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 및 기타 선진국들은 이른바 ‘탄소’ 관세를 통해 탄소배출을 저감하려는 실험에 나서고 있는데, 이를 통해 글로벌 상업 규칙이 재설정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유럽의 정책 입안자들은 철강과 화학, 시멘트 분야에 탄소관세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탄소배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국가의 생산자들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해당 업계의 미국 기업과 정치인들은 이러한 정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유럽연합(EU)과 탄소배출 수준이 높은 철강상품의 수입을 공동으로 억제하기로 합의하면서 최초로 이러한 개념을 포함한 무역협정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과 영국, 캐나다 등이 중국산 제품에 적용해온 관세감면 혜택을 12월 1일 자로 폐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는 10월 25일 자 공고에서 “12월 1일부터 EU 회원국(27개국), 영국, 캐나다, 터키, 우크라이나, 리히텐슈타인 등 중국에 일반특혜관세제도(GSP)에 따른 대우를 하지 않기로 한 국가로 수출하는 화물에 대해 해관은 GSP 원산지 증명서를 더 이상 발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함에 따라 개도국 자격으로 누려온 GSP 혜택이 최근 잇달아 중단되는 추세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트럼프 전임 행정부 시절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부과한 232조 관세를 폐지하는 대신 저율관세할당제(TRQ)를 적용하는 한편 글로벌 공급과잉 대응을 위해 나서기로 합의함으로써 3년 넘게 이어온 관세분쟁을 해결한 가운데, 일본도 미국 측에 자국에 부과한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폐지를 요청한 바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경제산업상은 11월 4일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화상회담을 갖고 “비시장적 공급과잉의 근본 원인 등 철강 및 알루미늄 산업 관련 이슈 대응에 있어 공조의 중요성”을 논의하고, 232조 관세 종료를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상무부가 대대적인 공급망 검토 작업의 일환으로 반도체 제조업체들에 요청한 자료가 모두 기한 내 제출됐다고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이 11월 9일 밝혔다. 러몬도 상무장관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을 통해 “지난 몇 주간 TSMC 등 주요 반도체 업체 CEO들과 접촉해 자료 제출 요청에 응해줄 것을 부탁했으며, 모두 이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언급하면서, “CEO들도 이러한 자료 제출이 공급망 투명성을 높여 병목 현상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 2월 발표된 100일간 핵심공급망 점검 행정명령에 따라 2022년 2월까지 제출할 반도체 공급망 보고서 작성을 위해 최근 반도체 업체들에 공급망 자료 제출을 요청한 바 있다.
유럽의 자동차부품 업체 및 업계 협회들은 중국의 마그네슘 공급이 빠르게 회복되지 않으면 심각한 부족 사태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업체들보다는 핵심부품 공급업체들이 차량의 중량을 줄이기 위해 마그네슘을 주로 구매한다. 이미 반도체 부족 사태로 신차 인도 기간이 늘어난 가운데, 전 세계 마그네슘 공급량의 약 85%를 담당하는 중국이 마그네슘 생산량을 빠르게 회복하지 않으면 부족 기간이 더욱 길어질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이 석탄 가격 급등 및 에너지 공급 제한으로 제련소들의 가동을 줄이면서 마그네슘을 평소의 약 50%만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미국이 협력적 사이버 방어 및 책임 있는 인터넷 사용을 촉구하는 ‘사이버 공간의 신뢰와 안보를 위한 파리의 요구(Paris Call for Trust and Security in Cyberspace, 이하 ‘파리 콜’)’ 캠페인에 가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2018년 파리 콜을 출범시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의 이후 바이든 행정부의 가입 결정을 발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파리 콜 가입을 통해 사이버 외교 부문에서 트럼프 행정부와의 차별성을 확보하고 전체 회원국이 파리 콜에 서명한 유럽연합(EU)과 연계하는 한편 동 협정을 거부한 이스라엘과는 다른 노선을 걷게 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1월 11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협상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이행 과정에서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대외시장 개방 및 외국투자 기회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국가주석은 이날 화상으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회의 기조연설에서 “RCEP 이행과 CPTPP 협상 과정에서 외자 진입의 네거티브 리스트를 압축하고, 농업 및 제조업의 전방위 개방을 추진하며 서비스업 개방의 강도를 확대하는 한편, 법에 입각해 국내 기업과 외자 기업을 동등하게 대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대외관계청(European External Action Service)은 EU의 안보정책 의제를 담아 작성한 ‘전략 나침반(Strategic Compass)’ 보고서 초안에서 미국의 정책이 아시아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며, 미국과 중국의 대립 심화가 거의 모든 분야에서 국제 경쟁의 틀을 구성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유럽은 오바마 행정부 당시와 같이 미국이 아시아로 시선을 돌리면 러시아 견제 등 유럽의 우선순위에 관한 입장이 약화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프랑스를 밀어내고 호주에 핵잠수함을 공급하면서 동맹국으로서 미국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11월 15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대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강건한 경제 프레임워크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당분간 CPTPP 가입 가능성이 없음을 시사했다. 반면, 중국의 CPTPP 가입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무역 거버넌스 지배력을 증명할 시험대로 인식되고 있다. CPTPP 가입 과정에서 중국 국영 기업 및 데이터 현지화 정책 개혁이 대표적인 장애물로 꼽히고 있다. 미국이 해당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무역 정책을 제시하지 않는 사이 중국은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역내 여러 협정에 참여하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이 11월 17일,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대상으로 한 경제 프레임워크 구성을 위한 공식 절차를 내년 초 개시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이 프레임워크를 통해 공급망, 디지털 무역, 반도체 등 다양한 영역에서 광범위한 파트너십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몬도 상무장관은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경제적 관여를 매우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히고, 바이든 대통령이 천명한 미국의 컴백 선언은 동맹국들과 함께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 다시 관여할 것임을 의미한다면서 “이 지역에서 적절한 경제적 틀이 만들어지는 공식적인 과정이 내년 초쯤 시작될 것 같다”고 언급했다.
미국이 소비자물가 완화에 나서면서, 무역정책에서는 트럼프 행정부하에서 부과됐던 관세가 완화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인플레이션은 현재 미국 최대의 화두이며,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정부 지출을 확대해 저소득 가구의 물가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인플레이션 해결에 도움이 되는 무역 정책, 특히 관세 완화가 관심을 받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중국 수입품에 부과되는 관세를 폐지하면 인플레이션 완화에 일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정치적 압박이 증가하지 않는 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전체적으로 폐지될 가능성은 낮으며, 그 대신 품목 예외(exclusion) 절차 재개가 논의되고 있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종료 시한이 다가오면서, 양국의 다음 단계가 관심이다. 이 합의는 2018년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대상 301조 조사와 고율 관세 부과 및 중국의 보복 관세로 촉발된 미·중 무역전쟁의 휴전으로 간주됐다. 합의 결과 미국은 추가 관세 인상을 중단하고 11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한 기존 관세를 인하했으며, 중국은 미국산 돼지고기와 대두, 액화천연가스(LNG) 등 관세 예외 품목을 발표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중국의 일부 약속 이행률이 낮아져 양국의 새로운 무역 긴장에 관한 추측이 야기됐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의 미진한 이행실적을 파악한 후 중국에 이번 합의 이행에 관한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