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아카데미

유럽 정중앙에 위치한 ‘물류의 허브’
오스트리아

강유덕 한국외대 Language and Trade 학부 교수

오스트리아는 지리적으로 유럽의 가장 중심에 위치한 국가다. 면적은 한국의 80%, 인구는 890만 명에 불과한데 무려 8개 국가에 둘러싸인 내륙국이다. 오스트리아와 같은 내륙국은 지정학적 요인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주변국 간에 갈등이 있거나 인접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이 불안한 경우 외란에 휩싸이기 쉬운 반면 주변국 간에 안정적인 교류 환경이 확립될 경우엔 경제중심지로 입지적 우위를 활용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는 후자에 속한다.

중소기업 수 35만 8,400개 (2019년 기준)
기초과학 강국, 중소기업 기반의 탄탄한 산업구조

오스트리아는 1955년 이후 오랜 기간 스위스와 유사한 중립주의 노선을 추구했다. 수도인 빈에는 유엔 빈 사무소를 비롯해 여러 국제기구가 본부를 두고 있다. 이는 특유의 중립노선과 지리적 장점을 잘 활용한 노력의 결실이다. 오스트리아는 냉전 종식 후인 1995년 유럽연합(EU)에 가입했고, 이후 EU의 외교·통상·기후변화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오스트리아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은 서비스업으로 전체 생산의 70%를 차지한다.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 2000대 상장기업(포브스 글로벌 2000)에 오스트리아 기업은 9개로 이 중 5개가 금융, 유통 등 서비스 분야다. 반면에 오스트리아는 수많은 중소기업을 바탕으로 탄탄한 산업구조를 갖춘 제조업 강국이다. 지금까지 오스트리아는 1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는데, 이 중 생리의학상 7명, 화학상 4명, 물리학상 3명에 이를 만큼 기초과학 강국이기도 하다. 2019년 기준 오스트리아의 국내총생산(GDP)은 약 4,460억 달러(세계 26위)이며, 1인당 GDP는 51,575달러(세계 13위)로 연구개발(R&D) 지출비는 GDP 대비 3.2%로 EU 회원국 중 스웨덴에 이어 2위이며, 인구 1,000명당 연구자 수도 6위(11.6명)를 차지했다. 주로 철강, 자동차/부품, 기계 등의 산업이 매우 발달했고,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우량기업인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을 171개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독일(1,573개), 미국(350개), 일본(283개)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숫자다. 중소기업의 수는 35만8,400개로 전체 기업 수의 99.6%, 민간부문 고용의 67%, 전체 산업 생산의 61%를 차지한다.

2021년 경제성장률 3.4 %(예상치)
위드 코로나 시대 준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의 여파는 오스트리아 경제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유럽 동서와 남북을 잇는 지리적 특성상 코로나19의 확산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어 외출제한 같은 고강도 조치를 실시했다. 오스트리아 경제의 한 축인 물류와 관광산업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산업 가치사슬의 운영에도 큰 차질이 빚어졌다. 이로 인해 2020년 오스트리아 경제는 –6.6%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2021년 1월 실업률은 7.3%까지 치솟았다. 2021년 9월 기준 전체 인구의 60% 이상이 백신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 일일 확진자 수는 인구 대비 한국보다 6배가량 많은 수준이지만, 대부분의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위드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에는 약 3.4%의 성장이 예상되지만, 오스트리아의 경기회복은 유럽 전체의 코로나19 상황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오스트리아 정부는 내수경기 회복을 위해 다양한 지원 패키지 등 500억 유로 규모의 경기부양을 실시했다.

안정적 노사관계 높은 사회적 신뢰도
물류인프라 발달, 중소기업 중심 제조 강국

진출시장으로서 오스트리아가 갖는 장점은 정치·경제·사회적 환경이 안정적이며, 동서 유럽을 잇는 물류인프라가 발달한 점이다. 또한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력이 높은 수많은 중소기업이 있어 제휴를 통한 공동시장 진출, 기술 확보가 용이하다. 안정적인 노사관계와 높은 사회적 신뢰도 오스트리아의 장점이다.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정부의 경기부양과 EU의 기금을 활용한 지원, 팬데믹의 종료과정에서 나타날 수요 반등도 기대해볼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오스트리아 정부가 미래형 친환경 모빌리티, 디지털 전환에 역점을 둠에 따라 이 분야의 제품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다. 다만 적은 인구로 인해 내수시장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현지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기업들은 독일, 스위스 등 독일어권 시장을 목표로 하거나 유럽의 동서를 잇는 관점에서의 오스트리아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또한 많은 산업 분야에 걸쳐 유럽계 기업들이 이미 촘촘한 공급망을 형성했고, 유통망도 장악하고 있어 신규 진입이 어렵다. 따라서 오스트리아 내수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먼저 적절한 현지파트너와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 최초 오스트리아 국빈 방문 (2021.6)
유럽의 변화를 감지하는 테스트베드

