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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 개혁을 위한
규범 개선 방향과 한국의 역할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국제학 박사(국제통상)

세계무역기구(WTO)는 1995년 출범한 이래 무역자유화를 통한 세계 무역과 경제의 성장·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출범 25주년을 맞이한 WTO는 축제 분위기가 아닌 창설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WTO체제는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로 다자무역협상의 성과를 도출하지 못하는 등 오랜 진통을 겪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보호무역주의의 확산과 2017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집권 이후 미·중 갈등의 표출은 국제통상환경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WTO체제의 근본적 한계를 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미국은 2019년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을 계기로 75개 다른 회원국과 함께 다자적 차원의 전자상거래 규범에 대한 논의 재개 의지를 재천명하였다.
사진은 2020년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50차 세계경제포럼.

WTO체제의 위기는 체제 내부적인 요인과 외부적인 요인에서 기인한다. 우선 2001년 출범한 ‘도하개발어젠다(DDA)1)’ 다자협상은 현재까지도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하지 못한 채 변화하는 국제통상환경을 반영하는 새로운 무역규범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WTO는 회원국이 164개국에 달하는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어 주요 사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어렵다. 게다가 자유무역 수준의 심화를 추구하는 선진국 회원국들과 개발 의제를 중시하는 개도국 회원국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기 힘든 내재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와 더불어 회원국들의 총의(Consensus)에 의해 합의가 도출되는 WTO의 의사결정 방식과 다자협상의 ‘일괄타결(Single Undertaking)2)’ 원칙은 회원국들에 의한 자발적 규범 준수가 생명인 다자무역체제의 정합성과 안정성을 제고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반면, 체제의 경직성과 비효율성을 야기하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

1) 도하개발어젠다(DDA ; Doha Development Agenda)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된 제4차 WTO 각료회의에서 출범. DDA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 이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시작된 9차 다자간 무역협상이며, WTO 출범 이후 첫 번째 다자간 무역협상이다.

2) 일괄타결방식(Single Undertaking)
일괄타결방식은 “모든 것이 타결되기 전에는 아무것도 타결된 것이 아니다.(Nothing is agreed until everything is agreed)”라는 GATT 이래의 협상원칙이다. 회원국은 협상 결과에 서명할 때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 서명할 수 없으며, 모든 협상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

WTO체제 ‘위기’의 원인 진단과 현황

이와 같은 WTO의 의사결정시스템과 다자협상의 교착 상태로 인하여 초래된 WTO의 입법 기능의 공백은 WTO 패널과 상소기구가 기존 규범에 부재한 내용을 현실 상황에 맞게 해석 및 적용하도록 하여 분쟁해결기구(DSB)에 의한 ‘사법적극주의(Judicial Activism)’ 문제를 야기하였다.
DDA 다자협상의 교착 상태 장기화로 인하여 초래되는 새로운 무역규범의 부재 문제는 지역무역협정(RTA)3)의 체결을 통해 새로운 분야에 대한 무역규범이 만들어지며 지역무역주의를 더욱 확산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미국이 주도하여 새로운 무역규범의 틀(Template)을 만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모두 기존 WTO 규범이 다루지 못하고 있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규정을 협정에 포함시키고 있으며 보다 높은 자유화 수준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국영기업, 디지털 무역, 수산보조금, 환율정책 및 비시장경제국 관련 분야는 주요 교역국들이 다수 참여하는 ‘메가 FTA’를 통해 규범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WTO체제의 내부적 요인과 함께 외부적 요인도 WTO체제의 위기를 더욱 가속화한 측면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확산되기 시작한 보호무역주의의 기조는 2017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무역법 301조, 무역확장법 232조를 비롯한 보호무역주의 성향의 정책이 도입되면서 다른 주요국의 통상정책에도 보호무역주의를 확산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2016년 중국의 비시장경제지위4) 졸업을 앞두고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국내 반덤핑 규정을 개정하여 불리한 가용정보(AFA; Adverse Facts Available), 특별시장상황(PMS; Particular Market Situation) 등을 활용한 고율의 반덤핑 관세 부과를 가능하도록 하였다. 중국의 환율조작 문제를 오랫동안 제기해온 미국은 국내 상계관세 규정을 개정하여 상대 교역국이 환율정책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를 보조금 지원조치로 간주하여 상계관세 부과를 통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문제는 이러한 주요국들의 통상조치가 모두 WTO 규범과의 합치성 여부가 의심되는 것으로 다자무역체제의 정합성을 해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현 WTO체제의 위기를 증폭시킨 계기는 미·중 무역 갈등으로 표출된 미국의 중국 부상에 대한 견제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자무역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바탕으로 양자 무역협상과 일방주의적 통상정책을 중심으로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효과적으로 다루고자 하면서 결과적으로 다자무역체제를 약화시켰다. WTO 분쟁해결제도를 통해 오히려 미국의 수입규제 제도가 정당성을 잃게 되고 중국의 국영기업을 통한 보조금지원제도 등이 정당성을 확보하게 되는 방향으로 WTO 분쟁 판례가 축적되면서 미국이 WTO의 사법 기능도 불신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3) 지역무역협정(RTA; Regional Trade Agreement)
인접 국가나 일정 경제권역을 중심으로 역내 국가 간에 체결하는 지역 간 경제통합을 말한다. 자유무역협정, 관세동맹, 공동시장 등을 총칭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4) 시장경제지위(MES; Market Economy Status)
우리나라가 어떤 국가에 ‘시장경제지위’를 부여했다는 것은 해당국의 물건 가격이 정부의 영향 없이 시장에서 결정된다고 인정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2001년 12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때 ‘이행 기간 15년간 비MES 국가로 분류된다’는 차별조항에 동의했다. 이후 중국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MES 지위 획득을 위해 노력해왔다.

