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ustry

코로나19와 ESG 변화 속
로봇산업

여준구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원장

우리나라 산업용 로봇은 자동차, 디스플레이, 반도체 이 3가지 산업 분야에 집중돼 있다. 다행히 이차전지 기술과 인체친화형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도하고 있고 초고속·대용량·초저지연 통신 네트워크 기술과 초연결 사물인터넷(IoT) 기술에서 최고기술 보유국의 기술을 추격 중이다. 로봇은 사용 목적과 활용 시나리오에 따라 관련 기술들이 연결돼 운용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한국의 주력 산업이 로봇산업과 연결될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KT가 현대로보틱스와 함께 개발한 서빙 로봇.

미국 정보기술(IT) 시장 연구기관 트랙티카(Tractica)는 2025년쯤 되면 세계 로봇 시장이 2,300억 달러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디지털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변화의 화두 안에서 로봇의 활용도나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에 세계 주요국에서 로봇 관련 연구개발에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투자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범부처 사업인 국가 로봇 이니셔티브(NRI; National Robotics Initiative) 1.0을 5년 기간으로 2011년부터 시작했고, 올해에는 미국위생협회(NSF), 미국항공우주국(NASA), 미국국립보건원(NIH), 미국농무부(USDA) 등 여러 부처가 참여하는 NRI 3.0을 론칭했다. 내용도 1.0, 2.0은 협동로봇에 중점을 두었다면 3.0은 로봇 기술의 인터그레이션(융합)에 중점을 두고 있다. 중국, 일본, 유럽 등도 대통령이나 총리가 국가 차원의 강력한 계획을 선포하고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경우 로봇혁명과 산업용 사물인터넷 이니셔티브(RRI ; The Robot Revolution & Industrial IoT Initiative)를 2015년에 발표했고 문샷 프로그램(Moonshot Program) 등을 통해 2050년까지 인공지능(AI) 로봇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처럼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를 선언하며 2016년부터 국립자연과학재단을 통해 Tri-Co(Coexisting-Cooperative-Cognitive) 로봇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EU 최대 연구 및 혁신 자금 지원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2020(Horizon 2020)’이 작년 말 종료되고, 이어 2021년부터 2027년까지 새로운 주기의 프로그램이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이라는 이름으로 재개되어 첨단 로봇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영국은 2019년부터 돌봄로봇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00년대에 들어서 지능형 로봇법을 제정하고(2008) 로봇 기본계획을 수립(2009년 1차, 2014년 2차, 2019년 3차)하는 등 국가 차원의 로봇 발전체계를 수립해오고 있다. 특히 제3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에는 로봇의 민간 자율 확산을 위해 표준모델 개발 및 실증 보급을 하기 위한 내용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서비스 로봇 분야를 선정해 사회적 약자를 함께 고려하고 민간 확산을 도모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해당 부분은 산업통상자원부의 로봇산업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진행되는데, 3대 제조업(뿌리·섬유·식음료)을 대상으로 과제별로 로봇을 활용한 표준공정모델 개발을 추진하면서 업종 및 공정별로 108개 로봇활용모델을 선행 개발하고 모델당 10개 기업에 대해 컨설팅 및 실증 보급할 계획이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는 로봇산업기술개발사업을 통해 관련부처와 협업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4대 서비스(돌봄·웨어러블·의료·물류) 분야의 로봇을 개발하고 사회적 약자에게 보급 및 실증 후 민간 확산을 꾀하고 있다. 이 밖에도 사업 내에서 차세대 3대 핵심부품(지능형 제어기·자율주행 센서·스마트 그리퍼) 및 4대 소프트웨어(로봇 SW플랫폼·잡는 기술SW·영상정보처리 SW·인간로봇인터랙션기술) 자립화 등 로봇산업 생태계 기초체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과제들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로봇 R&D 투자현황
산업용 로봇의 연간 도입 규모
국내 로봇,
자동차·디스플레이·반도체 산업 분야에 집중

