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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디지털 통상

과거 디지털 통상은 전자상거래에 국한됐다. 지금은 온라인·비대면 경제가 확산되면서 플랫폼,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콘텐츠, 데이터 등이 모두 교역 대상으로 떠올랐다. 기존 통상 규범으로는 담아내기 어려운 수많은 영역이 새로 등장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졌지만, 글로벌 전체로 합의한 디지털 통상의 규칙은 아직 없다. 이 때문에 디지털 통상 규범을 확립하고 표준을 선점하려는 각국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keyword 1 디지털 통상 국제 규범

디지털 통상 협상은 1998년 세계무역기구(WTO) 무역개발위원회에서 전자상거래 협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으나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대립하면서 진전되지 못했다.
빅테크(Big Tech·거대정보기술기업)를 보유한 미국이 디지털 통상 자유화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반면 유럽연합(EU)과 개발도상국들은 디지털 통상에 대한 규제 권한을 강조하고 있다.
WTO는 디지털 경제가 본격 확산되면서 2019년부터 디지털 통상에 대한 WTO 협상을 재개했지만, 올해도 합의안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WTO 차원의 다자협상이 답보 상태인 것과 비교해 지역무역 체제에서의 전자상거래 규범 협상은 빠르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미국은 멕시코, 캐나다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USMCA와 일본과의 디지털무역협정(DTA; Digital Trade Agreement)을 통해 디지털 통상 자유화와 디지털 통상 규범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keyword 2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

디지털 통상 국제 규범 중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협상은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 Digital Economy Partnership Agreement)’이다. DEPA는 싱가포르·뉴질랜드·칠레 3국이 디지털 경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체결한 협정이다. 2019년 5월 협상을 시작해 6개월 만인 2020년 1월에 타결했고, 올해 1월 발효됐다.
DEPA가 디지털 통상의 이정표로 불리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DEPA는 디지털 경제 분야만 다루는 협정이며 최초의 복수국가 간 디지털 통상 협정으로 회원국을 확대할 수 있게 개방형 플랫폼을 지향한다. 전자상거래 같은 통상협정 성격을 넘어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의 윤리적 원칙과 표준에 대한 국가 간 협력 증진을 표방하며, 대기업 중심의 전통적 무역거래에서 벗어나 중소기업들의 디지털 통상 참여를 지원한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이처럼 DEPA는 디지털 경제의 모든 문제를 포괄할 뿐만 아니라 규범화 방식이 혁신적이다.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가 DEPA에 발을 담그려는 이유다.

keyword 3 데이터 이전, 설비 현지화

디지털 통상에서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은 데이터의 국경 간 이전 자유화와 데이터 설비의 현지화 문제다. 디지털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국경 간 데이터의 원활한 이전을 보장하고 데이터를 다루는 컴퓨팅 시설의 현지화 요구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자국 소비자와 기업을 보호하고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해외 이전을 적절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국가들도 있다. 이 두 문제는 현재 글로벌 디지털 통상 규범 수립을 어렵게 하는 대표적인 쟁점이다. 디지털 통상에서는 데이터의 국경 간 이전은 불가피하다. 기본적으로 국가 간 전자상거래에는 소비자의 결제 정보를 포함한 금융 정보가 공유돼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데이터 설비 현지화 문제는 개인정보 보호와 기업들의 경영 효율성과 연결된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경제적인 운용을 위해 데이터 서버 등을 서비스 수요국이 아닌 본사나 제3 지역에 둔다. 이 경우, 소비자 국가로서는 개인정보 침해 시 국내법 적용이 어려워 이를 문제 삼고 있다.

keyword 4디지털세

기존 국제조세 기준에 따르면 물리적 고정사업장이 위치한 국가에서만 기업에 과세가 가능했다. 정보통신(IT) 기업의 경우에는 서버 소재지를 고정사업장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구글과 아마존처럼 국경을 초월해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 사업을 하는 글로벌 IT기업은 적절한 과세가 이뤄질 수 없었다. 미국을 제외한 많은 국가는 글로벌 IT기업들이 자국 내에서 수익을 창출해도 과세할 수 있는 권한이 부재하다는 점과, 이러한 상황을 이용한 IT기업들의 조세회피 행태를 끊임없이 지적해왔다.
이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7월 139개국이 참여한 ‘포괄적이행체계’ 논의에서 ‘디지털세 합의안’에 130개국의 지지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IT기업들이 법인세와 별도로 매출이 생긴 지역에 세금을 내도록 강제하는 안으로 대표적인 대상 기업인 구글의 이름을 따 ‘구글세’라고도 부른다. 합의안에 따르면, 과세 대상은 매출 200억 유로(약 27조 원) 이상, 영업이익률 10% 이상인 기업이다. 연간 30조 원을 벌어 3조 원 이상 남긴 기업이 과세 대상이라는 의미이다.

keyword 5디지털 뉴딜

한국의 디지털 전략은 2020년 7월 발표된 ‘디지털 뉴딜’이 중심이다.
이 전략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국가 위기를 극복하고 디지털 전환을 통한 국가 발전을 목표로 하는 5개년 계획을 바탕으로 한다. 크게 4대 분야 12개 추진과제로 이뤄져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DNA) 생태계’ 강화를 위해서 공공 데이터 개방과 데이터 댐을 구축하고, 전 산업에서 5G 통신망과 인공지능(AI) 활용을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비대면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스마트 의료, 중소기업 원격근무, 소상공인 온라인 비즈니스 참여를 지원한다. 교육, 교통, 물류 등 주요 사회경제 분야에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지원하는 정책이 포함됐다. 국가기술표준원도 디지털 기술 표준화를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