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김선녀 기자 사진 박충렬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는 가운데에서도 세계 각국은 경제회복에 관심이 크다.
최근 한국 주도로 열린 통상장관 화상회의에서 채택한 ‘상품 및 서비스의 흐름과 필수인력 이동을 원활히 하기 위한 행동계획에 관한 공동 각료선언문’이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 의제로 논의됐다. 이를 계기로 한국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한국이 해야 할 일을 통상 전문가에게 들어본다.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6월 29일 현재 우리나라에 입국금지 조치 또는 입국절차를 강화한 국가는 179개국이다. 세부적으로 분류하면 완전 입국금지 조치를 취한 나라 138개국, 입국 시 의무적으로 격리를 해야 하는 나라 9개국, 입국 후 방역을 권고하는 나라 32개국 등으로 나뉜다.
중국 우한에서 처음 코로나19가 발견된 후, 중국은 완전한 봉쇄조치를 취했고, 베트남도 전면적으로 입국을 금지했다. 우리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중국과 베트남이 교역과 투자의 문을 완전히 닫아버린 것이다.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이 바로 기업이다. 지난 3월 삼성의 필수인력이 베트남으로 들어갔다. 이어 LG전자, LG디스플레이도 베트남에 예외입국을 진행했다. 이후 기업 차원을 넘어 정부 간 협상이 잘 진행되어 지난 5월 중국과의 패스트 트랙, ‘신속통로제도’가 시행되었다. 지난 6월 19일에는 한국 기업인 150명이 코로나19를 뚫고 첫 예외입국 절차를 통해 인도에 도착했다. 우리 정부가 나서서 예외입국을 성사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과 베트남 외에 투자나 교역 거래가 많은 동유럽 폴란드나 헝가리도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예외입국이 이뤄지고 있다. 중동의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등도 우리와 함께하는 프로젝트가 많아 이와 관련해서 신경 쓰고 있다. 다만, 예외입국은 특정 나라에 주는 혜택이기도 하므로 공표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외입국은 크게 두 가지 형태가 있다. 특별 전세기를 통해 이뤄지는 방식과 중국과의 패스트 트랙처럼 양국이 약정을 맺어서 진행하는 방식으로, 후자가 좀 더 선진화된 방식이다. 베트남에도 우리 기업이 많지만, 중국에는 그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기업이 들어가 있다. 중국의 패스트 트랙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우리의 선조치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우한에서 처음 코로나19가 발병했을 때 여러 나라가 중국에 입국금지 조치를 한 반면, 우리는 문을 열어두었다. 당시 비난을 많이 받은 조치였지만 만약 그때 문을 닫았다면 그 비용이 이익보다 더 컸을 것이다.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게 진짜 친구다’라는 중국의 문화를 바탕으로 이번에도 서로 얘기할 만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현재 중국 10개 지역에서만 가능한 패스트 트랙의 핵심은 2주간의 자가격리를 해제해준 것이다. 단 한국에서 출국할 때와 중국에 입국할 때 각각의 진단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을 경우로 대중교통 이용은 금지된다. 하지만 기업에 상당히 부담되었을 2주간의 격리가 면제되면서 기업으로서는 큰 혜택을 받게 된 셈이다.
