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K-로봇, 인간과
로봇 르네상스를 꿈꾸다

조영훈 한국로봇산업협회 상임이사

최근 들어 우리는 생산현장에서 공장자동화를 주도하던 로봇이 아닌 인간친화적인 모습으로 가정에서, 공항에서, 음식점에서 동작하는 로봇과 마주하고 있다. 우리 삶의 일부로 자리매김하는 로봇을 보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로봇산업이 우리의 꿈을 어떻게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고, 미래에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것인지 조망해본다.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에 구축되어 시범운행 중인 자율주행 방역로봇 ‘Keemi’.

세계 로봇산업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간 연평균 13.3% 성장했다. 2019년 기준 매출액은 305억 달러로 이 중 제조용 로봇 137억 달러, 서비스용 로봇 168억 달러를 차지하며 각각 연평균 6.1%, 22.2% 성장했다.
이는 뉴노멀,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등의 원인으로 그간 강세를 보여온 자동차 및 전기전자 분야의 로봇수요 감소, 인간과 협업이 가능한 협동로봇의 약진 등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특히 서비스용 로봇은 의료로봇, 물류로봇, 국방로봇, 가정용 청소로봇, 교육용 여가지원로봇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로봇밀도 세계 2위의 로봇국가

국내 로봇산업 매출은 2019년 기준 5조3,000억 원 규모다. 제조용 로봇 2조9,000억 원, 서비스용 로봇 6,000억 원, 로봇부품 1조8,000억 원을 차지한다. 매출액 기준 제조용 로봇이 전체의 54.7%로 시장을 견인하고 서비스용 로봇은 11.3%로 시장형성 단계로 나타났다.
국내 제조용 로봇은 전 세계적인 추세인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 수요산업 성장 둔화의 영향으로 설비투자가 감소한 반면, 서비스용 로봇은 타 업종 기업의 로봇사업 진입, 로봇의 보급확대 등으로 웨어러블 로봇, 의료로봇 등을 중심으로 전문서비스 로봇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부품 분야는 2019년 이후 일본과 무역분쟁 대응을 통해 서보모터, 감속기 등 로봇용 핵심부품 국산화와 스마트공장 지원 확대로 매출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9년 기준 국내 로봇 기업 2,235개사 중 중소기업이 97.5%, 로봇 매출 50억 원 미만 사업체가 61.4%임에도 로봇 종합기술 경쟁력은 2017년 기준 미국, 일본, 유럽에 이어 세계 4위 수준으로 조사됐다. 특히 국내 제조용 로봇산업에 대해 국제로봇연맹(IFR)은 로봇 가동대수 32만 대로 세계 3위 국가, 근로자 1만 명당 로봇 대수인 로봇밀도는 868대로 세계 2위 국가라며 향후 대한민국 로봇산업의 고성장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다.

세계 로봇 시장 매출액 (단위: 백만 달러)
국내 로봇 시장 매출액 (단위: 억 원)
제조공정의 로봇화를 넘어 1판매장 1로봇 시대

국내 제조용 로봇은 현재 자동차, 전기전자 제조공정에서 로봇화를 주도하는 비중이 80% 이상으로 편중되어 있다. 이에 정부는 타 제조공정에 로봇 보급을 확산하고자 뿌리산업·섬유산업·식음료산업을 중심으로 108개 로봇활용 표준공정모델을 개발했는데, 3개 업종의 제조공정에서 직교로봇, 스카라로봇, 델타로봇, 웨이퍼 이송로봇, 수직다관절로봇, 협동로봇 등의 적용이 가시화되고 있다.
또한 주 52시간 근무제와 최저시급 인상으로 인해 로봇 도입의 필요성이 대두된 자영업 중심의 식음료 업종에서 로봇 활용도 본격화되고 있다. 바리스타 지원 로봇, 칵테일 지원 로봇에서 시작된 협동로봇이 최근 몇 년 사이 치킨·아이스크림·피자·족발 판매장, 푸드트럭 등에서 다양한 조리지원을 위해 활용되고 있어 1판매장 1로봇 시대도 전망해보게 되었다.
특히 국제로봇연맹 자료에 따르면 작년 국내 제조로봇 도입대수는 32.4만 대로 전년대비 8% 성장으로 나타냈다. 식음료 업종과 금속 업종이 28%, 22%로 급성장하고 전기전자업종이 9%, 자동차업종은 2% 성장한 반면, 플라스틱 및 화학업종은 -4%의 감소세를 나타나고 있어 다양한 용도의 로봇 등장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로봇 종합기술 경쟁력
로봇 종합기술 경쟁력 : 미국, 일본, 유럽, 한국, 중국
구분 미 국 일 본 유 럽 한 국 중 국
상대 수준 격차 기간 상대 수준 격차 기간 상대 수준 격차 기간 상대 수준 격차 기간 상대 수준 격차 기간
2011년 100% 0.0년 97.2% 0.3년 93.4% 0.7년 79.2% 2.1년 71.0% 2.9년
2015년 100% 0.0년 97.7% 0.3년 94.6% 0.5년 80.6% 1.9년 73.8% 2.6 년
2017년 98.9% 0.0년 100% 0.0년 96.3% 0.2년 85.0% 1.3년 76.3% 2.0년
자료: 산업기술수준조사(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비대면 환경 속에서 성장하는 서비스 로봇

