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국경조정제도 #독일_기후클럽 #인도·태평양 경제_프레임워크

기후변화가 가져온 국제통상에서의 새로운 흐름

기후변화 이슈는 환경문제를 넘어 사회와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기조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기후변화는 특정 국가들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에 따라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개별 국가 내에서의 탄소저감 정책뿐 아니라 범국가적으로 탄소배출을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을 발굴하고 적용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이동규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국제사회의 탄소 정책과 관련해 주목할 부분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탈탄소 활동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여기에서 파생되는 경제적인 문제를 매우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공동으로 대응해 탈탄소 이행국가들의 실익이 훼손되지 않게 하려 한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독일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기후클럽(Climate Club),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을 중심으로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도 마찬가지다. 국제사회에서는 탄소배출이 전 인류의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명분으로 탄소와 관련된 새로운 무역장벽과 경제협력이 서서히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탄소국경조정제도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시행 시기를 내년으로 잡고 준비하고 있다. CBAM은 EU로 수입되는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에 대해 수출국도 EU 역내에서 생산할 때와 동등한 수준의 탄소비용을 지급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지난 6월 유럽의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현재 EU 이사회의 채택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의 수정 입법안대로 확정될 경우 시멘트, 철강, 알루미늄, 비료, 전력산업의 상품에 유기화학물질, 플라스틱, 수소, 암모니아까지 추가된 품목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직·간접 배출량이 적용대상이다. 해당 탄소 배출량에 대해 EU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의 평균 거래가격만큼 비용을 지급하게 할 예정이다. EU는 국제적인 탄소가격제도를 통해 효율적인 탄소감축을 도모하는 것과 함께 EU 역내 기업들이 역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가격경쟁력을 회복하게 하고자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21년 7월 14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입법안을 발표한 이후 지난 6월 22일 최종 승인했다.
기후클럽

독일의 주도로 기후클럽(Climate Club)도 추진되고 있다. 기후클럽은 탈탄소 이행을 선도하는 국가 간 공동체로서, 기후변화에 대해 공동대응과 탈탄소 과정에서 선도국들의 산업 경쟁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클럽 내의 긴밀한 협력을 표방하고 있다. 기후클럽은 지난 6월 독일에서 개최된 G7 정상회의에서도 환경 관련 의제 중 하나로 다루어졌다. 단기적으로는 CBAM의 원만한 시행을 위한 협의체로서의 역할을 포함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여러 국가의 클럽 참여를 유도해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협력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자 기획하고 있다. 기후클럽도 주도하는 국가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선도적으로 화석연료 산업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 산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우려되는 세계시장에서의 상대적인 경쟁력 저하를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난 1월 19일 세계경제포럼(WEF)이 주최한 ‘다보스 어젠다 2022’에 화상으로 참가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올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은 독일이 G7을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하는 클럽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지난 5월 미국의 주도로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총 14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IPEF는 미국과 아세안 중심의 역내 국가 간 경제협력 확대를 위해 협력할 핵심 영역으로 공정한 무역, 안정적인 공급망, 탈탄소·인프라 구축, 조세 및 반부패 등 네 가지 필라(pillars)를 제시하고 있다. 참여국들은 이 네 가지 필라에 대해 선택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기후변화와 관련된 탈탄소·인프라 구축은 청정에너지 기술의 개발 및 보급에서 역내 국가들의 기술협력과 공동의 재원확보, 개발지원을 주요한 의제로 다루고 있다. 다만 IPEF라는 다자간 경제협력체에서 탈탄소를 핵심 영역으로 다룬다는 것은 탈탄소 과정에서 역내 국가들이 직면할 수 있는 무역에서의 불이익에 공동 대응하려는 강한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5월 23일 일본 도쿄에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도 화상으로 참여해 IPEF의 주요 의제 중 하나인 청정에너지·탈탄소 분야에서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RE100 가입 국내기업 21개로 늘어나
국내 수출기업들도 급변하는 국제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대응해야 한다. SK, LG, 현대 등 대기업이 RE100에 가입해 재생에너지로의 완전 전환을 선언했다. 글로벌 캠페인인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이 21개사에 이르고 있으며, 한국형 RE100(K-RE100)에는 120여 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또한,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평가하는 기관이 등장하고 ESG 등급이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 활용되는 등 산업생태계가 움직이고 있다. 탈탄소를 비롯한 환경 이슈가 생존경쟁의 주요 어젠다가 되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