현재 국경을 완전히 폐쇄 조치한 나라가 많다. 이 경우 전세기로만 예외입국할 수 있다. 사실상 예외입국은 확진자가 낮은 나라에서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번 WTO 일반이사회 의제 중 하나로 논의된 한국 주도의 ‘상품 및 서비스의 흐름과 필수인력 이동을 원활히 하기 위한 행동계획에 관한 공동 각료선언문’에 합의한 국가는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캐나다 5개국이며 여기에 칠레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예외입국에 대한 관심도가 적은 이유와 그것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이번 코로나19는 1918년의 스페인독감 이상으로 인류 역사상 질병 때문에 겪는 가장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질병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경제활동을 통해 생계활동을 하는 두 가지 권리가 충돌한다. 우리처럼 확진자 수가 어느 정도 안정된 상황에서는 생계에 대한 염려가 강하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첫 번째, 즉 안전에 대한 부분이 더 크다. 교역 측면에서 중국 외에도 미국, 일본, 동남아 국가들 모두 우리에게는 중요한 국가인데 해당국들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여전히 많은 편이라 예외입국 논의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베트남에 한국은 1위 투자국이다. 삼성전자의 휴대폰이 베트남 전체 수출액의 25%를 차지한다. 베트남이 일반인은 물론 기업까지 완전히 봉쇄한 상황에서 삼성을 받아준 것은 다른 나라에는 전혀 없는 매우 예외적인 상황이다. 중국 역시 초기에 입국을 전면 금지했지만, 자국 내 코로나19 사태가 차차 완화되면서 방역이 우수한 한국과 외교 경로를 통해 협의하게 된 것이다. 물론 여전히 일반인 입국은 허용되지 않는다. 현재 베트남에는 3,200여 명이 예외입국했고, 중국 역시 패스트 트랙 이후 2,300여 명이 중국에 입국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코로나19가 1차에 종료될 시 –1.2%, 2차까지 연장되면 –2.5%까지 하락한다. 이에 비해 전 세계 경제성장률의 하락폭은 훨씬 크다. 1차 시 –6.0%, 2차까지 간다면 –7.6%다. 즉 상대적으로 우리가 안정적이지만 우리나라가 잘된다고 해서 세계경제가 같이 가는 건 아니다. 수출의존도 60%가 넘는 한국의 경우 수출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전체의 교역을 모두 살펴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받는 분야는 여행, 숙박, 요식업 등 서비스 업종이 대부분으로 제조업은 아직 큰 영향을 받고 있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이미 서비스업 비중이 60%가 넘기 때문에 이로 인해 수요가 줄면 제조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제조업은 가치사슬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물건의 이동뿐 아니라 필수설비 같은 경우 사람이 가야 하는데 인력 이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예외입국을 통해 끊어진 체인을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것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코로나19가 얼마나 갈 것인지, 그리고 백신 출시 시기와 관련 있다. 희망적인 시나리오는 내년 중반쯤으로 본다. 그 정도라면, –1.2%라는 수치가 적진 않지만 빨리 회복 가능할 것이다. 물론 더 길어진다면 상황은 심각해질 것이다.
유례없는 상황에서 WTO 협정이나 자유무역협정(FTA)이 지켜지기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예외적인 입국 허용은 무역 규범을 준수하려는 의지를 세계에 선도적으로 보여줄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방역 조치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어야 하지만, 보건 조치에 대한 신뢰성이 확보되는 측면이 있으므로 우리나라의 예외 조치가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코로나19의 성공사례로 싱가포르가 손꼽혔지만, 외국인 노동자로 인한 확진자 급증으로 순식간에 방역 낙후국이 되었다. 사실 어떤 나라도 장담할 순 없지만 우리나라의 방역은 여전히 압도적으로 훌륭하다. 구글 모빌리티 데이터(GMD)를 통해 사람들의 이동을 취합하는 데이터가 있다. 코로나 확산 직전인 1월 3일~2월 6일 기간 대비, 이후 같은 기간의 움직임을 관찰한 자료를 수집해보면 거의 모든 국가의 이동 수치가 떨어졌는데, 한국과 대만만 이동 제한의 영향을 받지 않고 경제활동과 생활을 동시에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관심이 많다. 대만, 일본,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이며, 독일의 경우 의존도가 높은 북유럽 몇몇 국가를 대상으로 이동 자유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예외입국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검사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예외입국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테스팅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에게 검사하면 의심되는 사람은 진단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테스팅 여력이 충분해야 가능하다.
