2>

<도표 2> 4P 중심의 신개발 의료기기 전망, 4P중심의 기능 융합형 의료기기
의료기기 설명
웨어러블 의료기기, 수술용 내비게이션 기술융합 의료기기, 차세대 체외진단기기
웨어러블 의료기기
웨어러블 의료기기는 디스플레이, 센서,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프로세스, 기계 등 다양한 기술이 융합된 복합체로서 신체에 착용한 기기들을 무선으로 연결해 생체 정보를 측정하고 전송하여 인체의 건강관리 능력을 증강, 보완하고 인간의 의지에 따라 조절이 가능한 모든 기기
수술용 내비게이션 기술융합 의료기기
진단부터 수술까지 자동화에 필요한 의료영상 진단, 수술용 내비게이션, 의료용 가상/증강 현실 등 핵심기술들의 기능 융합형 의료기기로서 환자의 해부학적 구조를 파악하고 수술 계획 및 수술 부위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가 가능한 기기
차세대 체외진단기기
체외진단기기는 예방, 건강상태의 평가 등을 목적으로 한 의료기기로서 차세대 체외진단기기는 기존 면역진단, 분자진단 등 진단에 대한 정보의 디지털화 또는 BT, NT, IT 등의 기술 융합을 통해 진단의 정확도가 향상된

우수한 의료 영상진단기기 기술개발 사례를 보면 삼성메디슨, 루닛 등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표 3> 국내 수술용 내비게이션 기술개발도 <표 4>와 같이 다수의 사례가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심각한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 상황에서는 씨젠 등 유전자 증폭검사(RT-PCR; Reverse Transcription Polymerase Chain Reaction) 기반의 코로나 바이러스 진단시스템, 링크플로우의 360도 VR카메라를 통한 감염환자 모니터링, 우정바이오의 드라이브스루(Drive-thru) 방식의 코로나19 선별검사시스템과 음압안전시스템 구축 등이 주목받고 있다.

<표 3> 국내 의료 영상진단기기 기술개발 사례
<표 3> 국내 의료 영상진단기기 기술개발 사례
제조사 제품명 특징
바텍 Green Smart 치과용 3D 엑스레이 고화질 이미지를 기반으로 임플란트 등 고부가가치 치료 시 진료 정확성 향상
SG Healthcare Q40 3D/4D 입체영상 기능을 갖춘 컬러 초음파 기기로서 선명한 입체 이미지를 통해 정밀한 진단 가능
삼성메디슨 RS85 CT, MR 영상과 실시간 초음파를 정합하여 정합된 3차원 영상을 함께 볼 수 있어 심장혈관질환, 갑상선 진단에 사용
루닛 Lunit INSIGHT CXR-Nodule 흉부 X-ray 영상에서 폐 결절로 의심되는 이상 부위를 검출해 의사의 판독을 보조하는 소프트웨어. 의사는 1차적으로 흉부 X-ray 영상 판독 후 Lunit INSIGHT CXR-Nodule의 분석결과를 참고해 최종 진단을 내림
<표 4> 국내 수술용 내비게이션 기술개발 사례
<표 4> 국내 수술용 내비게이션 기술개발 사례
제조사 제품명 특징
(주)고영 테크놀러지 IST 가이드로봇 뇌수술 시 3D 영상을 보며 주요 혈관과 신경을 피해 정확한 위치로 수술도구가 가이드될 수 있도록 도움
큐렉소 티솔루션원 로봇팔의 구동방식을 바꿔 수술범위가 넓어지고 의사의 의도대로 정확하게 뼈를 깎을 수 있다. 그동안 수술이 불가능했던 비구부(허벅지뼈 머리가 만나는 골반뼈 부위) 수술이 가능
(주)이춘택 병원 부설연구소 3SR 인공관절 수술 시 환자 무릎의 위치 정보를 정합해 로봇에게 알려주면 로봇팔이 이동해 정밀하게 뼈를 깎도록 하는 수술용 항법 장치
서울대학교 병원 내비게이션을 이용한 뼈암 제거 기술 3차원 영상을 통해 구조가 복잡한 골반뼈에 있는 암을 제거하는 수술 시 수술 계획과의 오차를 최소화함
의료기기 수출기업 육성, 네거티브 규제 방식이 시급

