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조명

2020 다보스포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위한 新자본주의 도입’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산업분석팀장 사진 한경DB

2020년 다보스포럼은 지속 가능한 세계를 위한 기술과 환경, 비즈니스 그리고 글로벌 트렌드에 대한 논의를 핵심으로 세계 각 분야의 리더들이 모여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누었다. 특히 이번 포럼에서는 전 세계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포용하는 새로운 자본주의를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춰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월 22일 스위스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상대국 제품에 탄소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50번째 행사를 맞이하는 ‘2020년 다보스포럼’이 지난 1월 24일 막을 내렸다. 이번 다보스포럼의 핵심 의제는 ‘화합하고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한 이해관계자(Stakeholders for a Cohesive and Sustainable World)’였다. 4대 어젠다는 ‘기후·환경’, ‘지속 가능하고 포괄적인 비즈니스 모델’,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인구·사회·기술 트렌드의 변화’로 구성되었고, 우리가 직면한 과제 해결과 미래 사회를 대비한 시스템 구축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루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각국 정·재계 인사 3,000여 명이 참석했으며, 400여 개 세션에서 각 분야 지도자들이 아이디어와 의견을 공유했다.
국내 정부 인사로는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유명희 본부장은 ‘무역과 상호 의존’ 이사회 이사로 참석해 ‘무역·투자 확대를 위한 당면 과제’라는 주제를 발표했다. 자국 우선주의와 이에 따른 WTO 다자 체제 약화를 막기 위해 WTO 개혁을 통한 다자 체제 복원·강화 방안을 국제사회에 촉구했다. 또한 국제 디지털 통상 협정 마련,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같은 포괄적 지역 경제 협정 확대 필요성을 주장하는 등 한국의 역할과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한편 박영선 장관도 포럼 내 선진화된 제조와 생산 방식을 논의하는 기구인 AMP(Advanced Manufacturing and Production) 부문 이사로 참석해 한국의 국내 중소기업 기술 및 생산 혁신 사례를 소개하고, 기술을 통한 지속 가능한 개발 문제에 대해 열띤 논의와 토론을 주도했다.

2020년 다보스포럼에서 논의된 7대 주제

2020년 다보스포럼에서는 7개의 세부 주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첫째는 인구 고령화, 건강보험의 문제점 등 글로벌 헬스케어 시스템이 직면한 도전 과제를 해결하고 의료 산업 혁신을 통해 인류에 건강한 삶을 제공하기 위한 ‘미래의 건강(Health Future)’이다. 전 세계 인구 대비 65세 이상 비중은 2020년 9.3%에서 2050년 15.9%로 확대될 전망이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을 줄이고 세계경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활력 있는 헬스 시스템’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합의했다. 또한 지역 또는 경제적 여건과 상관없이 모든 인간이 바람직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2030 보편적 의료 보장(Universal Health Coverage) 달성’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건강보험 시스템 개선과 투자 확대를 강조했다.
둘째는 ‘미래 사회와 일자리(Society & Future of Work)’다. 기술 혁명이 노동시장의 변화를 주도하는 가운데 교육 개혁, 평생학습, 재교육 등을 통해 미래 사회에서 개인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경제적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교육은 포괄적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모두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데 중요하다. 더욱 포괄적이고 생산적인 미래 세계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한 새로운 초·중등 교육 시스템인 ‘교육 4.0(Education 4.0)’의 도입과 틀을 다보스포럼에서 제시했다.
셋째는 ‘선의를 위한 기술(Tech for Good)’이다. 새로운 기술 발달로 인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긍정적 영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차세대 정책과 거버넌스 시스템 구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인공지능(AI)의 발달은 2030년까지 세계경제에 최대 15조7,000억 달러 규모를 기여할 것으로 보이는 등 긍정적 효과가 예상되지만, 한편으로는 윤리적 문제 발생 등 부정적 영향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넷째는 ‘지구 살리기(How to Save the Planet)’다. 환경 문제, 기후변화 등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며 친환경 연료와 자연환경 회복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탐사·추출의 투자 및 보조금 등의 규모가 상당히 커서 여전히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고 비판했다. 결국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문제 등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제적 협력을 촉구했다.

2020 다보스포럼 ‘무역과 상호의존 이사회’에서 토론 중인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1. 23)

다섯째는 ‘더 나은 비즈니스(Better Business)’다. 기업들은 기술 혁명으로 변화하고 있는 산업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동시에 주주와 기업의 이익을 넘어 사회문제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 추구에 따라 변모해야 한다. 디지털 및 플랫폼 경제 시대는 더욱 소비자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소비자는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정보 주체, 혁신 주체 등으로 기업 경영에 참여할 것이다. 기업들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사회와 다양한 이해관계자 관련 이슈를 함께 해결하는 공유 가치 창출에 집중해야 한다.
여섯째는 ‘지정학을 넘어(Beyond Geopolitics)’다. 최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저성장이 지속되는 등 전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정학적 경계를 넘어 다자간 공조 필요성이 더욱 확대되었다. 최근 글로벌 경제성장세는 점차 약화하고 있으며, 생산성은 악화하고 있다. 이에 지정학적 경계를 넘어 다자간 공조가 매우 중요한 시점임을 국제사회는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곱째는 전 세계 소득불평등, 양성 불평등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조명하는 동시에 효과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공정 경제(Fairer Economies)’다. 전 세계 소득불평등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급변하는 첨단 기술로 향후 소득 격차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에 보다 공정하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사회를 위해 공정 경제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0년 다보스포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등장

최근 국제사회 연대가 약화하고 있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공동 대응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가 직면한 다차원적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사고와 행동 방식을 만들어 지속 가능한 세계를 건설해야 한다고 2020년 다보스포럼은 강조했다. 특히 이번 다보스포럼은 소득불평등, 사회분열,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의 개념을 재정립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기존 자본주의는 주주와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했지만, 이해관계자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현시대에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충족할 수 있는 신자본주의 도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또 2020년 다보스포럼에서는 ‘2020년 다보스 성명(Davos Manifesto 2020)’을 기반으로 6대 핵심 활동 영역에 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글로벌 협력과 플랫폼 구축을 위한 방안인 ‘등대 프로젝트(The Role of Lighthouse Project)’를 제시했다. 등대 프로젝트는 6대 핵심 활동 분야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이 구체적인 진보를 달성하는 방법과 비전을 설명하는 가이드라인을 전 인류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스웨덴 출신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7)와 도널드 트럼프(73) 미 대통령이 1월 24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방안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미래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노력

2020년 다보스포럼은 기존 자본주의가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현시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더욱 복잡하게 얽혀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포용하는 새로운 자본주의를 모색한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특히 기술 혁명으로 발생하는 국가 간 기술 냉전, 국가 이기주의가 빚어낸 경제 갈등 등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아직 갈 길은 험난하다. 또한 새로운 미래형 시스템 도입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진 만큼 한국도 미래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새로운 전략과 대응 방안을 마련해 긍정적 영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미래 변화 흐름에 대한 예측과 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갖추기 위해 범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