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이 기후위기 대응을 넘어 전 세계 경제질서와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화두가 되면서 탄소배출권 거래 전문가가 각광을 받고 있다. 그동안 1,000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한 에코아이 탄소배출권사업본부 하상선 전무가 탄소배출권 거래 전문가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소개했다.
글 이선민 기자사진 이소연
하 탄소배출권은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현재 국내 탄소배출권은 정부가 배출권거래제 의무업체들에게 무상 또는 유상으로 공급하는 할당배출권(allowance)과 의무가 없는 영역에서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해서 유엔 또는 정부로부터 인증받는 감축실적(credit)이 있습니다. 탄소배출권 거래 전문가란 배출권거래제 의무업체 또는 지정된 금융기관에서 할당배출권을 매매하거나 감축실적을 거래소 또는 장외에서 거래하는 전문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의무기업에서 관련 의무를 이행하고 배출권을 매매하는 업무를 하기도 하고, 컨설팅 기관에서 의무 기업을 지원하는 업무, 에코아이와 같이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발굴 투자하고 배출권의 직접 거래 또는 중개하는 업무를 하는 기업에서 일하기도 합니다.
하 배출권거래제란 온실가스에 가격을 부과해서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는 제도입니다. 온실가스에 가격을 부과하는 제도로는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가 대표적입니다. 탄소세가 고정된 세금을 대상 기업에 공통으로 부담시킨다면, 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정한 뒤 기업들에게 무상 또는 유상으로 할당배출권을 공급해서 감축이 보다 쉬운 기업은 배출량을 줄여서 배출권을 거래함으로써 이익을 창출하고, 당장 감축이 어려운 기업은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하는 등 시장을 활용한 제도입니다. 배출 총량을 규제하기가 수월하고 낮은 비용의 감축사업부터 시행하게 돼 보다 경제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서 유럽, 북미, 호주, 중국, 한국 등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하 최근 유럽의회는 유럽연합(EU)의 배출권거래제 개정안 중 하나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법안을 승인했습니다. CBAM은 탄소배출량 감축 규제가 느슨한 역외국 제품이 EU 역내로 수입되는 경우, 수입자에게 검증된 탄소배출량에 해당하는 CBAM 인증서를 구매하여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로서 적용대상 품목(철강, 제강, 시멘트, 화학물질, 비료 등)으로 EU에 대한 수출사업을 영위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온실가스를 비용효율적으로 감축하는 기술 또는 사업을 하는 기업에게는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기게 됩니다.
하 2005년부터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한 유럽은 현재 1만1,000여 개 의무업체가 연간 약 13억 톤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배출권 가격도 톤당 12만 원 수준이고 개인의 거래제 참여도 허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2015년부터 시행한 한국은 의무업체가 700개 남짓 되며 이들의 연간 배출권 거래량은 유럽의 45%, 가격도 4분의 1 수준입니다. 개인 간 거래도 아직은 허용되고 있지 않습니다. 최근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탄소국경세를 검토 중으로 향후 수출 시 탄소배출량에 연계된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장기적인 탄소배출권 가격을 고려해서 생산 공정의 저탄소/무탄소 에너지 전환은 물론 높은 배출권 가격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업 기회도 고민할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