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조명

K-서비스로 더 멀리 도약하는 한국 무역

심혜정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

지난 8월, 정부는 ‘K-서비스 해외진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해 서비스 해외진출 확대로 새로운 수출동력을 마련하고, 상품 위주의 수출구조를 혁신하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정부는 콘텐츠, 의료·헬스케어, 에듀테크, 디지털 서비스, 핀테크, 엔지니어링 등 6대 유망 K-서비스를 육성하여 2025년 10대 서비스 수출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10월 10일, 전세계 팬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콘서트를 개최한 방탄소년단.

올해 코로나19로 전 세계 무역이 얼어붙었다. 미·중 무역갈등이 지속되고 있고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확대로 주요국 상품 수출이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었는데,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우리 상품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지면서 올 1~9월 수출은 전년 대비 8.6% 감소하며 곤두박질쳤다. 그동안 우리 경제 성장을 이끌어왔던 상품 수출이 언제 다시 회복될지 불안하기만 하다. 전 세계 상품 무역의 성장세가 계속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세계 상품 수출 증가율은 세계경제 성장률과 2:1 비율을 유지해왔지만, 최근 그 비율이 1:1 수준으로 하락했고, 우리나라 역시 유사한 모습을 나타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안정성이 중요해지면서 선진국들은 경쟁적으로 리쇼어링(기업의 국내복귀)을 추진하고 있어 우리 상품 수출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제조업 중심 경제구조, 서비스 수출 16위에 머물러

상품 무역의 둔화와 달리 서비스 무역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2018년 세계 서비스업 총 생산액은 제조업보다 4배 이상 큰 규모를 차지하였다. 서비스업 교역도 활발해지면서 금융위기 이전 상품 교역과 비슷한 증가율을 보이던 서비스업 교역액은 2010년 이후 상품 교역보다 2배 높은 견실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세계 서비스 시장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는 데 비해 우리 서비스 산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주요 선진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 서비스업이 주력 산업으로 성장한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 머물고 있다. 영국, 프랑스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점에 서비스업 비중이 70%에 이른 데 비해 우리는 여전히 60%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우리 서비스업의 활성화가 절실하다. 그리고 우리 서비스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9년 우리 상품 수출은 세계 7위를 기록했으나 서비스 수출은 16위에 그쳐 세계 상품 수출 상위 10개국 중 상품과 서비스 수출 순위 격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 면에서도 상품 수출의 5분의 1 수준밖에 이르지 못하는 데다가 만성적인 적자구조를 기록하고 있다. 수출 분야도 운송, 여행, 건설 등 일부 업종에 편중되어 있다. 경제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무역의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2019년 주요국 상품 및 서비스 수출
(단위: 억 달러)
국가 상품수출 서비스수출
순위 수출액 순위 수출액
중국 1 24,990 5 2,817
미국 2 16,456 1 8,533
독일 3 14,892 3 3,352
네덜란드 4 7,092 6 2,621
일본 5 7,055 10 2,005
프랑스 6 5,697 4 2,871
한국 7 5,422 16 1,015
홍콩 8 5,349 17 1,012
이탈리아 9 5,327 12 1,214
영국 10 4,688 2 4,118
자료 : 세계무역기구(WTO
‘K-서비스 해외진출 활성화 방안’ 발표, 10대 서비스 수출강국 도약 위한 전략 마련

정부는 맞춤형 서비스업 지원을 통해 현재 세계 16위인 서비스 수출을 2025년까지 10대 수출 강국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그동안 제조업 수출 중심의 성장전략으로 서비스 수출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노력이 미흡했던 측면이 있다. 또한 내수 중심인 국내 서비스 산업의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진출을 적극 모색할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서비스 무역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수출지원 대책을 마련한 일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K-서비스 해외진출 활성화 방안’에는 기업, 시장, 인프라 등 3대 서비스 지원체계를 혁신하는 서비스 맞춤형 전략이 담겨 있다. 먼저 정부는 온라인 마케팅, 자금조달, 트랙레코드 확보 등 서비스 기업들의 해외진출 추진과정에서 당면하는 현장애로를 밀착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지원사업 선정 기준을 서비스 산업의 특성에 맞게 개선하고, 기획·준비 → 온라인 마케팅 → 현지화 등 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확대해서 정책의 성과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제조·서비스를 연계한 전략적 공적개발원조(ODA)에 나서 패키지 해외진출을 촉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FTA 네트워크 확대, 현지 맞춤 지식재산권 보호, 무역지원 서비스 등 제조업에 못지않은 수출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추가되었다.

7월 31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AI활용 재활의료·훈련 등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수출기업인 ㈜네오펙트를 방문했다.
해외시장에서 잘나가는 K-서비스

