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조명

미국의 플랫폼 반독점 패키지법
혁신과 선택을 위해 플랫폼 독점을 규제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 센터장 사진한경DB

2021년 7월 9일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경제와 산업의 독과점적 시장구조를 개선하고 경쟁제한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미국 경제에서의 경쟁 촉진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전인 6월 말에는 하원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공동 발의한 플랫폼 반독점 패키지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했다. 미국 정부의 이번 경쟁 촉진 행정명령과 플랫폼 반독점 패키지법안 발의는 향후 규제 강화의 범위가 예상보다 광범위하면서도 기존 경쟁 및 규제 정책의 틀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한국도 주목해야 할 이슈다. 이러한 미국의 정책 변화는 플랫폼 규제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플랫폼의 규제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가파(GAFA; Google, Apple, Facebook, Amazon)라 불리는 빅테크 플랫폼의 시장지배력이 지나치게 커지자
미국은 반독점법의 전면적인 정비와 함께 입법정책 제안을 펼치기 시작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는 경우에도 별도의 법률이 아닌 개별 사건에서 독점규제법을 적용해왔다. 같은 취지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서도 독점력 남용을 금지하는 ‘셔먼법(Sherman Act)’ 제2조와 경쟁 제한적 기업결합을 금지하는 ‘클레이튼법(Clayton Act)’ 제7조를 적용해왔다.
그러나 최근 가파(GAFA; Google, Apple, Facebook, Amazon)라 불리는 빅테크(Big Tech·거대정보기술기업) 플랫폼의 과도한 시장지배력으로 인해 소비자의 선택 감소와 사생활 침해, 혁신과 기업가 정신 침식, 자유롭고 다양한 언론 분위기 약화 등의 문제를 야기한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2020년 10월 미 의회 하원 반독점 소위원회는 ‘디지털 시장의 경쟁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통해 미국 반독점법의 전면적인 정비와 함께 정부가 기업의 무리한 합병을 방지하는 것을 권장하는 등 일련의 입법정책 제안을 펼치기 시작했다.

2021년 미국의 경쟁정책 관련 주요 진행 경과

3.5
컬럼비아대 법대교수 팀 우 백악관 기술경쟁정책특보 임명
6.11
미 하원 법사위 반독점 소위 민주당·공화당 공동으로 반독점 패키지법안 발의
6.15
컬럼비아대 법대교수 리나 칸 FTC 위원장 임명
6.25
미 하원 법사위, 반독점 패키지법안 통과
6.28
FTC가 제기한 페이스북 반독점소송(인스타그램, 왓츠앱 M&A) 1심 패소
6.30
아마존, 리나 칸 위원장의 자사 반독점법 위반조사 제척, 기피신청
7.7
알파벳(구글), 미국 36개 주와 워싱턴D.C. 검찰총장으로부터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피소
7.9
바이든 대통령, 경쟁 촉진 행정명령에 서명
7.14
페이스북, 리나 칸 위원장의 자사 반독점법 위반조사 제척, 기피신청
7.20
바이든 대통령, 조너선 캔터 변호사를 DOJ 반독점국장으로 임명
자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양당 공동 발의한 미국의 반독점 패키지법안, 법사위 통과

이 보고서를 기반으로 2021년 6월 25일에는 미 하원 법제사법위원회 산하 반독점 소위원회에서 민주당, 공화당이 공동 발의한 반독점 패키지법안, ‘더욱 강력한 온라인 경제: 기회, 혁신, 선택’이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는데 주요 법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 온라인시장의 혁신 및 선택에 관한 법률(American Innovation and Choice Online Act)은 자사 제품에 대한 특혜 제공, 즉 플랫폼의 자기우대(Self-Preferencing)를 금지한다. 플랫폼 자신의 제품·서비스·사업을 타 사업자에 비해 우대하거나, 반대로 타 사업자의 제품·서비스·사업을 배제하고 불이익을 주거나, 서로 유사한 지위에 있는 사업자들을 차별 대우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둘째, 플랫폼의 경쟁 및 기회에 관한 법률(Platform Competition and Opportunity Act)은 플랫폼의 반경쟁적인 인수합병(M&A)을 규제하는 것으로 플랫폼에게 M&A가 경쟁 제한적이지 않다는 입증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플랫폼이 상업 또는 상업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에 종사하는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재화·용역에 국한되지 않고 이용자의 이목을 끌기 위한 경쟁을 포괄하며, 추가적인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발생시키는 인수는 플랫폼의 시장지위를 강화 또는 유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셋째, 플랫폼 독점 종식에 관한 법률(Ending Platform Monopolies Act)은 플랫폼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사업에서의 시장지배력을 다른 사업부문에까지 전이하는 행위를 제한한다. 즉 제품·서비스의 제공 또는 판매를 목적으로 플랫폼을 사용하거나, 플랫폼에 대한 접근 또는 플랫폼에서의 우대 조건으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이해충돌을 발생시키는 다른 사업을 소유, 지배하거나 그에 대한 수익권을 갖는 것을 금지한다.
넷째, 경쟁 및 호환 촉진을 위한 서비스 전환 지원 법률(Augmenting Compatibility and Competition by Enabling Service Switching Act)은 플랫폼 간 데이터 이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플랫폼을 규율한다. 이용자가 소셜미디어를 보다 쉽게 탈퇴하고 자신의 콘텐츠를 쉽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한다. 즉 데이터 이동권(Data Portability)과 상호작용성(Interoperability)을 이용해 사업자 및 고객의 진입장벽과 전환비용(Switching Cost)을 낮추고자 하는 법안이다.
다섯째, 기업 M&A 신청비용 현대화에 관한 법률(Merger Filing Fee Modernization Act)은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DOJ)의 예산 확충을 위해 10억 달러가 넘는 M&A에 대해 신청 수수료를 인상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미국의 플랫폼 독점규제 입법안, 경쟁의 구조와 과정에 초점 맞춰

