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재택근무가 불러온 ‘홈오피스’ 확산, 한국은 어디에 있나

최진석 한국경제신문 건설부동산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재택근무가 장기화됨에 따라 ‘가정 내 사무실’을 마련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책상과 의자, 책장 등 관련 제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여러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상승곡선에 올라탄 홈오피스 문화를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재택근무가 국내외 여러 국가에서 뉴노멀로 자리 잡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극히 일부 기업이 사용하던 근무 방식이 이젠 대부분의 기업에 스며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수 기업이 올 연말까지 재택근무를 할 방침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적어도 내년 7월까지 재택근무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나아가 트위터의 최고경영자인 잭 도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무기한으로 재택근무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K–퍼니처’ 확산 기회, 현지 온·오프라인 유통망 공략해야

재택근무는 홈오피스 관련 소비 확대로 이어진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 아마존(Amazon)과 웨이페어(Wayfair) 등 홈오피스 가구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베스트바이(Bestbuy) 등에선 노트북PC, 모니터, 웹캠 등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글로벌 통계 전문기업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글로벌 가구·가정용품 산업 규모는 지난해 2,732억 달러(가구 1,729억 달러·가정용품 1,003억 달러)에서 올해 3,104억 달러(가구 1,945억 달러·가정용품 1,159억 달러)로 늘었다. 2024년에는 4,103억 달러(가구 2,638억 달러·가정용품 1,465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홈오피스 가구 수요 증가의 수혜주로 스웨덴의 가구업체 이케아(IKEA)가 꼽힌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 아이비스월드(IBIS World)가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케아는 올해 가구시장 점유율 1위(9.9%)로 올라섰다. 이케아는 전 세계 30개국에 370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온라인 판매량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온라인 가구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의 가구 온라인 상거래업체 오버스탁닷컴(overstock.com)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올해 초부터 4월까지 책상이나 의자 등 오피스용 가구 판매량이 전년 대비 270% 급증했다.

국내 홈퍼니싱 시장 규모 (단위 : 조 원) *2023년 규모는 추정치, 자료 : 통계청
K–팝과 K–방역에 이어 K–퍼니처도 가능할까

하지만 국내 가구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공략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국내 굴지 가구 제조사 한샘의 경우 해외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10%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가구업체들의 제품 경쟁력을 고려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K-팝과 K-방역에 이어 K-퍼니처도 한국에 대한 글로벌 인지도 확대를 등에 업고 시장 확대에 나설 필요가 있다.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기업들이 현지 대형 유통사와 손잡고 시장 공략에 나서거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수출도 고려해볼 만하다. 실제로 2018년 5월 아마존에 입점한 퍼시스그룹의 의자 전문 브랜드 시디즈는 올해 1~10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660% 늘었다. 주요 판매 제품은 ‘T50’과 ‘T80’ 등 시디즈의 주요 사무용 의자다. 회사 측은 재택근무 활성화와 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매출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주목할 점은 아마존 내 시디즈 제품의 평균 리뷰 점수는 타 해외 브랜드 대비 높은 수준인 4.4/5.0점이라는 것이다. 제품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높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해외 여러 국가에서 한국산 가구를 찾는 신호도 감지되고 있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호주와 멕시코 등은 한국산 가구 수입이 급증했다. 호주의 경우 올해 상반기 한국 사무용 금속가구 수입액이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했다. 수입액 순위도 작년 24위에서 올해 19위로 뛰어올랐다. 사무용 목재가구도 작년 27위에서 올해 상반기 18위로 급등했다. 멕시코에서도 올해 6월까지 한국산 가구 수입액이 전년 동기 대비 210%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올인룸(All in Room)’ 현상이 더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인룸은 ‘방 하나에 모든 것을 갖춘다’는 의미다. 방에서 식사와 휴식은 물론 일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만능 기능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가구업체들은 이런 흐름을 글로벌 시장에서 도약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까. 내수시장에만 안주한 채 이케아와 같은 공룡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잠식하는 걸 구경만 하게 될까.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참고자료 : KOTRA,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노동부, 피데스개발 ‘2020-2021년 주거공간 7대 트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