WTO 개혁을 위한 새로운 무역규범 협상 방식

최근의 다자무역규범 협상은 복수국 간 협상 방식으로 진행되며 새로운 분야에 대한 자유화 수준 제고에 준비가 되어 있는 일부 WTO 회원국들이 선제적으로 규범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다자무역협상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협상 타결 방안으로서 복수국간무역협정(PTA; Plurilateral Trade Agreement)5)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 2017년 제11차 각료회의에서도 전자상거래 분야 등에 대한 무역협상 진전의 방법으로서 복수국 간 협상을 통한 추진이 제안되어 현재 80여 국가가 전자상거래 규범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복수국 간 무역협상 방식은 DDA 협상이 정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협상 타결을 위해 모든 협상 의제가 일괄적으로 합의되어야 하는 일괄타결 원칙의 현실적 대안으로서 WTO 회원국 중 무역자유화 증진에 뜻을 같이하는 일부 회원국 간 협상 타결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 방식은 WTO체제가 출범하기 전인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하에서도 도입되었는데, 1979년 도쿄라운드6)의 협상 결과물로서 채택된 9개 협정문(Codes)은 협정별로 서명한 회원국들에게만 협정의 의무와 혜택이 적용되는 형태로 채택된 바 있다. 또한 WTO 출범 당시에도 PTA 형태로 WTO 협정의 부속서 4(Annex 4)에 포함되어 있는 정부조달협정(GPA; Government Procurement Agreement) 등이 있다. GPA와 같은 PTA는 협정의 의무와 혜택이 협정에 가입한 회원국에게만 적용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 외에도 정보기술협정(ITA; Information Technology Agreement)과 같은 ‘임계질량(Critical Mass)’ 방식의 PTA가 있으며, 이는 정보통신기술(ICT) 제품의 원활한 교역을 위한 관세 철폐 목적으로 1996년 제1차 WTO 각료회의에서 타결되어 발효 당시 관련 제품과 산업 분야에서 90% 이상 규모의 교역을 하는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ITA와 같은 PTA는 협정의 의무는 참여국들에게만 적용되지만 협정의 혜택은 최혜국대우(MFN) 원칙을 적용하여 모든 WTO 회원국에게 제공된다는 특징이 있다.

5) 복수국간무역협정(Plurilateral Trade Agreement)
WTO협정의 부속서 4에 속한 복수국간무역협정으로 1995년 WTO 설립 당시에는 민간항공기, 정부조달, 국제낙농, 국제우육 등 4종이 있었으며, 이 중 낙농, 우육협정은 1997년 종료되었다. 우리나라는 정부조달 협정에만 가입되어 있다.

6) 도쿄라운드(Tokyo Round)
도쿄라운드는 포괄적 무역협상을 위한 교섭을 통칭한다. 1973년 9월의 GATT 무역협상 결과 채택된 선언으로 관세인하, 비관세장벽의 철폐, 세이프가드 완화 등의 무역자유화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분야 규범 논의 현황