반독점규제법 집행을 이끌고 있는 수장은 올해 6월 15일, 32세 나이에 FTC 위원장으로 임명된 리나 칸(Lina Khan) 전 컬럼비아대학교 로스쿨 교수다. 그는 그동안 독점규제의 근거가 된 소비자 후생 기준으로는 플랫폼을 규제할 수 없기 때문에 경쟁 구조와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플랫폼 기업의 사업 영역을 제한하고 M&A를 통한 시장지배력 확대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반독점 패키지법안은 기존 반독점법이 가격인상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거대 기업을 규제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페이스북, 구글과 같이 소비자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에게는 적용하기 힘들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여기에 더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경제와 산업의 독과점적 시장구조를 개선하고 경쟁제한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경쟁 촉진 행정명령을 내려 FTC, DOJ 등 경쟁 당국뿐만 아니라 농림, 산업, 국방, 보건, 에너지, 노동, 교통, 주택 등을 관장하는 10여 개 이상 부처들에 72개의 의무적 조치와 권고적 조치를 시행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FTC의 과거·미래 M&A 사례 검토 권한 부여, 백악관 경쟁위원회 신설로 빅테크 기업 경쟁행태 상시 확인, 망 중립성 정책 복원, 인터넷 제공업체의 과도한 계약 해지 수수료 금지, SNS 등 플랫폼 기업의 이용자 데이터·개인정보 보호 책임 확대, 노동자 단체교섭권의 보장 및 확대하는 단결권보호법 보완이 포함돼 있다.
판례법 국가에서 이처럼 많은 성문법을 제안하는 것은 이례적이며, 또한 세계 최고의 선진국에서 경쟁정책을 위해 산업정책까지 총동원하는 것도 보기 드문 일이다. 한편 행정명령과 반독점 패키지법안은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인 빅테크 규제에 소극적이던 태도에서 변화를 선언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미국 빅테크를 규제하려는 유럽연합(EU)의 인식이나 규제동향과 유사하다는 점도 흥미롭다. 또한 정보기술(IT) 기업 친화적인 민주당 정부가 이들에 대한 규제를 시도한다는 측면에서도 특이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법안이 시행되면 아마존 프라임 무료 배송 서비스, 구글 검색 결과 내 구글 지도 표시 등 소비자에게 편리하고 유익한 많은 서비스가 금지될 수 있어 소비자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반대 입장도 있다. 따라서 빅테크 규제가 과연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반독점 패키지법안 현황

법안명 주요 내용 영향받는 기업
미국 온라인시장의 혁신 및 선택에 관한 법률 (American Innovation and choice Online Act) 자사 제품에 대한 특혜 제공, 즉 플랫폼의 자기우대 (Self-Preferencing) 금지 구글 : 지배적 플랫폼, 자사 서비스 선호 금지
플랫폼의 경쟁 및 기회에 관한 법률 (Platform competition and Opportunity Act) 플랫폼의 반경쟁적인 인수합병(M&A)을 규제하는 것으로 플랫폼에 M&A가 경쟁 제한적이지 않다는 입증책임 부과 페이스북: 동종업계 경쟁자에 대한 인수 금지
플랫폼 독점 종식에 관한 법률 (ending Platform Monopolies Act) 플랫폼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사업에서의 시장지배력을 다른 사업부문에까지 전이하는 행위를 제한. 이해상충 금지의 구조적 제한 아마존 : 특정 온라인 플랫폼의 자사 판매 금지
경쟁 및 호환 촉진을 위한 서비스 전환 지원 법률 (Augmenting compatibility and competition by enabling Service Switching Act)

