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는 눈

한국의 싱가포르,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휘황한 미래도시 속을 거닐다

글·사진 우인재(여행작가)

우리나라 최초의 해수공원을 품은 송도국제도시는 인천에서 가장 주목받는 핫플레이스다.
센트럴파크를 산책하거나 수상택시를 타면 마치 싱가포르나 홍콩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인천광역시 연수구 앞바다를 매립해 만든 거대한 땅 위에 들어선 신세계, 이국적인 미래도시 송도국제도시로 떠나본다.

대한민국 최초의 해수공원인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바닷물을 실시간 정화한 물로 조성한 공원이다.
싱가포르를 연상시키는 이국 풍경

인천광역시는 우리나라의 세 번째 개항장을 품은 도시다. 부산, 원산에 이어 1883년(고종 20)에 개항한 인천항(제물포)은 온갖 진기한 문물이 쏟아져 들어오던 곳이면서 이후 6·25전쟁의 포화를 피해 피란민들이 모여들던 애환의 장소인 것. 하지만 불과 몇 년 뒤 개항 140주년을 맞이하게 될 현재의 인천에는 한국이 아닌 것 같은 풍경들로 가득하다. 100여 년 전 사람들은 과연 이러한 변화를 상상이나 했을까?
저마다 독특한 외관을 뽐내는 마천루들 사이로 온갖 초화가 만발하는 수변공원이 있고 그 사이로 운하가 자리 잡고 있으며, 사람을 실은 유람선들이 유유히 흘러가는 광경은 싱가포르나 홍콩을 연상시킨다. 사계절이 온화한 남국의 어느 도시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곳은 다름 아닌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송도국제도시다. 이곳에서 가장 주목받는 장소는 50개가 넘는 축구장을 합쳐놓은 면적을 자랑하는 송도 센트럴파크일 것이다. 공원에는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길이 1.8km의 인공운하를 뚫었으며 엄청난 양의 해수를 끌어들여 물의 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경제와 비즈니스 허브를 꿈꾸는 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는 이름 그대로 경제와 비즈니스 관련 활동을 위해 조성한 국제업무지구다. 최근 전 세계 비즈니스 환경이 동북아시아를 중심으로 급변하면서 싱가포르나 홍콩처럼 경제활동의 허브 역할을 했던 국가들을 대신할 새로운 허브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송도국제도시는 이 같은 새로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40조 원에 달하는 민간자본을 투입해 조성한 경제자유구역이다. 인천광역시는 연수구와 남동구에 속한 바다와 갯벌을 매립해 서울 여의도의 17배에 달하는 새로운 부지를 마련했고 바로 이곳에 국제업무지구를 조성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항공편을 이용해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들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항에서 자동차로 불과 15~2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최적의 입지는 세계 곳곳의 기업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장점을 밑바탕에 둔 송도국제도시는 하늘에서 보면 육지와 다리로 연결된 인공섬 형태로 되어 있다.

아시아 최초로 유치한 유엔 국제기구 본사인 녹색기후기금(GCF)이
입주해 있는 G타워
다섯 가지 테마로 꾸민 초록빛 수변공원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내 사슴농장의 꽃사슴

당연하게도 송도국제도시를 돌아볼 때는 도심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센트럴파크를 중심으로 동선을 짜야 한다. 센트럴파크는 전체를 몇 개 구역으로 나누어 각각 다른 테마로 조성했다. 산책공원, 초지원, 테라스 등 5개 테마로 조성된 테마 공원들에는 꽃사슴이 노니는 동산과 토끼들의 보금자리인 토끼섬도 있다. 아쉽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꽃사슴과 토끼는 방목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물론 동북아트레이드타워 인근에 위치한 이스트보트하우스에서 카약이나 카누, 전기보트 등을 빌려 운하를 돌아보는 체험은 여전히 가능하다. 전기보트는 이름 그대로 충전된 배터리의 동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노를 젓거나 페달을 밟지 않아도 된다.
공원 서쪽에 위치한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수상택시를 탑승하면 또 다른 황홀한 경험이 기다리고 있다. 수상택시에 오르면 센트럴파크 주변의 독특한 건물들은 물론 공원 풍경까지 한 번에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 위를 떠가며 바라보는 센트럴파크의 풍경은 싱가포르 클라크 키(Clarke Quay)에서 보았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무형문화재가 지은 한옥 호텔과 커낼워크

