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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와 다자주의는 양립 가능한가

문종철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 연구위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칼럼에서 자유무역협정(FTA)이 세계무역기구(WTO)의 원칙을 훼손한다고 주장하면서 지역통합 외에는 자유무역협정(FTA)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기고했다. 라이트하이저의 기고 내용에 대해서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WTO의 기본정신을 왜곡하거나, 다르게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본질적으로 자유무역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단계로서 동일한 선상에 있는 개념이라는 점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2019년 12월 10일 라이트하이저(앞줄 오른쪽부터)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헤수스 세아데 멕시코 외교차관,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부총리가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대통령궁에서 NAFTA를 대체할 새 무역협정인 USMCA 수정안에 서명했다.

자유무역협정(FTA)은 무역 당사국끼리 무역 장애요소를 제거해 생산요소를 자유롭게 이동시킴으로써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국가 간 분업을 촉진해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그렇게 생산된 재화와 용역의 자유로운 거래를 통해 참여하는 국가의 후생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실제로 많은 국가가 FTA를 체결함으로써 국가 간 비교우위에 기초한 분업화를 통해 생산 효율성을 촉진하고 재화와 용역의 자유로운 거래로 이전보다 다양한 종류의 소비활동을 더 적은 비용으로 추구할 수 있게 되면서 그 효용을 체험하고 있다. 이는 2000년대 초반부터 세계 각국과 활발하게 FTA를 체결해온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FTA 체결 이전보다 훨씬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고 체결 상대국도 우리의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FTA 협상과정에서 체결 당사국이 무역 및 경제활동과 관련해 서로 달랐던 규칙을 통일하고 선진화시킴으로써 제도상의 발전을 가져오는 효과도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원칙은 전 세계적인 범위에서 생산요소 및 재화·용역의 자유로운 이동을 확대하고 무역거래 및 경제활동과 관련된 각국의 법률·규정의 통일과 제도의 선진화를 추구하는 FTA의 특성을 전 세계적 범위로 확대해 세계경제 전체의 생산 효율성과 후생 극대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하에서 WTO 각 회원국은 무역에의 장애물을 철폐하고 불합리한 경제제도를 개선함으로써 자원 및 생산요소와 그것을 활용해 생산하는 재화와 용역을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회원국마다 처한 무역환경과 경제구조, 경제발전 단계, 역사적 배경이 다르니만큼 단번에 모든 회원국의 무역장벽을 철폐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그 중간단계로서 양자 간 FTA와 양자 간 FTA의 확대된 형태로서의 배타적 다자간 지역무역협정을 추진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WTO의 기본적인 방침이다. 이것은 WTO의 입장이기도 하다. 다자간 무역협정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통합은 FTA의 확대된 형태이며 세계경제 통합으로 가는 전 단계다. 즉 FTA는 다자주의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다자가 참여하는 지역무역협정, 나아가서 지역통합은 참여 국가 간에 FTA에 준하는 무역관계의 성립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FTA와 다자주의의 양립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은 근본적으로 성립 자체가 될 수 없는 것이다.

FTA의 배타성에 관한 이해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기고에서 FTA와 지역통합이 마치 대립관계에 있는 것처럼 설명하면서 FTA는 WTO의 원칙을 훼손하지만 지역통합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WTO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면서 그 이유로 불균등한 관세와 형평성을 잃은 규칙 적용을 꼽고 있다. 그리고 WTO의 핵심원칙인 최혜국대우 원칙을 저해하고 보호무역을 규율하는 수많은 FTA에 의해 현 국제무역 체계가 좌우되고 있다고 한다. WTO의 분쟁해결시스템은 대화를 통한 분쟁해결과 소송을 독려하고 WTO 회원국들이 합의한 규범들과 동떨어진 사법권 행사를 시도해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즉 라이트하이저의 주장은 FTA가 모든 국가를 평등하게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회원국 간에도 불평등한 대우와 보호무역을 조장한다는 것이다.1)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FTA의 취지를 반대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라이트하이저가 주장하는 FTA의 특성은 FTA의 ‘배타성’이다. 기본적으로 FTA는 체결 당사국 사이에만 적용되는 배타적인 규칙이다. FTA에서 보장하는 관세철폐 등의 규칙은 체결 당사국이 아니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FTA에서 소외된 국가의 입장에서 보면 FTA는 체결 당사국에게만 적용되는 규칙을 통하여 무관세로 상대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반면 거기에 포함되지 않는 국가들에게는 같은 WTO 회원국이라도 여전히 관세장벽을 포함한 통상적인 무역장벽이 존재하고 체결 당사국과 같은 시장접근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다. 또한 다자간 FTA의 경우 참여하고 있는 모든 국가의 이해관계에 대한 조정을 통하여 공통의 룰을 제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일부 분야에 대해서는 협상 상대국의 상황을 고려해야 하고 자신들의 비교우위 분야를 일부 양보해야 할 수도 있다. 이것이 라이트하이저가 주장하는 불균등한 관세와 형평성을 잃은 규칙 적용이자 최혜국대우 원칙의 저해요소다. 체결당사국 외 국가로부터의 수입에 공동의 관세를 물린다는 점을 FTA가 보호무역을 조장한다는 비난의 근거로 사용하고 있다.