플랫폼 간 데이터 이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플랫폼을 규율

데이터 이동권(Data Portability)과 상호작용성(Interoperability) 보장

애플: 서비스와 제품을 다른 회사와 호환되도록 강제
기업 M&A 신청비용 현대화에 관한 법률 (Merger Filing Fee Modernization Act) FTC와 DOJ의 예산 확충을 위해 10억 달러가 넘는 M&A에 대해 신청 수수료를 인상 빅테크 4사: 반독점 조사기구의 권한과 예산 높이는 법
국내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안 본회의 통과, 전 세계 첫 사례

지난 8월 31일 우리나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구글, 애플의 인앱 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구글·애플 같은 앱 마켓 사업자가 콘텐츠 사업자에게 자체 개발한 결제방식, 즉 인앱 결제를 강제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첫째, 앱 마켓 사업자가 모바일 콘텐츠 등 거래를 중개함에 있어 자기의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모바일 콘텐츠 등 제공사업자에게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 둘째, 앱마켓 사업자가 모바일 콘텐츠 등의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하는 행위, 셋째, 앱 마켓 사업자가 앱 마켓에서 모바일 콘텐츠 등을 부당하게 삭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법 시행에 따라 앱 개발사들은 다양한 결제시스템을 적용해 앱을 출시할 수 있게 되었고 이용자도 저렴한 가격으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수수료 정책에 법적인 제동을 건 전 세계 첫 사례로서 이미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을 발의한 미국의 법안 처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전 세계적인 플랫폼 규제 움직임에도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EU와 유사하게 한국에서도 플랫폼 규제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은 국민 생활 곳곳에 깊숙이 자리 잡았지만, 플랫폼이 기존 전통산업을 대체하거나 중개하면서 곳곳에서 마찰음이 들리고 있다. 플랫폼상에서 변호사, 수의사, 공인중개사 등의 광고나 비교·추천을 하면서 전문자격사와 충돌하고 있고 모빌리티, 금융에서도 기존 사업자와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한국도 소비자 보호와 사업자 간 공정경쟁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과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을, 방송통신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을 제안한 상황에서 최근 금융위원회도 플랫폼의 금융상품 가격 비교, 추천 서비스에 제동을 걸었다. 9월 25일부터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을 근거로 플랫폼의 보험, 투자, 카드 등 금융상품 가격 비교 및 추천 서비스는 ‘광고’가 아닌 ‘중개’이기 때문에 금융법상 라이선스 취득 없이는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플랫폼 규제법안이 한국에도 제공하는 시사점은 첫째, 빅테크 규제에 대한 정당성과 필요성을 강화하는 논거를 제공한다. 자국 기업에까지 기존 경쟁법이 아닌 다수의 행정규제특별법을 통한 규제가 필요할 정도로 독점에 따른 경쟁이나 소비자 피해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점을 한국 정부와 의회도 원용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경쟁법 집행에서 ‘효율성’, ‘소비자 후생’, ‘미시적 효과’ 중심의 전통적인 경쟁법 집행 패러다임이 ‘공정성’, ‘사회적 후생’, ‘거시적 효과’를 함께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미국의 움직임이 한국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경쟁 당국의 권한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플랫폼 독점규제가 정보통신 담당부서에서 수행되는 EU, 일본과 달리 경쟁 당국인 FTC, DOJ가 수행한다는 점에서 온라인 플랫폼 규제 권한을 둘러싸고 갈등을 보이고 있는 공정위에 유리한 근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패키지법안의 명칭은 ‘더욱 강력한 온라인 경제: 기회, 혁신, 선택’이다. 혁신과 선택을 저해하지 않도록 플랫폼의 독점을 규제한다는 의미다. 이처럼 플랫폼 규제가 필요한 경우에도 플랫폼을 통한 중소사업자의 시장진입 기회 및 소비자의 편익 확대라는 혁신의 장점을 살리면서 불공정행위나 소비자 피해라는 문제점을 시정하는 핀셋형 규제가 돼야 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국내 토종 플랫폼의 경쟁력 강화라는 관점도 견지해야 할 것이다.

아마존 등 빅테크 저격수로 불리는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
FTC는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성격으로 그는 플랫폼 기업의 사업 영역을
제한하고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시장지배력 확대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