서비스용 로봇은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에서 출발하며 관련법·제도 개선이 뒷받침할 때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전후방 연계산업을 감안할 때 부가가치가 높아 늘 주목받았는데,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비대면 환경이 보편화되면서 고성장이 예상돼 다양한 형태의 로봇 시장 진입이 활발해지는 분야이기도 하다. 세계 서비스 로봇 시장은 의료로봇, 물류시스템로봇, 국방로봇, 필드로봇, 가정용 로봇 등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전문청소로봇, 탐사로봇, 홍보안내로봇, 건설로봇, 외골격로봇 등이 초기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국내 서비스 로봇 시장은 물류·재활/돌봄·의료·수술·방역·서빙·웨어러블 로봇 등에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시장형성 관점으로 볼 때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국내 제조로봇 도입 현황(단위 : 대)
2021년 상반기 로봇 관련 키워드 검색량 Top 25 (단위 : %)

하지만 서비스 로봇 시장은 작년 정부의 ‘로봇산업 선제적 규제혁신 로드맵’ 발표 이후 규제샌드박스 적용으로 비대면 환경의 언택트 수혜산업인 로봇산업의 초기시장 기반 구축에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안에는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는 협동로봇, 실내배달로봇, 수중청소로봇의 안전 및 허가 기준이 마련되면서 고정식 협동로봇 사업이 본격화되고, 승강기로 이동하며 물품을 전달하는 실내배달로봇 사업, 항만용역을 수행하는 수중청소로봇 사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내년에는 배달로봇의 실외운행 허용, 주차로봇의 안전기준 개정, 전기차 충전로봇 안전기준과 푸드테크로봇 평가지침이 마련되면서 도시공원, 인도를 종횡무진하는 배달로봇, 주차장에서 기계식 주차를 지원하는 주차로봇과 전기차를 충전하는 이동식 로봇을 발견할 것이다. 이처럼 법·제도 개선을 통해 안전하고 편리한 환경을 지원하는 서비스 로봇의 출현은 계속될 전망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로봇 관련 키워드 검색량 중 서빙로봇, 산업용 로봇이 각각 17.7%, 14.8%로 1, 2위를 했다. 최근 부쩍 늘어난 음식점의 서빙로봇 운영처럼 타 서비스 로봇에 비해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8%대 검색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무인커피숍, AI로봇, 6%대 협동로봇, 웨어러블 로봇, 배달로봇은 조만간 형성될 새로운 서비스 로봇 시장을 예측하게 한다.

로봇 테스트베드로 해외진출 기회 모색해야

이제 대한민국은 서비스 로봇의 규제혁신을 통해 인간과 공존하는 로봇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하고 우리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더 다양한 로봇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특히 협동로봇을 도입하고 있는 식음료 업종은 특성상 대형 프랜차이즈와 연계된 경우가 많은데 축적된 실증데이터를 이용한 한류 세계시장 진출 계획을 가지고 있어 제조공정에서 인간과 협업하는 협동로봇을 뛰어넘어 식음료 조리 지원으로 변신한 한국형 식음료 협동로봇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처럼 비대면 환경에서 로봇산업에 대한 규제샌드박스 적용은 대한민국을 테스트베드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 로봇의 구현을 가능하게 하고 새로운 시장을 선제적으로 만들어본 우리의 경험과 노력을 K-로봇에 담아 대·중소 로봇 기업이 함께 세계로 도약하는 대한민국 로봇산업의 계기를 만들어줄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