송도 센트럴파크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건물을 구경하는 재미도 놓칠 수 없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송도 한옥마을로 동아시아 삼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3곳의 식당과 프랜차이즈 카페 등 모든 점포가 한옥 안에 들어서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한옥은 최기영 대목장(국가무형문화재 제74호)이 건축에 참여한 경원재 앰배서더 호텔이다. 객실을 비롯해 한식당, 그리고 대연회장 경원루의 구석구석까지 칠장, 번와장, 목공 명장의 손길이 닿아 완성됐다.
한옥마을 옆으로는 인천도시역사관과 함께 ‘트라이보울(Tri-Bowl)’이라는 이름의 매우 독특한 건물이 시선을 모은다. 기존 건축 상식을 깨고 지은 이 건물은 아래는 좁고 위는 넓은 볼(Bowl) 형태 때문에 송도센트럴파크의 인증샷 명소로 꼽히기도 한다. 공원 전체를 조망하고 싶다면 송도국제도시의 주요 랜드마크 중 하나인 G타워 전망대로 올라가보자. 33층 전망대에서는 빌딩숲 사이로 펼쳐지는 푸른 녹음과 운하를 발아래 둘 수 있다.
G타워에서 도보 5분 거리의 커낼워크(Canal Walk) 쇼핑몰도 구경해보자. 이채로운 쇼핑몰 중앙의 아담한 수로를 따라 수백 개의 매장이 유럽풍 쇼핑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다양한 브랜드의 의류, 패션 소품,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숍을 비롯해 수제버거와 브런치를 맛볼 수 있는 카페가 몰려 있다.

송도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복합문화공간 트라이보울(Tri-Bowl)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전경
무형문화재 최기영 대목장이 건축에 참여한 경원재 앰배서더 호텔 입구
유럽형 쇼핑거리로 조성된 커낼워크
중화풍 거리와 소래습지생태공원도 산책해볼까?
중국식 사찰 의선당

송도국제도시는 북쪽으로는 인천항, 남쪽으로는 소래포구와 인접해 있다. 인천항 앞은 제물포 개항 당시 중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과 러시아 등 외국인 거주지가 있던 지역이다. 지금으로 말하면 송도국제도시와 비슷한 무역과 경제의 중심지였던 것. 그중에서도 차이나타운은 지금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외국인 거주지라 할 수 있다.
개항 이후 지금의 북성동 인근에 모여 살던 화교 이주자들은 6·25전쟁이 발발하고 중국과의 국교 단절로 인해 고향으로 돌아갈 방법이 막연해지자 호구지책으로 식당을 열어 산둥지방의 토속음식을 팔기 시작했다. 바로 이 음식이 현재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외식 메뉴의 하나인 짜장면이다. 차이나타운에는 공화춘과 원보만두 등 중화풍 먹거리를 팔고 있는 식당이 여럿 있을 뿐 아니라 이국적인 거리 풍경도 볼거리다. 차이나타운의 관문인 패루를 지나면 길 양쪽으로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색과 금색으로 수놓은 건물이며 간판, 그리고 줄줄이 걸린 홍등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중국 음식점, 서민적 냄새 물씬 풍기는 노점과 중국 물건을 파는 상점들은 이곳이 중국 어느 도시의 거리가 아닌가 하고 착각하게 만든다.
송도국제도시에서 자동차로 20여 분 거리에 있는 남동구 논현동 일원에는 각종 어류와 해산물을 판매하는 어시장으로 유명한 소래포구가 자리 잡고 있다. 요즘에는 소래포구 인근에 위치한 소래습지생태공원이 이 지역의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과거 염전이 있던 자리를 생태공원으로 단장한 이곳은 너른 들판 위에 풍차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려는 가족과 연인들의 단골 나들이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K-바이오 전략 기지로 거듭나고 있는 송도

국내외 바이오 기업들이 K-바이오를 선도하고 있는 송도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세계 최고의 바이오 기업이 입주해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검체 검사 키트 개발과 생산에 나서면서 K-바이오의 글로벌 전략 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송도 4·5·7공구에 조성된 기존 바이오클러스터를 신규 매립지인 11공구로 확대해 포스트 코로나 산업 변화를 선도하는 ‘K-바이오 대표 클러스터’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대 바이오 의약품 생산시설인 인천 송도동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