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과정 공개’가 만족으로 이어지는
‘투명사회’의 도래

강민정 코트라 무역투자기반본부 시장정보팀 차장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친 2020년, 우리나라의 방역 시스템은 K-방역이라 불리며 세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렇다면 K-방역의 핵심은 무엇이었을까. 답은 정보의 투명성이었다. 감염경로를 찾고 감염자의 동선과 접촉자 정보를 사회구성원에게 빠르게 공개해 확산을 막은 것이 주효했다. 투명성은 비즈니스계의 글로벌 트렌드이기도 하다.

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요구는 국가 행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과잉공급 시대에 살면서 사람들은 소비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나아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소비행위를 공유하며 자신의 가치관을 보여주려 한다. ‘#내돈내산’이라는 해시 태그가 유행하는 것도, 협찬을 받은 제품의 광고가 아니라 실제 나의 가치관이 반영되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더불어 내가 쓸 제품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공개 요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요구는 전 세계적인 추세인데, 과정을 공개하여 소비자를 사로잡은 중국과 터키, 일본의 비즈니스 사례를 소개한다.

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클라우드 현장감독 서비스

클라우드(Cloud) 현장감독 기술이란 온라인을 통해 한정된 인원이 아닌 누구나 건설, 물품 제조 등의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방식이다. 폐쇄회로TV (CCTV)는 한정된 인원만 접근할 수 있고 인위적인 편집이나 조작이 가능하지만 클라우드 현장감독 기술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클라우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사회적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클라우드 현장감독 기술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 우한의 훠선산과 레이선산 임시병원 건설 현장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병상이 부족해지자 작년 1월 25일 중국 정부는 훠선산 등 임시병원 건설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그리고 중국 국영방송사 CCTV는 같은 해 1월 27일부터 인터넷으로 공사 현장을 생중계하기 시작했다. 누구나 동영상 플랫폼 ‘양스핀’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병원 건설 현장을 생중계로 볼 수 있게 했다. 공사 현장에는 여러 각도의 고정 카메라를 설치해 사각지대가 없도록 더욱 신뢰를 높였다.
그간 중국 사회는 부실 공사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등 급조하는 건축물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팽배했다. 이번 임시병원 역시 급하게 지어야 했던 만큼 사회적 우려가 컸다. 중국 정부는 클라우드 현장감독 기술을 통해 이런 우려와 불안을 해소하고자 했고 국민은 24시간 누구나 접속해서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부실과 위험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공감했다.

인터넷으로 공사 현장을 생중계한 중국 훠선산 병원
스포츠 선수를 내가 직접 발굴, 스카우티움

터키는 프로 리그 4단계, 총 클럽 수 125개의 축구강국이다. 아마추어 리그도 이스탄불에만 4개 리그에 582개 팀, 활동선수가 1만2,525명에 이른다. 이렇게 탄탄한 선수층과 리그를 갖췄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마추어 리그 선수들의 프로무대 데뷔가 쉽지 않다. 선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스카우티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 형태로 스카우팅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대중의 참여로 아이디어를 얻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보통 선수 1명의 정보를 얻기 위해선 스카우터에게 평균 150달러의 비용을 지급하는데, 스카우티움 서비스를 이용하면 50달러로 약 100명의 정보를 볼 수 있다. 실제 2020년 6월 현재 300개 이상의 프로와 아마추어 구단이 스카우티움 회원사로 가입했고 25개 구단이 정기 유료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300개
프로와 아마추어 구단이
스카우티움 회원사로 가입
50 달러
약 100명의
선수 정보 확인
크라우드소싱 방식으로 축구선수를 발굴하는 터키의 스카우팅 프로그램.
도시락 매장 24시간 유튜브 방송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도시락을 만들어 판매하는 매장모습을 유튜브를 통해 24시간 방송하는 곳도 생겨났다. 코로나19로 배달 음식과 포장 판매가 늘어나자 제조과정, 위생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을 해소하며 마케팅포인트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의 신뢰에 기반한 비즈니스나 마케팅은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더욱활발히 전개될 것이다. 도쿄 가메이도역 근방에 위치한 도시락 전문매장 '키친DIVE'는 이미 2018년 8월부터 점내 모습을 유튜브로 생중계하기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에 방송한 것이 인터넷상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을 계기로 현재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손님들은 매장상황과 재고를 파악할 수 있어서 좋고 가게 입장에서는 손님들에게 신뢰를 주는 동시에 도시락을 훔쳐가거나 클레임을 거는 손님이 줄어 좋다. 특히 매출도 5%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일본 도시락라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