현재 WTO 차원에서 복수국 간 무역협상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는 전자상거래(Electronic Commerce) 분야다. 2017년 제11차 WTO 각료회의에서 미국을 포함한 71개 회원국들이 전자상거래 공동선언(Joint Statement on Electronic Commerce)을 발표하며 WTO 차원의 전자상거래 확대를 위한 다자적 논의의 의지를 재확인하였고 이후 전자상거래 무역규범을 만들기 위한 탐색적 논의를 시작하였다. 2018년 한 해 동안 전자상거래 회의가 여러 차례 개최되며 전자상거래 관련 주요 현안들이 논의되었으나 대부분의 쟁점에 대하여 회원국 간 입장이 대립하였다.
특히 국경 간 정보 이전과 관련하여 미국 등은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컴퓨팅 설비의 현지화(Localization) 요구를 금지하는 의무 규정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EU는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높은 수준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또한 미국, EU 등 서방국가들과 매우 상이한 데이터 보호 체제를 갖고 있는 중국은 기본적으로 기존 WTO 규범 수준 이상의 자유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전자적 전송물에 대한 무관세화 조치와 관련해서도 개도국들은 현재 2년마다 무관세화 조치가 연장되는 형식으로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것을 영구적으로 무관세화하도록 결정하는 것에 반대하며 WTO 차원의 전자상거래 논의가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양상을 보였다.

이에 미국은 2019년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을 계기로 75개 다른 회원국과 함께 다자적 차원의 전자상거래 규범에 대한 논의 재개 의지를 재천명하였다. 제2차 전자상거래 공동선언을 채택하여 전자상거래 무역 관련 규범을 제정하기 위한 WTO 협상 개시 의지를 재확인하고, 높은 수준의 협상 결과를 추구하는 동시에 최대한 많은 수의 WTO 회원국의 참여를 독려하였다. 공동선언에서 명시한 2019년 3월 협상 개시 목표에 따라 2019년 3월 6일 ‘WTO 전자상거래 공동선언 회의’가 개최되었는데, 회의 종료 후 미국은 전자상거래 협상이 높은 수준의 협상 결과를 지향하고 있으며 구속력 있는 규범을 마련하고 모든 참여국에게 동등한 협정 의무가 부여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미국은 낮은 수준의 협상 결과가 도출된다면 WTO는 더 이상 변화하는 국제통상환경을 반영하지 못하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미국은 국경 간 정보 이전에 대한 규제 및 데이터 설비의 현지화 요건 등을 디지털 무역의 확대를 저해하는 실질적인 무역장벽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WTO 전자상거래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은 서방국 간에도 개인정보보호의 수준을 둘러싸고 EU의 입장과 대립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 회원국과는 자유화 수준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미국은 국경 간 정보 이전과 현지화 요구 금지 의무에 대한 예외 규정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반면, 중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개도국 회원국들은 ‘정당한 공공정책 목적(Legitimate Public Policy Objective)’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2001년 11월 10일,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된 WTO 제4차 각료 회의에서 중국의 WTO 가입이 승인되었다.

이와 같이 새로운 무역규범이 필요한 대표적인 분야로서 WTO 입법 기능을 되살리기 위한 대안적 협상 방식을 통해 적극 추진되고 있는 전자상거래 규범 협상은 협상 참여국 간 첨예한 입장 대립으로 합의 도출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전자상거래 규범 분야는 첨단기술을 둘러싼 패권 갈등으로 발전하고 있는 미·중 긴장 관계의 영향을 받고 있어 양국 간 갈등 해결이 선제되어야 전자상거래 분야의 다자적 규범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보조금 규제 강화를 위한 제안

올해 초 미국은 EU, 일본과 함께 공동선언을 발표하며 기존 WTO 보조금 규정의 개정을 통해 국영기업 및 산업보조금 문제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규범화 방향을 제안하였다. 금지보조금의 범위 확대, 조치가능 보조금의 규제 강화, 보조금 통보의무 강화, 시장왜곡 상황을 반영하는 반보조금 조치의 신설, 국영기업 보조금 규제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주요국들의 제안은 WTO 회원국들이 오랫동안 합의를 이루지 못한 WTO 보조금 협정의 개정 사안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다수의 국영기업을 통해 주요 산업 분야에 대한 보조금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중국 경제체제의 특성상 다자 규범 차원의 산업보조금 규제 강화는 최소한 중국의 체제 변화를 유도하거나 중국이 현 체제를 유지하는 한 WTO체제하에서 더 이상 공존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효과도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이 제안하고 있는 규범화 방향은 높은 수준의 무역규범과 의무를 담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다자무역체제 구축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같은 새로운 보조금 규범은 높은 수준의 무역규범을 수용할 수 있는 회원국과 수용이 어려운 회원국을 구분하는 일종의 기준점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포용성(Inclusiveness)을 강조해온 기존 다자무역협상 방향으로부터 선회하여 혜택과 의무를 모두 준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 회원국 중심의 배타적(Exclusive) 형태의 다자무역체제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바이든 행정부하에서의 미국의 통상정책 방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드러난 미국의 새로운 통상정책 방향은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과 ‘미국산 구매 우대(Buy America)’ 등인데, 기존 자유무역에 기반한 다자무역체제의 복원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상호주의(Reciprocity)를 엄격하게 추구하는 ‘미국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한(America First)’ 다자무역체제의 구축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바이든의 통상정책은 트럼프 정부와는 달리 동맹국과의 무역관계를 중시하며 보다 ‘다자주의적’ 접근방식을 추구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는데, 이는 자유무역을 수호하는 기존 다자주의를 의미하지는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에 불리하지 않은 공정한 무역(Fair Trade)을 추구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 노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기조 속에서 중국의 체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자무역체제의 기능을 복원시키는 노력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WTO 개혁 과정에서의 한국 역할

