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탐구생활

안전하고 우수한 의료기기 수출을 위한 관문
김기훈 한국에스지에스㈜ 헬스케어인증팀 의료기기 선임심사원

오인숙 기자 사진 이소연

의료기기는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의료기기를 제조·판매하기 위해서는 정부기관이나 위탁기관에서 사전·사후 심사를 받아야 한다. 수출할 때도 마찬가지다. 각국 정부에서 위탁한 인증기관의 심사가 필요하다. 유럽 수출용 국내 의료기기를 심사하는 김기훈 선임심사원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맡고 계신 업무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에서 위탁한 기관, 흔히 말하는 인증기관에서 의료기기 심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기업이 개발한 의료기기가 유통되어 소비자가 사용하기에 적합한지를 심사합니다. 현재 소속된 곳이 글로벌 인증기업이라 유럽 외에 호주, 브라질, 캐나다, 일본, 미국 의료기기 심사원으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의료기기 심사원이 어떤 일을 하는지 좀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의료기기 심사는 크게 기술문서 심사와 품질시스템 심사로 나뉩니다. 전자는 기업이 제출한 문서들을 검토하여 제품의 적합성을 심사하고, 후자는 제조현장을 직접 방문해 심사합니다. 예를 들어, 이마에 넣는 필러의 경우 성능 측면에서 원자재가 일정 시간 모양을 형성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동물·인체 등을 대상으로 한 시험성적서를 확인합니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동일한 원자재를 사용한 유사 제품이 의료사고 등을 일으킨 적은 없는지, 사용된 원자재가 정말 안전한 재료인지 등을 확인합니다. 전문지식과 독립성, 객관성을 갖춘 의료기기 심사원이 이러한 과정을 확인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사용자가 보게 됩니다.

의료기기 심사원이라는 직업이 가진 매력을 꼽아주세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한 분야에서 일하며 기술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꾸준히 공부하기 때문입니다. 또 심사원 개인별로 업무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간관계로 인한 피로감이나 고민이 거의 없습니다. 처음에는 선배 심사원의 지도가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 능숙해지면 혼자 업무를 진행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일할 수 있다는 것인데,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합니다. 스스로 그만두지 않는 이상 정년 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습니다. 업무 특성상 관련 경험과 지식이 많은 심사원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심사원으로서 느끼는 보람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현장 심사원은 거의 매일 출장을 갑니다. 그만큼 육체적 피로가 따릅니다. 또 나의 잘못된 판단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기업에 피해를 주지는 않을까, 반대로 문제가 많은 기업인데 내가 잘못 판단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서 오는 정신적 피로감도 있습니다. 이런 어려운 점이 있지만 기업의 성장에 도움을 준다고 느낄 때 보람이 큽니다. 심사받는 기업이 매년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거나, 인증 후 큰 계약이 성사되거나 하는 경우입니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새로운 규정이나 개선책을 만들 때 전문가로 초빙되기도 하는데요, 이때 해외 규정에 의한 심사 경험을 토대로 정책적 제안을 해 반영되면 뿌듯하지요.

아무래도 해외 인증기관이기 때문에 영어에 능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영어 능력은 필수지만, 대부분 국내 기업들이 수출을 위해 인증을 받기 때문에 영어로 말하는 빈도가 아주 높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인 회화 정도면 충분합니다. 다만, 심사보고서와 자료가 모두 영어로 되어 있어 쓰기와 읽기 능력은 모두 갖춰야 합니다.

의료기기 심사원을 꿈꾸는 분들께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대학원 박사과정 3학기 때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계약직으로 들어갔습니다. 4년간 일하다가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입사 제의를 받고 심사원이 됐는데요, 이 일을 해보니 심사원이 되려면 공명정대하고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겠더군요. 또 흔히 말하는 갑질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높은 직업 윤리관을 가져야 하고요. 새로운 규정과 기술, 학문을 공부하기 위해 근면함과 성실함, 지적인 호기심도 필요합니다. 이런 자질을 가진 분이라면 도전해보길 권합니다.

의료기기심사원이 되려면 이렇게!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규제기관에서 위탁한 SGS, SZU 등 인증기관에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
따로 자격증이 필요한 일은 아니지만 인증기관에서 진행하는 교육과 시험을 거친 후 심사원 자격이 주어진다.

  1. ❶ 영어는 필수 : 기본적으로 영어 능력, 특히 쓰기와 읽기 능력을 갖춰야 한다.
  2. ❷ 관련 전공 이수 : 의료기기 형태가 점점 다양해지는 추세라 의공학 외에도 물리·화학·생물학과 기계·전기전자·컴퓨터 관련 학과, 방사선학 등을 이수했다면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
  3. ❸ 업계 경력은 최소 4년 이상 : 의료기기 또는 유사한 기업에서 설계·개발, 생산, 품질 업무를 담당했거나 식약처 등 관련 기관에서 근무한 경험이 필요하다. 평판 관리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