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사

친환경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금속, 알루미늄

박정호 명지대 경제학과 특임교수

알루미늄은 청바지의 단추, 병뚜껑, 맥주 캔, 비행기 등에 사용되는 금속이다. 알루미늄은 대표적인 공급과잉 금속으로 꼽혔으나 코로나19 이후 세계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2021년 1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금속통계국에 따르면, 2021년 3분기까지 알루미늄의 수요량은 4,620만 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생산량은 5%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알루미늄의 주요 생산국이자 소비국은 중국이다.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를 생산하고 전 세계 소비량의 절반을 소비한다. 알루미늄 가격이 중국의 생산과 소비의 변화에 의해 움직일 수밖에 없는데, 코로나19 이전까지 국제 알루미늄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저성장 기조 속에서 알루미늄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루미늄은 다양한 신산업이 대두될 때마다 가장 먼저 수요가 늘어난 금속이자 코로나 시대 친환경 전략 중 하나인 경량화를 추진하는 데 꼭 필요한 금속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코로나19 이후 많은 나라가 알루미늄의 원활한 수급에 더욱 촉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알루미늄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상 속 알루미늄, 친환경 미래자원으로 부상

알루미늄은 가벼운 특성으로 항공기·자동차·선박·철도에 사용되고, 전기의 양도체인 점을 이용해 송전선 등에도 사용된다. 알루미늄의 사용처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알루미늄의 생산량도 급격히 증가했다. 알루미늄의 세계 생산량은 1900년 6,800톤에서 1954년 281만 톤으로 증가했으며, 이때부터 알루미늄은 비철금속 중 가장 많이 생산돼 구리 생산량을 능가한다.
지금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알루미늄이 처음 발견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알루미늄은 산소, 규소 다음으로 가장 많이 존재하는 원소이지만 광물 속에서 분리하기가 어렵다. 지금도 알루미늄을 광석에서 분리하는 비용이 비싸서 가격은 철보다 몇 배 더 높은 데다가 훨씬 희귀한 구리와 비슷할 정도로 비싸다.
알루미늄의 미래는 밝다. 특히 기존 자동차보다 무게가 더 나가는 전기자동차의 경량화를 위해 알루미늄 수요가 더욱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지금도 알루미늄은 자동차 중량을 10% 경량화해 연료가 6~8% 절감되고 연료비 600달러를 절약할 수 있으며 10만km 운전 시 연료 1,620리터를 절약할 수 있게 해준다. 향후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시장으로 급격히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차량 중량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알루미늄이 자동차 차체(Body) 및 내외장재, 구조재 등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에서는 내연차보다 4배 이상의 알루미늄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알루미늄은 최근 태양광 모듈을 구성하는 틀과 각각의 태양광 패널을 고정하는 구조물 등에 쓰이는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풍력에서도 ‘나셀(Nacelle)’이라고 하는 회전력을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발전장비와 풍력 타워를 구성하는 물질로 쓰이고 있다. 철을 비롯한 다른 소재와의 결합 및 용접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지만 가볍고 변형이 쉬운 데다가 재활용이 용이한 금속이다.

제2차 세계대전과 관세 분쟁

알루미늄은 우리 일상에서 철과 함께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금속인데, 특히 전쟁 기간에 특수를 누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기 동체를 가볍게 만들기 위해 철 대신 알루미늄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전쟁 중 미국은 알루미늄을 군수물자에 우선적으로 사용되도록 하고 일본 수출을 금지했다.
최근에는 관세분쟁에도 휘말렸다. 2017년 미국이 자국 내로 수입되는 알루미늄에 “미국의 안보를 해치는지 조사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는 대규모 관세나 수입제한조치를 하겠다는 의미였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이른바 러스트벨트 지역 유권자를 위한 선거공약 중 하나였는데 가장 먼저 불똥이 튄 곳은 유럽연합(EU)이었다.

2018년 자국 안보를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유럽산 알루미늄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EU 집행위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으며 “오늘은 글로벌 교역에 있어 나쁜 날(Bad Day)”이라며 “미국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응했다. EU는 위스키, 청바지, 오토바이 등 미국을 상징하는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로 맞대응하며 갈등이 심화됐다. 3년 넘게 이어지던 미국과 EU의 알루미늄 관세 분쟁은 지난해에 결국 종결됐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EU 집행위원장이 회담을 통해 미국이 알루미늄에 부과한 관세를 없애는 대신 EU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철회하는 데 합의한 것이다.

알루미늄이 이처럼 국가 간 관세분쟁의 단골손님이 된 이유는 현대인의 일상생활에 가장 중요한 금속 중 하나로 자리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 과장한다면, 알루미늄 없이는 일상생활이 힘들 만큼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캔을 만드는 주재료에서 전기자동차, 선박 등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게다가 우주 개척에도 필수적인 금속으로 쓰이고 있으니 미래 주력 산업 성장을 뒷받침하는 신소재로 그 역할이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