FTA와 지역통합의 차이

라이트하이저는 그렇게 FTA를 비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FTA의 확장형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통합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주장을 해서 독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라이트하이저는 총체적 난국에 빠진 WTO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모든 회원국이 시장개혁과 최혜국대우 원칙 준수에 대한 약속의 재확인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실천방안으로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WTO는 회원국 모두에게 적용되는 (최소한의 예외만을 둔) 기본관세율(Baseline Tariff Rate)에 합의해야 한다. 둘째, EU 내 무역협정이나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처럼 인접국들 간 지역통합을 증진하는 무역협정은 예외로 하고, 모든 회원국이 다른 회원국들을 무조건적인, 진정한 최혜국으로 대우함으로써 FTA 남용을 종식해야 한다. 셋째, 중국, 인도 등 경제규모가 크거나 경제 수준이 높은 국가들은 특별 및 차등 대우를 누려서는 안 되고 미국, EU, 일본과 동일한 규범을 따라야 한다. 넷째, WTO는 중국의 국가자본주의체제에서 유래한 경제왜곡 행위를 근절시킬 새로운 규칙을 수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WTO의 현 분쟁해결시스템을 전면 재고해야 한다. 현행 2단계 분쟁해결시스템은 상업중재제도와 흡사한 단심제로 대체되어야 하고, 판결 내용은 분쟁당사국에만 적용되어야 한다.2)
일부는 수긍할 만한 내용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라이트하이저의 주장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결국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WTO체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TPP 탈퇴, USMCA 서명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수입 철강제품이 미국시장으로 들어오면서 자신과 불가분의 이해관계가 있던 미국의 철강산업이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현실은 라이트하이저의 왜곡된 무역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라이트하이저는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로 취임한 이후 그러한 무역관을 배경으로 무역적자의 근본 원인인 비효율성으로 인한 자국산업의 경쟁력 악화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을 외면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무역적자 확대를 WTO체제와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하는 국가들의 탓으로 돌림으로써 미국 내 경제적 상황에 대한 불만을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저의는 FTA를 비난하면서도 지역무역협정은 예외로 해야 한다는 모순적 태도나 같은 지역무역협정이라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는 탈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취한 반면 USMCA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TPP와 USMCA는 가입국 간 무역증진을 통해서 상호 이익을 도모한다는 목적을 추구한다는 면에서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 없는 무역협정이다.
또한 선진국과 발전도상국들이 같이 참여한다는 점에서도 유사성이 있다. 그러나 같은 지역무역협정이면서도 TPP에 대해서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협정이라면서 비난하고 탈퇴했다. TPP에 대한 비난과 탈퇴는 트럼프 행정부의 오바마 색채 지우기의 일환으로 추진된 정책사안이며 미국의 무역적자 및 경제적 어려움을 전임자의 실책으로 돌리려는 국내정치 전략이다. USMCA에 대한 태도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TPP와 달리 USMCA는 자신들이 추진한 정책이다. 당초 트럼프는 공약에서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체결되었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미국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협정이라면서 탈퇴를 언급했었다. 그러나 NAFTA의 일방적인 탈퇴가 인접국인 캐나다, 멕시코 및 미국 국내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지자 다소 후퇴한 형태로 재협상에 나섰다. 재협상 과정에서 자국의 이해관계를 NAFTA보다 강하게 반영한 것이 현재의 USMCA다. 따라서 지역무역협정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자료 : 관세청 YESFTA(www.customs.go.kr)