2월 15일 | 2월 29일 | 3월 12일 | 3월 31일 | 4월 15일 | 4월 30일 | 5월 16일 | ||
Gloal | -15 | -15 | -14 | -37 | -33 | -32 | -25 | |
아시아 (위험↓) | 한국 | -11 | -23 | -11 | 2 | 2 | 19 | -8 |
대만 | -14 | 1 | -8 | -4 | -6 | -1 | -12 | |
중국** | -84 | -79 | -73 | -57 | -46 | -46 | -44 | |
홍콩 | -26 | -15 | -15 | -23 | -16 | -20 | -17 | |
아시아 (위험↑) | 일본 | -11 | -5 | -2 | -15 | -15 | -22 | -40 |
호주 | 4 | 8 | 5 | -37 | -35 | -34 | -26 | |
인도 | 2 | 1 | -1 | -66 | -62 | -64 | -77 | |
싱가포르 | -15 | -7 | -9 | -19 | -53 | -63 | -62 | |
북미 | 캐나다 | 11 | 10 | 1 | -42 | -40 | -34 | -40 |
미국 | 5 | 10 | 4 | -31 | -32 | -24 | -30 | |
유럽 | 프랑스 | 3 | -3 | 1 | -69 | -64 | -81 | -51 |
독일 | 6 | 9 | -2 | -28 | -16 | -52 | -35 | |
이탈리아 | 9 | -15 | -57 | -71 | -66 | -81 | -61 | |
스페인 | 4 | 3 | -10 | -77 | -71 | -83 | -76 | |
영국 | -11 | 5 | 2 | -55 | -49 | -51 | -74 | |
북유럽 | 네덜란드 | -9 | 1 | -5 | -31 | -23 | -30 | -36 |
스웨덴 | -10 | -2 | -7 | -13 | -8 | -27 | -19 | |
남미 | 아르헨티나 | -5 | -1 | 3 | -70 | -64 | -78 | -72 |
브라질 | 0 | -9 | 5 | -49 | -41 | -53 | -55 | |
멕시코 | 5 | 6 | 4 | -36 | -44 | -51 | -55 | |
아프리카 | 이집트 | 6 | 7 | -43 | -43 | -36 | -34 | -48 |
남아공 | -3 | 11 | -1 | -60 | -59 | -56 | -51 |
* Google Mobility Data(GMD) : 구글에서 발표하는 동선 데이터로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1.3~2.6일 대비 △소매점포 △식료품점 △공원 △대중교통 △직장 △거주지 등 6개 부문의 동선 변화를 국가별로 추적
**참고: 중국은 GMD가 발표되지 않아 ELI 역수로 추산. Global 지수는 GDP 가중평
출장을 다니는 것도 어려울 만큼 이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 부처에서 국제회의가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화상회의를 제안하고, 주도적으로 하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참여국이 많지 않지만, 그 노력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직접 만나서도 의견 표출이 어려운데, 화상회의는 사실 더 어렵다. 그럼에도 노력해야 변화가 있고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는 국제공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어느 한 나라가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중국을 비난하는 분위기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비난으로 교역질서를 깨는 것은 절대 좋지 않다. 단적인 사례로 지난 5월 호주에서 중국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가 호주의 4개 소고기 업체의 중국 수출이 금지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호주에서 수출 비중이 가장 많은 보리는 85.5%에 해당하는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받았다. 호주의 철광은 전체 76%를 중국에 수출하는 상황이라 더 심각하다. 현재 호주가 WTO에 제소한 상황인데, 서로 책임을 전가해 소용돌이에 빠져들면 결과적으로 서로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각국에서 공조해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안전에만 치중해서 경제를 손 놓고 있을 순 없다. 안전과 경제를 병행하는 노력 역시 중요하다.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위기 속에서 지금 가장 필요한 글로벌 리더십이 부재한다. 미국과 중국 모두 근거도 없는 비난이나 보복으로 유아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이럴 때 세계가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백신 개발의 나라별 배분 문제 등에 대해서도 정부에서 지속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 또한 필수인력의 이동 완화와 관련한 지침을 WTO에서 만들면 가장 좋지만, 사실상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중국, 칠레 등의 국가는 우리와 같은 입장이다. 앞으로는 중국과의 패스트 트랙 제도를 포용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검사 능력을 지원할 수 있는 여건이다. 그 부분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통해 국가를 늘려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