과거 우리 서비스 수출은 운송업과 건설업 중심으로 이뤄졌다. 2010년만 해도 전체 서비스 수출의 60%를 차지한 운송, 건설업은 2019년 40%대로 줄어들었다. 컴퓨터 서비스(소프트웨어, 시스템 설계 및 개발 등)와 콘텐츠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이다. 주요 수출 시장도 미국에서 동남아, 중국 등으로 다변화되었다. 현재 해외시장에서 가장 선전하고 있는 서비스 분야는 콘텐츠 부문이다. 2019년 콘텐츠 수출은 104억 달러로, 주요 수출품목인 컴퓨터(85억 달러)와 가전(70억 달러)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에듀테크 분야는 우리의 높은 교육수준과 정보기술(IT) 능력을 바탕으로 맞춤형 학습, 게임 기반, 외국어, 코딩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해외진출이 이어지며, 최근 5년간 진출 건수만 2배 이상 늘어났다. 의료·헬스케어 산업의 해외진출은 우리의 성공적인 K-방역 모델 명성과 함께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며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 시장의 성장 역시 우리 디지털 서비스 기업의 해외진출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분야는 세계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미래 시장 전망도 밝아 그 성장세가 더욱 기대되는 분야다. 최근에는 제조기업의 서비스업 활용 및 서비스화가 확대되면서 제품 생산을 위한 부차적인 수단이던 제조기술, 디자인 자체가 수출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유명 제약회사인 Y사에서는 신약 제조기술을, 대표적인 가구회사인 P사에서는 가구 디자인을 해외에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품과 연관된 서비스를 함께 판매하거나 제품을 아예 서비스화하여 판매하는 추세도 증가하고 있다. 제품과 더불어 유지·관리 서비스를 함께 공급하거나 제품을 판매하는 대신 렌털 서비스로 공급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소유’보다 ‘이용’을 중시하는 최근의 소비성향을 반영한 것으로 우리 정수기·공기청정기 제조업체들은 이제 베트남,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가전 렌털기업으로 더 큰 인지도를 얻고 있다. 이처럼 해외시장에서 K-서비스의 명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K-서비스 해외진출 활성화 방안 목표 및 추진전략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비전
서비스산업 해외진출 확대를 통해 코로나19 대응 新수출동력 창출 + 무역구조 혁신
목표
2025년 서비스산업 10대 수출 강
추진 전략
기업애로 해소
  1. ① 서비스 친화적 지원
  2. ② 플랫폼 기반 수출
  3. ③ 금융ㆍ투자 지원
  4. ④ 트랙레코드 확보
  5. ⑤ 진출단계별 지원
글로벌시장 경쟁력 제고
  1. ① 제조ㆍ서비스 연계
  2. ② K-서비스 브랜드화
  3. ③ ODA 연계 확대
  4. ④ 수출형 서비스벤처
  5. ⑤ 글로벌 표준 선점
인프라 보강
  1. ① FTAㆍ통상 강화
  2. ② 지재권 보호
  3. ③ 무역지원서비스
  4. ④ 서비스무역 데이터
  5. ⑤ 지원체계 정립
6대 K-서비스 육성
문화 콘텐츠
보건 의료ㆍ헬스케어
교육 에듀테크
ICT 디지털서비스
금융 핀테크
기술 엔지니어링
변화하는 무역환경은 새로운 기회, 서비스 혁신을 통해 해외시장 진출 도모해야

정부의 탄탄한 지원 정책과 더불어 서비스업을 수출산업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서비스업 전반의 혁신도 매우 중요하다. 지난 3월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 서비스 수출 기업은 내수기업에 비해 연구개발(R&D)에 인력·비용 투자가 훨씬 많으며, 서비스 혁신에 도달한 기업 수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서비스 R&D 투자는 매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전체 R&D 투자 대비 비중은 여전히 5% 미만에 머물고 있다. 우리나라의 민간부문 서비스 R&D 투자는 제조업의 10% 수준으로 제조 강국인 독일, 일본보다도 낮다. 우리나라는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제조기업은 존재하지만, 그에 반해 글로벌 서비스 기업이 전무한 것은 세계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 개발과 모델 발굴이 부족했던 점도 있다.
서비스 혁신은 서비스를 전달 및 수행하는 인력의 역량이 가장 핵심이다. 서비스업 R&D에서 다학제적 지식을 가진 고급 인력의 역할이 크지만, 중소기업 위주인 우리 서비스업 특성상 고급 인력 투입이 어려운 면이 있다. 그렇기에 서비스 전문인력 양성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열악한 서비스 R&D 인프라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서비스 혁신은 운영경험 및 노하우를 체계화·정량화하여 이를 테스트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서비스 R&D 결과를 과학적으로 설계 및 테스트할 수 있는 실험실, 시범 운영처 등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또한 민간부문에서 서비스 혁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뛰어들 수 있는 서비스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도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 제조업이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된 배경에는 민간부문의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이 뒷받침된 것과 마찬가지다.
최근 세계무역 환경의 변화는 그동안 미흡했던 우리 서비스 산업 발전에 새로운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다. 세계 교역은 제품 위주에서 제품과 서비스 융합시장으로 확장되고 있고, 세계 서비스 산업 역시 전통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새로운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IT에 강점을 가진 우리나라는 새로운 서비스 시장 진입에 유리한 조건이다. 또한 비대면 경제가 부상하면서 디지털 서비스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데이터나 클라우드 기반의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는 서비스의 디지털화, 플랫폼 서비스의 성장을 더욱 앞당겼다. 서비스는 무형이며, 생산과 소비가 대부분 동시에 이뤄진다는 특성으로 인해 그간 제조업과는 달리 수출환경에 제약이 존재했지만,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에도 새로운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직접 현장에서 소비해야 하는 서비스 산업의 제한을 극복하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을 이용하여 온라인 콘서트, 가상 여행체험 등 서비스 수출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더욱이 한류·K-방역으로 높아진 국가 브랜드 역시 우리 서비스 산업 해외진출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서비스 산업의 해외진출 확대는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 창출 등 동력을 보강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변화하는 서비스 무역 환경은 우리에게 새 기회를 제공하였고, 우리는 서비스업 혁신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지금의 기회를 우리 무역의 새로운 도약으로 발판 삼아 ‘서비스 한류’의 위상을 드높일 그날을 기대해본다.

8월 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2020 초등교육박람회 에듀테크쇼’. 150여 개 교육업체 및 기관이 참가해 첨단 교육기술과 콘텐츠를 반영한 교육제품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