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B급’의 재반란,
버려질 음식물을 활용한 푸드 테크

편집부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식탁 위에서 내쳐지는 순간, 음식이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 신세가 된다. 멀쩡한 음식이 단지 누군가의 ‘배가 부르다’는 이유만으로 쓰레기가 된다는 것은 너무 부당한 것 아닐까. 지구 반대편에서는 여전히 기아로 죽어가는 지구인이 존재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지구촌에는 버려질 음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거나 축제를 즐기면서 환경을 지키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주목받고 있다.

기아는 에이즈나 말라리아보다 더 많은 목숨을 앗아가는 요인이라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해마다 음식의 3분의 1은 쓰레기로 버려진다. 더 놀라운 사실은 버려지는 음식물의 80%가 먹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멀쩡한 음식들이라는 것이다. 2011년 기준 버려지는 음식물을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4,000억 달러, 우리 돈 439조 원에 이른다. 지금은 상황이 좀 나아졌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세계적인 경영전략 컨설팅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버려지는 음식물 양은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이며 2030년이면 전 세계적으로 1초에 66톤의 음식물 쓰레기가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필요한 곳에 식량이 소비되지 못하는 문제는 식량 자체의 낭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도 큰 문제다. 온실가스를 배출할 뿐만 아니라 매립할 때에는 지하수 오염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인류에게 약이 되어야 할 음식들이 쓰레기가 되어 인류의 독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버려질 뻔한 음식들을 소비자에게 팔아 경제와 환경을 동시에 살리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출처: toogoodtogo.co.uk
버리지 말고 비즈니스 하세요

유럽의 스타트업 기업인 ‘투굿투고(Too Good To Go)’가 대표적이다. 투굿투고는 지난해 유럽의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TECH5 스타트업 경진대회’에 참가해 1위를 한 스타트업이다. 2016년 덴마크에서 설립한 이 회사는 동명의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유명해졌다. 음식점에서 팔고 남은 음식을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앱이다.
영업 종료 전, 식당 운영자가 ‘투굿투고’에 오늘 팔고 남은 음식을 올리면 이를 확인한 소비자들이 방문해서 반도 안 되는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이 앱 덕분에 쓰레기통으로 갈 뻔한 음식들이 식탁으로 안전하게 올라가고 있다. 식당 주인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었고 소비자는 맛있는 음식을 저렴하게 사 먹을 수 있으니 서로 윈윈이다. 덴마크에서 처음 선보인 이 비즈니스는 현재 빠른 속도로 유럽 주요 국가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앱을 개발한 기업이 있다. 스타트업인 미로에서 개발한 ‘라스트오더’다. 이 앱도 일종의 ‘마감 할인’ 중개 플랫폼이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처럼 동네 식당도 마감 할인을 할 수 있게 하는 게 서비스의 골자다. 동네 식당들은 라스트오더에 상품을 알려 재고 음식을 처리하고, 소비자는 퇴근길 직장 주변 혹은 우리 집 주변 식당에서 최대 70% 할인된 가격으로 음식을 구매할 수 있다. 유럽 출장 갔다가 그곳에서 식당들의 마감 할인 음식을 중개하는 앱 ‘투굿투고’의 서비스를 발견하고 창업 아이템을 떠올렸다고 한다. 이 아이템으로 신규 투자를 유치하는 등 성공적 기업활동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사람들이 각자 남은 음식을 교환할 수 있는 ‘Yo No Desperdicio’(I Don’t Waste)가 개발되었고, 미국에서는 ‘못생겨서 팔지 못하는’ 식품들을 자선단체나 푸드뱅크에 기부할 수 있는 ‘Food Cowboy’라는 앱이 개발되었다.

버리지 말고 축제를 즐겨요

당신은 마트에서 먹거리를 고를 때 어떻게 하는가? 당연히 매의 눈으로 흠이 있지나 않은지 살피고 살펴 최상의 것을 고르기 위해 노력한다. 같은 값이면 신선하고 먹음직스러운 식품을 고르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식품들은 어떻게 될까. 특히 과일, 채소, 어류 등 신선식품의 경우라면 십중팔구는 쓰레기통으로 가야 한다. 너무 아깝지 않은가. 지구촌에서는 이런 식재료를 활용하여 동네 축제를 벌이는 곳도 있다. 독일에서 시작된 ‘Feeding 5000’이 대표적이다. 버려질 뻔한 식재료로 5000인분의 음식을 조리해 축제 형태로 식사를 하는 이벤트다. 이후 파리, 더블린, 암스테르담 등 유럽뿐 아니라 2016년에는 록펠러 재단의 지원을 통해 뉴욕, 워싱턴DC 등 세계 전역으로 퍼지면서 지구촌 축제로 자리 잡았다. 현재는 음식물쓰레기 관련 운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디스코 수프 등 시민단체와 연대하는 등 파트너십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행사를 여러 차례 개최한 바 있다. 서울광장, 청계천, 홍대 등 지역을 중심으로 버려질 뻔한 제철 채소들, 가격하락으로 산지 폐기될 뻔한 양파와 감자 등으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수천 명의 시민과 함께 나누는 축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