고령화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보건의료서비스 분야의 세계적인 추세는 증상 발현에 대한 치료 중심에서 예측·예방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질병의 진단과 예방을 위해서는 정밀한 검진과 개인화된 데이터의 축적, 그리고 고도의 의료서비스 경험자원의 축적이 필요하다. 또한 보건의료 상황에 대한 예측과 개인에게 적합한 맞춤식 진료를 위해서는 지역사회 시민의 참여가 필요하며,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 자산이 의료산업의 중요한 경험지식이 된다. 이런 의료체계 진화과정이 예측·예방·개인·참여형의 4P 방식으로 발전하며, 이에 따른 바이오메디컬 인포매틱스 플랫폼 구축과 솔루션 공급은 더욱 글로벌 정밀의료체제를 선도할 것이다.
요즘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 상황에서 한국이 보여준 대응체제와 역량은 국제사회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미래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에서 한국의 고급 의료서비스 수준과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기술통합 역량이 잘 융합되어 의료기기 산업의 테스트베드 시장으로서의 경쟁력을 검증하고 글로벌 스마트 원격의료 서비스시스템이 B2B와 B2C로 발전해가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 사업모델을 추진하기에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포지티브 규제 국가다. 즉 법에 명시된 것만 가능하다. 신기술이 개발되고 수익모델을 갖추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관련법을 만들고, 법제화에 따라 인증이나 허가를 획득해야 사업화가 이루어진다. 국내 스타트업이 만든 360도 웨어러블 카메라도 원격진료 규제 때문에 아직 국내영업이 불가능하다. 포지티브 규제가 4차 산업혁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이제는 의료산업 선진국처럼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창의적 모델들이 선도적으로 신기술을 도입, 기술창업(Start-up)에 도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업화를 위한 전주기 프로세스의 글로벌 의료기기 산업의 테스트베드 허브가 되어야 한다.

미래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의 중요한 변화를 선도할 의료한류

한국은 이미 역동적인 의료 자원 축적과 글로벌 테스트마켓의 역량을 갖추고 있는 나라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의 중요한 변화를 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는 세계가 디지털 병원화하여 다양한 지능적 형태의 검진방법, 임상처리 방법과 우수한 진료경험에서 축적된 의료데이터 기반의 지능적 의사결정지원시스템(CDSS; Clinical Decision Support System) 같은 AI 진단지원시스템이 상호 협력한다. 원격의료를 통한 바이오메디컬 플랫폼 네트워크망에 의한 협진 의료서비스가 구축되어 의료서비스의 시간·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또한 진단의 신뢰성도 높이고 공진화 향상도 가능하다. 질병의 세계적인 지역사회 협력과 의료산업 가치사슬에서의 공존형 모델로서 최적의 역할과 글로벌 의료서비스 공급망(SCM)의 원활한 관리체계 모델도 의료산업 무역환경에 잘 구축되어 추진되어야 한다.
의료산업은 고도의 정밀한 의료 경험 데이터가 축적되어야 하는 진입장벽이 높은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이다. 우리 의료기기 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추격형 형태에서 선도형으로 혁신되어야 한다. 경쟁력 있는 K-style 산업으로서 우수한 의료전문 인재들이 역동적인 경험을 통해 많은 지식자원을 축적하고 공유하여 지원하고 있다. 기존 제품뿐만 아니라 웨어러블 의료기기, 수술용 내비게이션 기술융합 의료기기, 차세대 체외진단기기, 그리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AI 지원협력시스템 모델들은 글로벌 디지털 원격의료의 기반 프레임이 되어 수출이 활성화되는 미래의 신성장 의료산업 모델이 될 것이다. 이는 새로운 한류를 이끌어갈 의료한류 서비스 산업, 그리고 예측·예방·개인맞춤형·참여 등 4P 중심의 정밀의료산업으로 성장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