자유무역 규범의 주요 특징

WTO의 기본원칙
❶ 차별 없는 무역 ㉮ 최혜국대우*의 원칙 ㉯ 내국민대우**의 원칙
❷ 보다 자유로운 무역
❸ 예측 가능한 무역
❹ 공정경쟁의 촉진
❺ 개발과 경제개혁의 촉진
규범 WTO(1995~2000) FTA(2000~)
주요 목적 다자간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제거 WTO체제를 바탕으로 국가 간자율적으로 체결
법인 여부 스위스(제네바)에 본부를 둔법인격 있는 국제기구 협정 당사국 관련부처 간에 합의하여 운영
주요 대상 공산품, 농산물, 서비스, 지식재산권, 환경, 노동, 규범 등으로 적용 확대 공산품, 농산물, 서비스, 지식재산권 등을 기본으로 하고 환경, 노동 등 논란 분야 회피
기본 원칙 최혜국대우의 원칙+내국민대우의 원칙 최혜국대우의 원칙 예외 적용 + 상호이익 균형 및 민간성 존중
*최혜국대우의 원칙 : 어떤 상품에 적용되는 최저관세율이 있을 경우, 이를 다른 나라 제품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원칙 **내국민대우의 원칙 : 외국인에게만 적용되는 별도 관세부과 절차를 만들지 않고 내국인에게 적용되는 절차를 그대로
모든 무역협상은 미국과 1 : 1 로?

라이트하이저가 주장하는 자기 모순은 기고의 마지막 부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라이트하이저는 기고의 마지막 부분에서 국가 간 최혜국대우 원칙이 진정으로 존중되고 다자간 무역협상에 집중하는 WTO체제가 불가능하다면 그 대안은 오직 양자 간 시스템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은 후자도 가능하지만 전자를 달성하기 위해 마음이 맞는 국가들과 함께 노력할 용의가 있다며 현 WTO체제의 현상유지는 절대 옵션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WTO 차기 사무총장 선거는 세계무역시스템에 대한 미래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며 미국은 이 논의에 적극적이고 건설적으로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고 다른 WTO 회원국들도 동참하기를 바란다면서 기고의 끝을 맺고 있다.3)

마지막 부분이야말로 라이트하이저와 현 트럼프 행정부의 세계무역에 대한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결국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추진해온 다자간 무역협정의 판을 깨고 모든 무역협상을 미국과 상대국의 양자 간 일대일 관계로 전환해온 자신들의 정책을 옹호하는 것으로 자신의 주장을 마무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주장을 통해 WTO의 원칙인 세계의 무역장벽 철폐와 완전한 자유무역에 역행해온 자신들의 정책을 여건이 되지 않아서 불가피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고육지책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거기에 덧붙여서 현 WTO체제를 비난함으로써 WTO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WTO의 조직을 자국만의 이익에 맞춰 개편하려는 저의를 드러내고 있다.
물론 현재의 WTO체제나 FTA, 지역무역협정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가 간 무역분쟁이 발생할 때 최종 결론에 도달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그렇게 도출된 WTO의 결정이 강력한 구속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등 무역분쟁 조정기구로서 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게 WTO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데 일조한 국가가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WTO의 분쟁해결제도 최종심에 해당하는 상소심을 담당하는 상소기구(Appellate Body) 위원 임명을 지속적으로 저지하여 지난해 12월부로 기능을 정지시키는 등 WTO의 분쟁조정기능을 무력화하는 조치를 취해왔다.4)
또한 FTA나 다자간 무역협정의 배타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국가 간 불평등과 그로 인한 불완전성 문제는 WTO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TO가 양자 간 FTA, 다자간 FTA 및 지역경제통합 등을 권장하는 이유는, 그러한 협정들이 자체로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라 비록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따르고 그 이상의 과정으로 진전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지만, 전 세계적인 범위의 자유무역체제로의 이행이라는 WTO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중간단계로서 기능할 것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이트하이저는 WTO의 기본취지에 대한 아전인수식 해석을 통해 자신들이 취해온 보호무역 조치들을 옹호하고 자유무역 확산을 위해서 노력해온 다른 국가들의 노력을 비난하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미국이야말로 지난 4년간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이라는 이점을 악용해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안보상 위기로 확대해석하여 WTO의 규정을 무시하고 회원국이 합의한 규범과 동떨어진 자신들만의 규칙을 국가 간 무역에 적용하는 등 보호무역조치를 강화해왔으며 경쟁국뿐만 아니라 동맹국에게조차 형평성을 잃은 규칙을 적용하고 무역분쟁을 일으켜왔다. 그러한 행동의 저변에는 갈수록 커져가는 중국의 위협에 대한 견제와 무역적자, 산업 사양화로 인한 미국 노동자 계층의 경제적 고통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2017년 1월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DC 백악관에서
TPP에서 탈퇴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FTA와 지역경제통합, 완전한 자유무역체제로 가는 중간 단계