지난 6월에는 처음으로 한국 정상의 오스트리아 국빈 방문이 이루어졌다. 양국은 한반도 평화에 대해 깊은 공감대를 공유했으며 기초과학 및 산업, 기후변화, 문화, 보건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협력을 위한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다양한 틈새시장에서 경쟁력이 강한 중견기업이 많은 반면, 한국 기업들은 상용화·산업화 능력이 강하기 때문에 보완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또한 많은 국가가 기후변화 대응과 기술혁신 등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럽의 변화를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서 오스트리아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대(對)오스트리아 교역규모 수출 10.66억 달러 수입 16.28억 달러 (2020년 기준)
세계적 무역감소 추세에도 한·오스트리아 교역규모 증가

한·오스트리아 무역은 지난 20년간 꾸준히 증가해 2020년 수출은 10억6,600만 달러, 수입은 16억2,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전 세계 무역이 감소했으나 한국의 대(對)오스트리아 수출과 수입은 전년 대비 각각 23.3%, 4.8% 증가했다. 올해에는 수출과 수입 모두 전년 대비 20% 이상 늘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주요 수출품목은 컴퓨터, 반도체, 자동차 및 부품, 배터리 등인데, 특히 컴퓨터와 자동차 수출은 지속적으로 증가추세다. 주요 수입품목은 자동차 및 부품, 의약품, 분석기기, 산업용 전기기기 등이다. 자동차의 경우 독일산 브랜드 상당수가 오스트리아에서 생산, 수입되고 있어 수입규모가 큰 편이다. 또한 현재 유럽의 자동차 산업계는 유럽 그린딜(Europe Green Deal) 추진으로 인한 산업생태계 전환에 따라 전기차 생산으로 전면적인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오스트리아 간 무역은 자동차 및 부품, 배터리, 그리고 친환경 산업품목을 중심으로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의 경우 현재 18개 한국 업체가 진출 중이다. 현지 인건비가 높아서 생산시설을 설립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대기업의 판매법인 중심으로 진출이 이루어졌다. 최근에는 한국 물류업체들이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데, 오스트리아의 항공 및 육상 물류 인프라가 다시 주목을 받기 때문이다.

현지인터뷰
김도경 오스트리아 빈무역관 과장
Q 오스트리아 진출 기업이 꼭 알아야 할 현지 관행이나 주의사항을 소개해주세요.

A 오스트리아 기업의 속성상 한두 번의 거래를 위해 생산업체를 물색하는 경우는 드물며, 지속적인 거래관계 유지가 가능한 생산업체와의 접촉을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단은 소량 주문으로 제품의 시장성 테스트, 생산업체의 약속 이행 여부, 품질 준수 여부 등 거래의 기본 요소를 점검한 후 신뢰가 쌓이면 주문량을 늘리는 관행을 보인다. 일단 신뢰가 구축되고 나면 장기적인 비즈니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초기부터 많은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꾸준히 관계 형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며 인내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지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독촉할 경우, 오히려 반감을 낳아 거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Q 오스트리아에서 현재 가장 인기 있는 한국 제품이나 진출 유망 산업군을 소개해주세요.

A 오스트리아는 5만 달러가 넘는 1인당 GDP와 높은 소비성향으로 적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구매력 높은 내수시장을 자랑한다. 동남아 이민자 그룹 및 젊은 층을 중심으로 K팝, K드라마 등을 통해 한국 문화와 한국 제품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는 추세다. 유망품목으로는 한류에 관심 있는 젊은 층을 겨냥한 화장품, 패션의류, 액세서리 등이 손꼽힌다. 한류 붐을 이용한 다양한 문화행사 개최로 한국 및 한국 제품 홍보 효과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 매년 3월과 8월에는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선물용품 및 아이디어 상품 전시회인 크레아티브(Creativ)가 개최되고 있으므로 진출 기업들이 활용하면 유용하다.

비즈니스 에티켓
오스트리아의 비즈니스 에티켓 이것만은 꼭 알아두세요

학위 타이틀 병기하기
오스트리아는 석사, 박사 등 학위 타이틀을 이름과 함께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대면 이전에 이메일이나 편지를 발송할 일이 있을 때에는 상대방의 이름에 학위 타이틀을 병기하는 것이 좋다.

악수하며 고개 숙이는 동양식 인사법 호감
여성 존중 문화가 정착돼 있어 어떤 장소에 들어가거나 나올 때는 언제나 여성에게 우선권이 있다. 악수할 때에도 여성과 먼저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화 등을 통해 고개 숙여 인사하는 동양식 인사법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악수하면서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는 인사법은 오스트리아인에게 호감을 줄 수 있다.

식사 대접 시 후식 권하기
오스트리아에서는 아페리티프(Aperitif·식사 전 식욕을 돋우기 위해 마시는 술)를 마시는 경우가 있으므로 음식 대접을 하는 경우라면 권해보는 것도 좋다. 후식을 먹는 것도 일상화돼 있으므로 식사 후 커피를 시키기 전에 후식을 권하는 것도 예의에 속한다. 식사 시 후루룩 소리를 내거나 식후 트림은 식탁에서 절대 금기사항이다.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주소 등 개인정보 문의는 실례
휴대전화 번호나 개인 이메일 주소 등 개인 정보를 물어보는 것은 예의에 벗어나는 일로 간주한다. 또한 유럽연합 일반 개인정보보호법(GDPR)에 따라 직장 동료의 개인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범법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