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라스트 니즈까지 세분화된 솔루션,
유통의 진화

강민정 코트라 무역투자기반본부 시장정보팀 차장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우리나라 수도권에서는 마트나 식당의 영업시간 제한조치가 생겼으며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큰 혼란이나 불편이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이커머스로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는 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소비의 확대는 유통산업을 더욱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유통산업의 변화는 여전히 지속 중이다. 공급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로봇 등 혁신기술을 활용해 비효율을 최대한 제거하고, 수요자의 아주 세분화된 니즈를 맞춰주는 서비스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2021년 온라인으로 직접 판매하는 D2C(Direct to Customer) 유통 형태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이유다. 또한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라이브 커머스’의 인기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 구입을 어려워하던 소비자도 실제 제품의 사용감을 최대한 느낄 수 있는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이커머스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이러한 큰 변화의 흐름을 읽는다면 포화상태로만 보이는 유통산업이지만 나만의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대일 맞춤 사료를 집 앞까지 정기 배송

벨기에에 본사를 둔 버디바이츠는 자체 알고리즘을 만들어 애완견의 맞춤형 사료를 제조하고, 이를 정기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8년 문을 연 지 2년 만에 벨기에, 독일, 프랑스 전역에 정기 배송 회원을 수천 명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반려견이 알레르기로 피부질환과 소화장애를 겪게 되자 시중에서 적합한 사료를 구할 수 없었던 창업자가 직접 맞춤형 사료 사업에 나선 것이다.
버디바이츠의 사료를 구입하는 과정은 간단하다. 첫 주문 시 고객이 반려견의 정보를 버디바이츠가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에 따라 입력하면, 반려견의 건강 유지에 필요한 영양 성분과 열량이 도출되고 이를 토대로 사료의 성분 배합을 결정해 제조 공정을 시작한다. 정기 배송 간격은 회원이 직접 설정할 수 있어 사료가 떨어질 때쯤 자동으로 사료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세분화된 고객 니즈를 찾아내 반영했음에도 시중에서 판매하는 일반 사료와 비교해 가격이 크게 높지 않다. 우리보다 반려견 문화가 먼저 발달한 유럽에서는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도 심화됐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 버디바이츠의 성공비결은 맞춤 제품, 편리한 배송, 안전한 재료의 조합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소비자 마음을 세심하게 배려한 것이 주효했다.

애완견의 맞춤형 사료를 만들어 정기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기업, 버디바이츠.
미식문화도 배달하는 와인구독 서비스

2014년 9월, 프랑스의 두 청년은 요식업이 번창하는 페루에서 ‘꼬달리 와인박스’라는 이름의 기업을 창업했다.
꼬달리 와인박스는 매월 와인 2병을 보내주는 ‘와인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에서도 와인을 비롯해 막걸리 등 다양한 주류의 정기구독 서비스가 존재하지만 꼬달리 와인박스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다양한 와인을 소개한다. 특히 해당 와인을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SNS를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무엇보다 부가서비스로 세계 최고급 레스토랑들과 제휴해 코키지1) 면제 같은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페루의 수도 리마 사람들은 요즘 유행하는 식당과 잘나가는 셰프, 맛있는 와인에 대해 알고 싶어 하고 심지어 비즈니스 자리에서도 이런 주제의 대화가 오간다. 꼬달리의 와인박스에서 제공하는 여타 대륙의 신선한 와인과 이에 대한 이야기는 현지인의 일상이나 사회생활에도 큰 도움이 된다. 꼬달리 와인박스는 소비자에게 최고의 미식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단순 구독서비스 그 이상을 제공해주는 셈이다.

매월 와인 2병씩 랜덤으로 배송, ‘와인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벤처기업, 꼬달리 와인박스.

1) 코키지(Corkage): 코르크 차지(Cork Charge)를 줄인 말로, 개인이 보유한 와인을 식당에 들고 오면 와인잔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요금을 받는 것.

신선식품 공급망 문제를 인공지능이 해결

미국은 연간 약 4,000만 톤, 미국인 1인당 약 100kg의 음식물이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 이는 미국 식량 공급의 약 30~40%에 해당하는 양이다. 그중에서도 식료품점에서 판매하지 못해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의 가치는 연간 약 22조 원에 달한다. 이렇게 버려지는 식품은 식료품 매장의 수익을 좌우하기도 한다. 2017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식료품점들이 주문해야 하는 신선식품의 적정량을 알려주는 최초의 소프트웨어 기업 어프레시가 나타났다. 어프레시는 식료품점에서 매일 신선식품 재고량을 입력하면 언제 얼마나 주문해야 하는지 계산해서 알려준다.
예를 들어 5월 중순경 어떤 과일이 더 맛이 좋고 인기가 있을지도 예측해서 적정 재고량을 알려준다. 실제 초기 어프레시 시스템 도입 테스트에서 식료품점이 배출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25~45% 감소했다. 더불어 재고가 부족한 상황은 80% 이상 감소, 결과적으로 식료품점의 수익은 2배 증가했다. 장기적으로 어프레시는 신선식품을 다루는 모든 단계, 즉 유통센터, 생산자, 식당, 공급업체 등 공급망 전반에 걸친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식료품점들이 주문해야 하는 신선식품의 적정량을 알려주는 최초의 소프트웨어 기업, 어프레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