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집행위원회, 각료이사회, 유럽의회 등 3자 간 마라톤협상 끝에 지난 12월 18일 탄소배출권거래제(ETS) 개편, 사회기후펀드(SCF) 설립 및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을 골자로 한 중대 기후정책에 합의했다. 이 가운데 ETS 개편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이상 줄이는 정책인 ‘핏 포 55 패키지’의 핵심 정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합의에 따라 ETS 적용 부문의 배출량 저감 목표를 기존(2005년 대비 43%)보다 높은 62%로 상향하기로 했다. 또한 ETS를 선박 부문에도 확대 적용하고, 탄소거래시장에서 발생한 수익은 기후변화 대응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합의했다. 일부 산업에 예외를 적용하는 ‘무료 할당제’는 2034년까지 완전히 폐지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CBAM하에서 부과되는 탄소국경세는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기, 수소, 철, 강철 등의 품목에 적용키로 했다.
지난 12월 19일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의 차기 협상 라운드에서 3대 핵심 의제인 환경·노동·디지털 부문에 대한 협상문안 도출을 목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IPEF 4대 분야(pillar) 중 무역 분야를 주도하고 있는 캐서린 타이 USTR 대표는 이날 미국외교협회(CFR) 주최 행사에서 IPEF의 핵심 의제인 환경·노동·디지털 부문에 대한 논의는 다음 협상 라운드에서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역 분야 중 디지털 무역과 관련해서는 빅테크, 중소 IT기업, 노동자, 그리고 환경보호 및 자유민주주의 함양에 진심인 사람들의 이익과 열망, 불안까지 모두 반영할 수 있는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방식으로 협상이 이뤄지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對)중 반도체 수출통제는 자국 기업보다 유럽 기업에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원산지 조항을 포함한 대규모 보조금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국가안보를 내세운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무시하며, 유럽과 일본의 대중 반도체 무역에 간섭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미국이 반도체 수출통제를 발표한 이후 일본과 네덜란드가 중국에 반도체 노광장비 수출금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미국 기업은 10월 이후에도 중국에 첨단 반도체를 수출하고 있어 미국 기업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
홍콩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중국제(Made in China)’로 표기토록 한 2020년 미국 정부의 조치가 국제 협정 위반이라는 세계무역기구(WTO)의 판정이 나왔다. 지난 12월 21일 WTO 홈페이지에 공개된 결정문에 따르면 WTO 분쟁해결기구(DSB)는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내린 이런 조치가 1994년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 어긋난다고 판정했다. 미국의 조치는 홍콩산 제품에 다른 회원국보다 불리한 조건을 부과해 협정 위반이라고 WTO는 설명했다. 이어 해당 조처가 내려진 상황이 ‘국제관계에서의 비상사태’에 해당한다는 점을 미국이 입증하지 못했으므로 예외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이 유럽연합(EU)산·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배제하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개정을 촉구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향해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파트너 국가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이른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원칙을 적용할 것을 요청했다. IRA에 따르면 올해 북미(캐나다·멕시코 포함)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차만 세액공제 방식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한국과 EU 등은 캐나다·멕시코와 같은 수준의 대우를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
중국과 유럽연합(EU)이 통상분쟁을 벌이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2월 13일 EU가 제기한 2건의 분쟁해결을 위한 세계무역기구(WTO) 패널 설치 요구를 겨우 차단했으나, EU가 올해 1월 이를 다시 제기하면 응할 수밖에 없다. SCMP는 중국이 친대만 국가인 리투아니아산 제품 수입을 일방적으로 금지하고 자국 기업의 외국 첨단특허기술 무단 사용을 묵인·조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패널이 구성되면 제소 사건에 대한 조사, 중간보고서 검토작업 등을 거쳐 승·패소 판단을 담은 최종보고서를 채택하게 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 긴장은 기후변화가 지정학적 경쟁에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포함된 친환경산업 보조금과 EU가 도입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지구 온난화의 피해를 줄이는 한편 기술변화와 보조를 맞추기 위한 선진국들의 유인책을 보여주고 있다. EU는 화석연료 탈피 전략을 통해 재생 가능한 저탄소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촉진하는 한편, CBAM을 통해 기후정책이 느슨한 국가의 상품에 추가 비용을 부과해 현지 생산업체를 보호할 계획이다. 주요 7개국(G7) 정상들도 ‘기후 클럽’을 창설했다.
지난 12월 1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하원 중국특위의 마이크 갤러거 위원장은 미국 기업의 중국 투자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5년이 중국 기업의 미국 투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 시간이었다면 다음은 미국 기업의 중국 투자를 철저하게 검토하는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와 의회 모두 대(對)중국 투자를 금지·감시하는 체제 마련을 고려하고 있어 이런 계획이 어떤 형태로든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제전쟁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면서 국방부를 비롯한 국가안보기관들이 금융당국과 협력해 중국의 공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