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무역 지상 중계
자동차 반도체 기술로 세계 시장에 도전한다
㈜텔레칩스
취재 오인숙 기자 사진 박충렬
텔레칩스는 팹리스(Fabless) 시스템반도체 개발·공급 기업이다. 팹리스란 반도체 제조 공정 중 설계와 개발을 전문화한 기업을 말한다. 주로 자동차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개발, 공급한다. 주력 제품인 IVI(In-Vehicle Infotainment)뿐만 아니라 디지털 클러스터, 콕핏(Cockpit) 시스템까지 세계시장에 선보이며 글로벌 자동차 반도체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1999년에 설립한 텔레칩스는 유무선전화기 발신자 정보표시 칩을 시작으로 MP3 플레이어, 카오디오 등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성장을 거듭했다. 텔레칩스가 자동차 전장 사업에 뛰어든 것은 약 14년 전이다. 음원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칩을 개발한 후 일본의 차량용 애프터 마켓(판매 제품의 점검, 수리 및 부품교환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좋은 아이디어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시장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면서 스스로 수출의 길을 개척하였다.
현재 텔레칩스는 멀티미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핵심 기술로 자동차 IVI 분야에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다. 주력 제품인 IVI, 즉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는 자동차에 기본적으로 탑재되는 핵심 부품으로, 단순 오디오에서 AVN(Audio·Video·Navigation)까지 통칭한다. 현재 텔레칩스의 제품은 현대자동차 생산물량의 85%에 사용된다. 일본 JVC켄우드와 같이 AVN 플랫폼을 전량 적용하는 회사도 점차 늘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도 한층 높아졌다.
제품에 대한 신뢰성과 경제성으로 파트너십 구축
텔레칩스는 생산제품의 약 40%를 직접 수출하고 있다. 대부분 중국과 일본에 수출한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로만 수출물량을 논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내수의 경우, 대부분 현대모비스와 LG전자, 휴맥스, 디젠 등에 제품을 공급하는데, 이를 통해 수출되는 물량은 수치로 집계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해외 고객사에 공급되는 물량은 훨씬 많은 셈이다.
국내에 새로운 제품을 공급하거나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항상 따르게 마련이다. 이수인 텔레칩스 상무(미래전략그룹장)는 그중에서도 회사 규모가 작은 점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텔레칩스의 경쟁사는 미국의 퀄컴, 네덜란드의 NXP, 대만의 미디어텍과 같은 글로벌 시스템온칩(SoC; System on Chip) 제조사다. 텔레칩스보다 100배 이상의 큰 규모를 자랑하는 기업들이다. 그렇다 보니 자동차 분야의 다양한 경험과 경쟁력 있는 제품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규모와 네임 밸류에 밀려 최종 선정 과정에서 아쉽게 탈락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
“국내에서는 텔레칩스가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기업으로 이미 유명하지만, 글로벌 SoC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아직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저희는 꾸준한 기술지원과 고객의 요구사항에 대한 발 빠른 대응, 경제성 등으로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이수인 상무는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크다. 텔레칩스의 강점 중 하나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고객의 시스템 비용을 절감해준다는 것이다. 다양한 운영체제(OS)와 함께 고객이 요청하는 인포테인먼트 분야의 소프트웨어도 공급해 경쟁사 대비 사용 편리성과 가격 경쟁력이 월등하다.
“저희는 고객의 로드맵에 맞춰 함께 칩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고객과 함께 고민하고 논의해 좋은 제품을 꾸준히 만들고, 이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고객사와 정기적으로 교류회를 열고, 고객사가 완성차 기업과 만날 때 항상 동행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18년부터는 해외 완성차 기업인 르노를 시작으로 유럽, 미국 및 일본의 완성차 기업들과 직접 정기적인 기술교류도 진행하고 있다.
통합하고 확장되는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최근 자동차 IVI 시스템은 콕핏(Cockpit·조종석)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클러스터와 IVI 시스템,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이 하나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로 구동되는 통합 운전자 시스템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서 한 개의 칩으로 두 개 이상의 디스플레이를 구동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자율주행차와 전기차로 바뀌어가는 자동차의 트렌드를 반영한다.
차량 내 시스템이 통합되고 확장되는 시장 변화에 맞춰 텔레칩스도 발 빠르게 콕핏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개발에 나섰다. 2018년 ‘돌핀 플러스(Dolphin+)’를 선보였고 지난해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지난 4월에는 후속 라인업인 ‘돌핀3(Dolphin3)’ 제품군의 개발을 완료했다. 보급형과 고급형으로 구성된 이 제품은 1차 검증을 완료하였고, 주요 고객에게 개발용으로 공급되었다
“글로벌 콕핏용 SoC 제조사와 경쟁할 수 있는 충분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제품입니다. 앞으로 시장에서의 본격적인 확산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과 라인업으로 세계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텔레칩스. 지금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잠시 숨 고르기를 하며 앞으로 다가올 언택트 시대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준비 중이다. 아울러 공격적인 투자로 새로운 후속 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ADAS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지원을 위한 차량용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로 자율주행차용 반도체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글로벌 자동차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 발전하고 있는 텔레칩스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