WTO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WTO의 입법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WTO 내 개도국 지위 문제의 해결이다. 중국과 같은 거대 규모의 시장과 성장역량을 지닌 회원국에게 개도국으로서 누릴 수 있는 특혜대우를 조건 없이 부여할 경우 새로운 무역규범이 도입되더라도 의무 규정으로부터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WTO의 입법 기능을 살리기 위한 규범 협상의 타결 이전에 개도국 지위 문제의 해결은 선결과제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이러한 방향으로 WTO 개혁을 추구하기 위해 WTO 상소기구를 볼모로 삼고 있는 형국이며, 향후에도 WTO체제의 틀 내에서 중국의 불공정무역 관행을 시정하기 위한 다자규범 개정 노력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개도국 지위 문제와 관련하여 미래 WTO 농업 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더 이상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다른 WTO 개혁 의제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복수국 간 무역협상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전자상거래 규범 협상을 비롯하여 WTO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수산보조금 규범 협상, 더 나아가 향후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보조금 규제 강화 규범 논의에 대한 대응이 중요한 시점이다.
전자상거래 규범화 방향과 관련해서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화 방향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이지만, ‘정당한 공공정책 목적’ 등 합리적인 예외 규정을 허용하여 디지털 산업의 발전과 함께 적절한 수준의 개인정보보호 제도가 균형적으로 모색될 수 있도록 협상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선제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과제는 개인정보보호 관련 국내 제도의 정비인데, 엄격한 사전동의 원칙의 완화 등 보다 실질적인 개인정보보호 규제를 위한 개선이 필요하며 EU의 ‘적정성 원칙(Adequacy Principle)’ 등을 참고하여 적절하고 다양한 데이터의 국외이전을 위한 근거를 만들 필요가 있다.

또한 향후 우리 디지털 산업 분야 기업들의 해외진출 기회를 염두에 두고 무역협정상 디지털 경제 협력 기반을 마련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현재 제안된 형태의 산업보조금 규범화 방향은 기본적으로 완벽한 시장경제체제를 갖추지 못한 다수의 WTO 신규 회원국 및 개도국 회원국에게는 부정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주요 규범화 방향은 한국과 EU, 일본 간에 발생한 WTO 분쟁 사건에서 제기되었거나 제기되고 있는 구조조정보조금 및 간접보조금 관련 사안으로 지지를 받기 힘들 것으로 평가된다.
한동안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보호무역주의적 통상환경과 WTO체제 내에서의 미·중 갈등 상황에 대응하려면 우리 기업의 보호를 위한 무역구제 제도상 ‘수비용’과 ‘공격용’ 무기를 두루 갖춰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코로나19 위기의 여파로 선진국들도 자국 경제의 회복을 위하여 상당한 규모의 재정 투입을 통해 사실상의 산업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국내 산업의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계관세 대응을 위한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방국 공조를 통한 대 중국 견제 전략을 강조한 조 바이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보다도
더 강경한 중국 정책을 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자료 : 코트라
트럼프 분야 바이든

- TPP 등 다자무역협정 지양

- 약식협정으로 의회 승인 우회 선호

무역협정

- CPTPP 등 다자무역협정 중시

- 무역 권한에서 의회 권한 존중

- 양자 협상으로 미국 이익 관철

- 무역법 301조 등 일방적 무역조치 단행

미·중 무역갈등

- 동맹국 공조 통한 대중국 견제 전략 강조

- 대중국 견제 필요성 동의, 지재권, 노동, 인권 등 근본 이슈에 천착

- WTO체제의 비효율성 비판

- 상소기구 위원 선임 반대

WTO

- WTO체제를 통한 국제 규범 중시

- WTO 개혁에 미국의 리더십 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