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무역 지상 중계
동물용 의약품 시장
동남아·중동 등 성장시장 판로개척
㈜중앙바이오텍
글 오인숙 기자 사진 지다영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많은 수출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중앙바이오텍은 올 상반기 현재 지난해보다 10% 이상 성장하는 쾌거를 거뒀다. 코로나19에도 불구 동물용 의약품 시장은 비교적 영향을 덜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비중이 높은 베트남에서 코로나19 무풍지대라고 할 만큼 감염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은 것도 행운이었다.
중앙바이오텍은 소, 돼지, 닭, 어류 등 산업용 동물과 개,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 관련 의약품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백신제제를 제외한 영양제, 생균제, 항생제, 구충제, 살충제, 소독제 등 거의 모든 제품을 생산한다. 사람을 위한 약품과 마찬가지로 동물용 의약품 역시 엄격히 관리된다. 농림축산검역본부나 한국동물약품협회의 허가를 받아야 생산 판매할 수 있다. 수출을 위해선 거쳐야 할 관문도 만만찮다. 해당 나라에서 제품을 허가받는 데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만큼 등록 기준이 까다롭다.
대표 제품은 비타민·미네랄·아미노산 종합영양제 ‘퍼마졸-500(Permasol-500)’이다. 독자적인 제조기술로 만든 국내 최초의 유일한 과립제다. 안정성과 용해성을 높여 오랫동안 보관해도 제품이 변하지 않고, 물에 쉽게 녹는 게 특징이다. 1970년대에 개발한 이 제품은 꾸준한 품질 업그레이드로 해외에서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효자 상품이다. 수출의 40%를 차지할 만큼 한국을 대표하는 과립형 종합영양제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엄준용 사장은 “지난해 베트남 출장 시 농장주들이 정말 좋은 제품이라고 극찬하며 고마워하던 기억이 생생하다”라고 전하며 “예전부터 유명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1등 제품, 모든 수출국에서 선호하는 대표 상품”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 밖에 살충제 ‘싸이퍼킬러’, 생균제 ‘CYC-100’, 복합항생제 ‘암피콜리’, 구충제 ‘하트세이버’ 등을 수출하고 있다.
오랜 파트너십으로 안정적인 수출물량 확보
중앙바이오텍은 동물용 의약품 시장의 태동기라고 할 수 있는 1971년 창립됐다. 세계무대를 목표로 수출에 집중해 일찍부터 해외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1995년 ‘5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고, 2000년대 초반까지 동물용 의약품 시장에서 국내 1위 기업으로 입지를 탄탄히 다졌다. 그런 만큼 20년 이상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해외 고객사가 많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상당해 그때 맺은 고객사와의 인연이 지금의 안정적인 수출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난관이 없을 리 없다. 가장 큰 애로사항은 기업의 규모다. 중앙바이오텍이 거래하는 대부분의 고객사는 동남아시아 축산 분야에서 규모가 아주 큰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이다. 그렇다 보니 신규 거래처 개척 시 회사 규모가 작다고 잘 만나주지 않거나, 어렵게 자리를 갖더라도 자칫 분위기에 휩쓸려 스스로 위축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나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2018년 신규 거래처 개척을 위해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습니다. 매출액 1조 원 규모의 축산회사였어요. 그룹 부회장과 사장이 마련한 만찬 자리에서 중국 한시를 암송하고 마지막 구절로 건배를 제의해 분위기를 반전시켰습니다. 이후 좋은 관계를 유지해 신규 거래처로 확보했고, 오는 사사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중국에 제품을 수출할 예정입니다.”
엄준용 사장은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고객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문화를 잘 이해하고 감성적으로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작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동물용 의약품 시장
중앙바이오텍은 검증된 원료로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시설과 기준에 맞춰 제품을 생산한다. GMP는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원료부터 생산과정, 생산 후 관리까지 엄격한 기준을 거쳐 허가하는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기준이다. 영양제류 및 액상제품 제조에 차별화된 독자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가장 유망한 수출시장은 동남아시아와 중동으로, 향후 수출전망은 매우 밝다. 1인당 국민소득이 올라가면 육류 소비가 늘어 축산 분야의 성장이 계속되는 만큼 약품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축산뿐 아니라 반려동물에 대한 바이어들의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K-팝과 K-바이오 등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도 수출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국내 동물용 의약품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지만, 동남아시아와 중동은 지금이 성장기입니다. 새롭게 아프리카 시장도 개척할 계획입니다. 비록 시장 규모가 크진 않지만, 식량산업은 중요한 국가사업인 만큼 전문성을 가지고 시장을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 전시회가 취소되고 바이어와의 만남이 어려워지면서 신시장 개척에 비상이 걸렸다. 엄준용 사장은 “한국무역협회와 코트라(KOTRA)에서 개발하고 있는 화상 미팅 등 언택트 무역 활성화 방안을 활용할 계획이다. 관련 기관에서 동물용 의약품 전문인력을 배치해 허브 역할을 해준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며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길 기대했다. 아울러 현지에 있는 타사의 주재원이나 해외 인맥 등을 활용한 시장개척 노력도 꾸준히 이어갈 방침이다.
“동물이 건강해야 사람도 건강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좋은 약을 만들어 동물과 인류의 건강,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중앙바이오텍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