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유성민 IT칼럼니스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언택트(Untact) 문화를 확산시켰다. 교육, 업무, 의료 등 여러 분야에 언택트 문화가 적용되고 있다. 이는 원격 서비스와 로봇 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
흑사병은 중·고등학교 수업시간에 졸지 않았으면 한두 번쯤 들어봤을 전염병 이름이다. 흑사병으로 유럽은 2,500만 명, 중국은 3,000만 명 이상 사망했다. 유럽 역사에서 흑사병을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는 흑사병이 당시 유럽 체계를 완전히 뒤바꿨기 때문이다. 유럽은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 사회가 된 것이다. 이는 르네상스라는 문화 혁명을 일어나게 했다.
코로나19 또한 중요 사건으로 세계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새로운 변화 때문이다. 그중 주목되는 문화가 ‘언택트(Untact)’다. 우선 교육환경의 변화다. 교육부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수업방식을 온라인 원격교육으로 전환했다.
언택트 방식 교육은 정기 과정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학원 강의 또한 언택트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근무환경도 변했다. 단기 재택근무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원격회의 또한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3월 주요 20개국(G20) 특별 정상회의가 세계 최초로 화상회의로 이뤄졌다. 그뿐만 아니라 채용 또한 언택트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라인 등을 비롯해 일부 기업은 면접을 언택트로 진행하고 있다.
그 밖에도 여러 분야에서 언택트가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 구매 플랫폼 ‘겟차’에 따르면 지난 3월 비대면 구매상담 신청이 전월 대비 246%나 증가했다. 비대면 주문 방식도 유행하고 있다. 스타벅스에서 제공하는 비대면 주문앱 ‘사이렌 오더’의 지난 1분기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25% 이상 증가했다. 맥도날드도 3월 기준 비대면 매출 비중이 전체의 60%에 달한다. 드라이브스루(DT)의 1분기 이용량은 1,000만 대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 역대 최단기간 최다 기록이다.
언택트 확산에 로봇을 빼놓을 수 없다. 유버㈜는 작업자의 안전을 고려해 로봇으로 자외선 살균하는 로봇을 선보였다. 서울의료원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서비스 안내에도 로봇이 활용된다. LG전자는 클로이 로봇을 내놓았다. 안내 로봇으로 의료진은 물론 환자의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줄여준다. 중국에서는 감염 의심자에게 식료품을 로봇으로 제공하게 하고 있다. 맥박 및 체온을 재는 것도 로봇으로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는 언택트라는 새로운 문화를 낳았다. 이러한 문화가 장기화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원격산업과 로봇산업에서는 기회라는 점이다.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 존 구어빌은 사용자 저항성에 따라 장기 사업과 단기 사업으로 구분했다.
사용자 저항성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러나 무경험은 사용자 저항성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 사람은 익숙한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앵커효과(Anchor Effect)라고 한다. 원격교육을 예로 들자. 나중에 원격교육을 실시하기는 했지만 교육부는 처음에 개학 연기를 선택했다. 이러닝이라고 불리는 원격교육은 이미 확산됐음에도 말이다. 이는 원격교육에 익숙하지 않음과 무의식적인 저항성이 함께 내포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언택트는 확실히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사용자에게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경험적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 사용해보니 기존보다 더 낫다고 느낀다면 말이다. 원격교육을 시행하는 대학과 학생 모두 괜찮다고 판단하면 미국과 영국처럼 온라인 교육이 확산될 수 있다. 참고로 미국과 영국의 여러 대학은 온라인 수업만으로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처럼 별도로 사이버 대학을 만들지 않고 말이다. 뉴욕시립대,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요크대, 맨체스터대 등 유명 대학도 이러한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언택트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장기적으로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가치에 집중하고 사용자의 심리를 파악해야 한다. 언택트는 이를 위한 디딤돌일 뿐이다. 향수를 한번 생각해보자. 향수는 흑사병으로 확산됐다. 지금도 향수는 많이 소비되고 있다. 향수가 사람에게 제공하는 고유 가치로 사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