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무역 지상 중계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세계시장 공략한다
재경전광산업㈜
글 오인숙 기자 사진 한상훈
재경전광산업㈜은 특수 전구 전문기업이다. 수출물량이 매출액의 95%를 차지한다.
창사 이래 30여 년간 수출에만 주력한 결과물이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을 생산하다가 몇 년 전 자사 브랜드를 출시했다. 현재는 브랜드 이미지와 인지도를 높이는 단계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인정받아 세계무대에서 크게 활약할 날이 멀지 않다.
재경전광산업에서 생산하는 특수 전구는 일반 전구와 달리 빛이 아닌 열을 내는 데 목적이 있다. 주로 양돈·양계용, 의료용, 욕실용으로 사용된다. 가장 큰 시장은 양돈·양계 시장이다. 온도에 민감한 새끼 돼지나 병아리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는 데 쓰인다. 의료용으로는 근적외선 치료기인 조사기가 대표적이며 미국과 호주 등에서는 욕실을 따뜻하게 데우는 용도로도 많이 찾는다. 그 밖에 레스토랑이나 뷔페에서 음식을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한 용도, 자동차 도장 건조, 적외선을 사용한 홍삼추출기 등 산업용으로도 다양하게 쓰인다.
기술경쟁력 확보만이 살길
재경전광산업은 1990년 김학운 대표의 부친이 창업했다. 국내 대기업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김 대표가 부친의 회사에 합류한 것은 1994년이다. 그전까지 국내 무역회사를 통해 간접 수출하던 재경전광산업은 글로벌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로닉(GE)의 제품 테스트를 통과하면서 직접 수출의 길을 열었고, 이에 따라 수출 전담 인력이 필요했던 것. 재경전광산업은 GE를 시작으로 필립스, 오스람 등 세계적인 기업에 적외선전구와 옥외용 시큐리티 라이팅과 같은 특수 전구를 공급했다.
김학운 대표는 “우리만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른 회사에서 모방할 수 없도록 고품질 제품을 유지하는 것이 살길”이라고 강조한다.
“1996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특수유리 자동생산시스템’은 저희 제품이 전 세계로 퍼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고 품질 경쟁력도 높아졌습니다. 덕분에 외환위기를 거뜬히 넘기며 2000년까지 호황을 누렸습니다.”
2002년에는 수년간의 연구 끝에 ‘루비스테인’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적외선 파장을 극대화하기 위해 유리에 특수한 화학반응을 일으켜서 안쪽으로 붉은색을 침투시키는 기술이다. 회사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성장을 거듭했다. 매년 매출액의 5%를 제품개발에 투자, 미래를 준비하는 데도 소홀하지 않았다.
하지만 늘 성공만 함께한 것은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어려운 고비도 많았다. 그중 지난 2003년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한 것이 가장 큰 패착이었다. OEM 위주로 수출하던 재경전광산업은 그해 처음으로 미국에 자사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출시했다. 여러 기업에서 주문이 쏟아졌고, 한국에서는 감당하기가 어려워 중국으로 공장을 확장 이전했다. 승승장구할 것만 같던 사업에 문제가 생긴 건 그로부터 불과 몇 년 후였다. 중국 내 인건비가 오르고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가 시작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8년 쓰촨성 대지진과 베이징올림픽 개최로 전기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몇 달간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결국 바이어의 신임을 잃었고 자연히 주문도 끊겼다.
“그 많던 기업이 모두 떠나고 필립스와 GE만 남았습니다. 중국에 투자한 500만 달러어치의 설비도 가지고 들어올 수 없었고요. 한국 공장에 남아 있던 일부 라인을 가지고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품질·가격 모두 갖춘 자사 브랜드로 승부
다시 돌아온 한국 시장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 많던 전구업체가 모두 문을 닫았고, 부품회사들은 해외로 이전해 한국에서 조달 가능한 부품이 없었다. 결국 유리 원료부터 작은 부품까지 모든 원자재를 국내에서 자체 생산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국내에서 특수 램프를 직접 만들어서 수출하는 곳은 저희 회사뿐입니다. 10여 년간 자체 생산으로 안정화를 이룬 덕분에 2017년부터 바이어도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무렵 자사 브랜드도 새롭게 출시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최저임금 인상이 계기가 됐습니다. OEM으로는 도저히 고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택한 길인데 그것이 전화위복이 됐습니다.”
2017년 새로운 브랜드 ‘히트플러스(Heatplus)’를 출시하고 매해 20~30곳의 해외 전시회를 다니며 제품을 홍보했다. 그 씨앗이 열매를 거두려는 찰나, 코로나19라는 위기와 맞닥뜨렸다.
“올해가 좋은 타이밍이었는데 아쉽긴 합니다. 그래도 매출은 지난해보다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재택근무로 인해 외곽으로 이동하는 미국인이 늘면서 전원생활과 관련된 제품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자사 브랜드와 OEM 주문이 늘고 있습니다.”
재경전광산업은 현재 전 세계 3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OEM 제품은 대부분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하고, 자사 브랜드는 러시아, 베트남, 태국, 캐나다 등 세계 여러 곳에서 주문이 들어온다. OEM 대비 자사 브랜드의 매출은 10%를 차지한다. 앞으로의 목표는 자사 브랜드의 매출 비중을 50%까지 늘리는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에 개발한 ‘브루더 램프(Brooder Lamp)’에 대한 기대도 크다. 양계농장의 가스히터를 대체하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제품이다.
재경전광산업은 앞으로 신소재 제품 개발 등 연구개발에 힘써 꾸준히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