로봇 기술의 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미국이 최고 수준의 로봇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본은 산업용 로봇 분야의 선두주자로서 하모닉드라이브 등 로봇 부품 분야의 강자다.
세계 로봇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후발 주자였던 중국은 이미 영상이나 AI 등 여러 로봇 첨단기술 면에서 공격적인 투자와 연구개발 및 인력양성으로 한국을 앞서고 있으며, 로봇을 가장 광범위하게 산업 현장에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통계상으로 보았을 때, 생산노동인력 1만 명당 로봇 대수로 표시되는 로봇밀도에서 세계 1, 2위를 하고 있고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의 80%가량을 차지하는 톱5 국가 중 하나이지만, 우리나라 산업용 로봇의 대부분이 현재 세계적인 국내 기업들이 있는 자동차, 디스플레이, 반도체 이 3가지 산업 분야에 집중돼 있으며, 로봇밀도의 경우도 국내 판매 로봇의 65%가량이 단순한 형태의 직교좌표형 로봇으로 배치돼 있다는 한계점이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나라의 경우 로봇 기술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대용량 장수명 이차전지 기술과 인체친화형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각각 최고 수준 대비 96%, 95%로 선도 그룹에 속한다. 초고속·대용량·초저지연 통신 네트워크 기술과 초연결 IoT 기술에서도 최고기술 보유국의 기술을 추격하고 있다. 각각 최고 수준 대비 90%, 88%로 추격 그룹에 속한다. 로봇은 사용 목적과 활용 시나리오에 따라 이러한 기술들이 연결돼 운용되는데, 한국의 주력 산업으로 꼽히는 자동차산업을 예로 들어 생각해보면 주변 환경인식을 위한 센싱 기술, 자율운행을 위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지능 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미래 자동차나 e모빌리티 플랫폼 시장의 우위를 가져올 수 있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로봇산업의 핵심 경쟁력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해보기로 하자. 로봇은 크게 산업용(Industrial) 로봇과 서비스(Service) 로봇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국내 산업용 로봇의 경우, 로봇을 적용할 해당 산업 분야에 글로벌 기업이 국내에 있어야 하며, 그 기업이 자동화와 로봇의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
그 이유가 인건비 절감을 통한 가격경쟁이든, 사람이 하기엔 위험도가 높든, 또는 생산 제품의 품질 균일화나 정밀화를 요구하는 경우든, 생산 공정에서 로봇 및 자동화의 필요성이 강하게 요구돼야 한다. 현재 국내 산업용 로봇이 자동차, 디스플레이, 반도체 이 3가지 산업 분야에 집중돼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3개 산업 분야 외에도 선박건조중공업·철강산업·항공물류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이 있다. 이러한 분야가 대체적으로 보수적인 산업이기는 하나, 인명 사고의 위험성을 줄이고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조속히 과감하게 로봇과 자동화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이는 국내 로봇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편 서비스 로봇의 경우, 로봇이 다양한 서비스 환경에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비대면 시대에 서비스 로봇의 활용도가 증가하며, 로봇과 함께하는 생활을 받아들이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서비스 로봇 시장 발전과 확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마켓앤마켓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서비스 로봇 시장이 2025년쯤에는 1,1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인수한 미국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네 발로 걷는 로봇 ‘스팟’.
로봇 시장점유율 전망치
산업 현장형 로봇개발을 위한 정책 개발 필요

국내 로봇산업 육성과 관련된 정책은 주로 산업통상자원부 기계로봇항공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기계로봇항공과에서 로봇을 활용한 신시장 창출 지원을 위한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 및 실행계획 수립 외에도 로봇 관련 범부처 협의기구인 로봇산업정책심의회 운영, 대한민국 로봇산업 기술로드맵 수립, 로봇산업 선제적 규제혁신 로드맵 및 실행계획 수립 등 다양한 로봇산업 육성정책을 이미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여러 내용 중 핵심적으로 세 가지를 제언해본다. 첫째, 담당 공무원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지속적인 정책 수립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로봇 시스템뿐만 아니라, 실증 및 인증을 포함한 첨단 로봇 요소기술 및 부품에 대한 지속적인 개발 지원이 요구된다. 셋째, 인력양성 부분인데, 로봇 개발 및 시스템통합(SI)에 필요한 인력양성뿐만 아니라 로봇회사에서 설치해준 로봇을 현장에서 운영·보수 관리가 가능할 수 있도록 기존 인력들의 재교육 또는 대체인력 양성 교육이 필요하다.
이 외에도 로봇산업 발전과 육성을 위해서 최근 몇 가지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MIT에서 개발한 소셜로봇 지보(Jibo)의 상용화 실패 사례나 협동로봇으로 크게 주목을 받던 리싱크(Rethink) 회사의 백스터(Baxter) 로봇의 사업 실패 사례를 들 수 있으며, 최첨단 로봇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경우 구글, 소프트뱅크, 그리고 현대자동차로 계속 주인이 바뀌는 동안 아직도 가시적인 판매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주요 부품 확보 및 품질관리 등 로봇 생산에 관련된 이슈들, 일반적인 기대와는 많은 차이가 있는 AI나 로봇 기술의 현주소, 개인 서비스 로봇의 경우 대상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적정 가격 형성의 어려움 등 여러 요인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러한 실패나 어려움 속에서도 세계적으로 로봇 수요가 점점 더 커지고, 로봇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이에 우리나라가 보유한 경쟁력 있는 기술과 산업 분야에 로봇을 접목해 해당 산업 분야의 경쟁력 증강뿐 아니라 국내 로봇산업의 발전과 세계적인 로봇 기업의 탄생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