라이트하이저가 WTO체제에 대해서 불만을 표시하는 이유는 통상관계에서 자국의 이익을 반영하는 데 WTO의 원칙에 입각한 결정이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중국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미국이 취하는 조치에 대해서는 소송 형태로 제동을 거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다. 이러한 불만을 바탕으로 깔고 있기 때문에 WTO에서 권장하는 FTA에 대해서도 재화와 용역의 자유로운 거래를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이 사용할 수 있는 통상정책의 수단과 범위를 제한한다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라이트하이저는 무역통상에서의 자유(Free)라는 단어를 ‘관세 등의 무역장벽으로부터 자유로운(Free From Trade Barriers)’이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무역조치든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행사할 수 있는’이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듯하다. 다시 강조하지만 WTO에서 강조하는 자유란 무역장벽 철폐를 통하여 생산요소와 재화·용역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물론 미국이 불만을 표시하는 것처럼 중국은 WTO 회원국이면서도 회원국들 간 합의사항을 거리낌 없이 무시하고 시장진입 제한, 보호무역에 준하는 조치 및 지식재산권 침해 등의 행위를 여전히 해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미·중 무역관계뿐만 아니라 중국과 다른 나라와의 무역관계에서도 발생하는 일로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중국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가 대중 무역관계에서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사안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유무역과 공정한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국가들이 FTA를 확대하고 지역무역협정으로 발전시키면서 중국이 불공정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압박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진정으로 WTO의 원칙을 존중하고 무역에서의 불공정을 시정하려면 이러한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자유무역을 확대하고 모든 국가에 이익이 되는 자유무역을 원칙으로 하는 경제공동체를 수립, 중국으로 하여금 그러한 체제에 순응하게 하는 일이 세계경제의 리더인 미국의 책무일 것이다.
FTA와 지역경제통합은 완전한 자유무역체제로 가는 중간단계로서 양립의 문제를 논할 대립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각국과의 활발한 FTA 체결을 통해서 WTO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미국, EU, 중국 등 거대 경제권과 FTA를 모두 체결한 최초의 국가이기도 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은 FTA 확산에 기여하는 WTO의 모범국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임무는 미국 행정부의 FTA에 대한 견해와 상관없이 향후에도 더 많은 국가와 적극적으로 FTA를 체결해 이를 지역경제통합으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함으로써 WTO의 궁극적 이상인 무역장벽 없는 세계, 생산요소 및 재화와 용역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체제를 수립하고 전 세계 후생의 극대화에 일익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가능하면 미국이 세계경제의 리더로서 이러한 체제 수립을 주도하는 역할로 복귀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우방으로서 도움을 주는 것이 향후 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통상과제 중 하나일 것이다.

1) 한국무역협회 (2020), “[기고] 세계무역,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 통상뉴스(2020. 8. 24)에서 라이트하이저의 월스트리트저널 기고 내용을 요약한 기사 인용.

2) 한국무역협회 (2020), “[기고] 세계무역,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 통상뉴스(2020. 8. 24)에서 라이트하이저의 월스트리트저널 기고 내용을 요약한 기사 인용.

3) 한국무역협회 (2020), “[기고] 세계무역,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 통상뉴스(2020. 8. 24)에서 라이트하이저의 월스트리트저널 기고 내용을 요약한 기사 인용.

4) 이천기 외 (2019), 「WTO 상소기구 기능 정지: 의미와 배경, 향후 전망」, KIEP 오늘의 세계경제 Vol. 19, No. 26, 2019. 12. 12. 대외경제정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