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편집실
농업이 첨단산업으로 주목받는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농업의 고정관념을 뒤흔들 각종 기술과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농업을 뜻하는 ‘Agriculture’와 기술을 뜻하는 ‘Technology’가 만난 애그리테크(Agri-Tech)가 주목받아 이제 본격적으로 비즈니스 움직임이 거세질 전망이다.
우리 기업들이 과거 중동 사막에 빌딩을 세웠다면 이제는 사막에 스마트 팜을 건설한다. 비즈니스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일손을 줄이는 획기적인 농업 로봇, 지역 활성화 개발과 농업의 결합, 컨테이너 농장 등 기업들의 애그리테크 비즈 현장을 살펴보자.
오만은 물 부족 국가다. 오만의 면적은 우리나라의 3배가 넘지만, 국토의 3분의 2가 사막이다. 심지어 땅의 93%가 경작이 불가능하다. 오만은 이런 악조건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제한된 경지 면적과 수자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만 농수산부는 태양광 담수화 기술이 내장된 첨단 온실, 수경재배, 수직농업, 세류 관개(Drip Irrigation), 높은 토양 염도를 견딜 수 있는 농작물 개발 등 다양한 해결책을 연구해왔다. 6,000개가 넘는 오만 온실농장 중 대부분은 수경재배 방식을 도입했다. 이에 더해 오만 기업 무스카트 호라이즌스 인터내셔널(Muscat Horizons International)은 600㎡ 규모의 파일럿 온실인 알 아르판(Al Arfan) 농장에 ‘아쿠아포닉스(Aquaponics) 방식’을 도입하여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아쿠아포닉스란 물고기 양식 아쿠아컬처(Aquaculture)와 하이드로포닉스(Hydroponics)라 불리는 수경재배의 합성어다.
알 아르판 농장에서 도입한 아쿠아포닉스는 균형 잡힌 생태계 순환 시스템을 이용한 농업 방식이다. 민물고기 배설물(암모니아)은 니트로소모나스, 니트로박터 등의 여과 박테리아에 의해 아질산, 질산의 순서로 분해된다. 질산으로 분해된 배설물은 식물 영양소로 사용되며, 영양소 흡수로 암모니아가 제거된 물은 다시 물고기 양식장으로 순환된다. 알 아르판 농장은 100% 친환경적인 에코 시스템을 이용해 민물고기를 양식하고, 유기농 채소·과일을 재배한다. 또한 기존 어류 양식에서 발생하는 산업 폐수를 재활용할 뿐 아니라 비료 대신 사용해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노지에서 1kg의 상추를 키우는 데는 평균 85ℓ의 물이 필요하고 수경재배 방식을 이용할 경우 22ℓ의 물이 필요하다. 그러나 알 아르판의 아쿠아포닉스 방식은 16ℓ로도 같은 양의 상추를 재배할 수 있다. 물이 기름보다 귀한 사막국가 오만에 적합한 농업 방식이다.
멕시코 과나후아토주에 있는 베르데콤팍토(Verde Compacto)는 스마트 팜 시스템인 ‘훕스터(Huvster)’를 개발했다. 훕스터의 외관은 우리가 아는 흔한 농경지의 분위기가 아니다. 컨테이너 안에서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실제 채소가 자란다. 훕스터는 컨테이너 내부에서 스마트 기술을 이용해 채소를 재배하는 시스템으로 컨테이너를 식물공장으로 탈바꿈시켰다.
훕스터에서는 독창적으로 식물을 기르는데, 이 재배 양식을 ‘에어로포닉스(Aeroponics)’라고 한다. 컨테이너 속에서 작물을 공중에 매단 채 재배하는 에어로포닉스를 도입해 좁은 공간에서도 효율적으로 많은 채소를 재배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기후나 토양 성분에 상관없이 채소 재배가 가능해 안정적으로 다량의 작물을 생산할 수 있어서 일반 재배보다 ㎡당 약 200배나 많은 채소를 재배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작물을 수확할 때까지 모든 기능이 100% 자동화로 작동하며 외부 환경과 무관하게 최고의 품질을 만든다. 훕스터를 활용하면 주차장, 벽, 아파트 베란다 등 어느 공간에서나 직접 채소를 기를 수 있고 거의 모든 채소의 재배가 가능하다. 훕스터 스마트 컨테이너 팜이 한국 시장에 들어온다면 큰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다. 설치만 하면 채소들이 알아서 무럭무럭 잘 자라는데 누군들 매력을 느끼지 않을까!
프루투라(Frutura)는 오스트리아 남부 지방인 슈타이어마르크주 하르틀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농산물의 생산-유통-마케팅을 총괄적으로 수행하는 회사다. 신선과일과 채소의 생산-보관-물류 시스템을 갖추고 마케팅 활동을 포함한 통합 시스템을 운영한다.
프루투라가 업계의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대형 글라스하우스 때문이다. 슈타이어마르크는 원래 오스트리아 내에서도 온천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프루투라는 이런 지리적 특징을 활용해 ‘풍부한 온천수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한 친환경 글라스하우스’를 건설, 운영한다. 프루투라 글라스하우스의 핵심은 지하 깊숙이 박힌 2개의 시추봉이다. 붉은색 봉은 온천수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파란색 봉은 글라스하우스에 사용된 후 차가워진 온천수를 다시 지하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단 한 방울의 온천수도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100% 온전히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완벽한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인 셈이다. 온천수의 온도는 최고 125℃인데, 끌어올려진 온천수는 일단 물탱크에 저장된 후 글라스하우스 내에 순환하면서 난방 기능을 제공하는 에너지 사이클을 형성한다. 프루투라의 글라스하우스는 100%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진 에너지를 채소 생산에 활용한 최초의 사례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