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민규 기자 사진 이소연
세계 각국은 글로벌 시장의 성패를 결정하는 국제표준 주도권 확보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도 표현되는 국제표준 제정기구에서 대한민국의 이익을 대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세계 표준의 날 기념식’에서 동탑산업훈장을 받은 이정준 국제표준전문가를 만났다.
이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등 세계 3대 국제표준 제정기구에서 국제표준을 주도적으로 제안하고 개발에 참여하며 다른 나라의 동향을 파악해 국내 기업에 전달하는 등 국가와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민간 외교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자격증은 없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여야 합니다. 저는 LS일렉트릭에서 30년 넘게 관련 연구개발에 임해왔으며 최근에는 스마트 팩토리 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표준전문가로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내 스마트시티특별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 중입니다.
이 미래 먹거리인 4차 산업혁명과 그 출발점인 인더스트리4.0의 근간은 데이터입니다. 데이터는 발생된 관련 산업 영역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 산업 영역에 걸쳐 활용되기 때문에 표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교통카드는 표준을 따르지 않고 지역별 독자적인 방식을 사용했어요. 지역 간 호환이 이뤄지지 않아 나중에 이를 통합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었습니다. 표준화가 먼저 이루어졌다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었겠지요.
이 한 기업이 제품을 개발해 그 모델에 적용된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지정받는다면 그 시장을 선점하게 됩니다. 또한 후발 기업들이 표준을 통해 시장에 참여하게 되면 시장의 파이가 커져서 훨씬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국제표준을 보유한 기업은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수출이 늘고 기업의 고용 창출이 이루어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집니다. 또한 시장 진입을 까다롭게 하는 국제표준을 정해서 다른 기업이 최대한 진입하지 못하게 막는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국제표준전문가는 기술 전문성을 기반으로 해박한 표준화 지식 및 협상 스킬, 축적된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하므로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국제표준전문가 양성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International Electrotechnical Commission)의 표준화관리이사회(SMB; Standardization Management Board)에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활동했습니다. IEC는 전기, 전자, 통신, 원자력 등의 분야에서 각국의 규격·표준을 정하는 국제기관으로 2020년 현재 정회원 62개국, 준회원 27개국 등 총 89개국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중 단 15개국만이 SMB에 참여할 수 있는데 한국은 1997년부터 이사국 멤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IEC 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SMB가 IEC의 방향성과 의사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국의 이익을 위해 SMB 멤버가 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 표준화가 결정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다 보니 기술 개발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정보기술(IT) 기업은 표준화 작업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가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논의하는 ‘비파괴혁신기술(ahG 60-Disruptive Technology)’의 의장을 맡아서 향후 방향성을 IEC 마스터플랜에 반영했습니다. 또 제 임기 내에 우리나라가 주도해서 제안한 착용형 디바이스 기술위원회(Wearable Devices TC)를 설립하고 우리나라를 그 간사국에 지정될 수 있게 한 것도 기억납니다.
국제표준전문가 자격 요건이 특별히 정해져 있지는 않다. 단 ITU, ISO, IEC 등 국제표준 제정기구에서
활동하려면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국제표준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다는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 후 국제표준 제정기구에 국제표준전문가로 등록한 다음 활동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