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아카데미

아세안 스타트업과 유니콘의
선두주자, 인도네시아

이요한 부산외대 아세안연구원 연구교수

인도네시아는 한반도의 9배에 달하는 영토 대국이자 인구 약 2억7,000만 명(2021년 기준)으로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다. 1,300여 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이기도 하다. 종교는 이슬람교가 87%로 가장 많으며 정치 체제는 5년 임기의 대통령 중임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2019년 재선에 성공한 조코 위도도(Joko Widodo) 대통령이 현재 집권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평균 나이 30세의 젊은 국가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나라다.

IndonesIa 1인당 GDP 4,202달러 (2021년 기준)
2030년 7위 경제대국과 10대 산업국가를 향하여

인도네시아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021년 기준 1조1,593억 달러로 세계 15위권의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1인당 GDP는 4,202달러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2021년 ‘메이킹(Making) 인도네시아 4.0’을 발표하며 식음료·섬유·자동차·전자·화학 등 5대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해 2030년까지 세계 7위 경제대국과 10대 산업국가가 되는 것을 천명했다.
2021년 회복세를 보인 경제성장률은 오미크론 확산의 변수를 극복한다면 2022년에도 5%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총 무역액은 2021년 수출 2,235억 달러, 수입 1,855억 달러로 사상 처음으로 4,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코로나 첫해인 2020년 무역액 약 3,000억 달러보다 1년 새 1,000억 달러가 급증한 것이다. 주요 수출품은 팜유(세계 1위)·고무(2위)·카카오(3위)·석탄(4위)이며, 주요 수입품은 기계·전기기기·플라스틱 등 공산품 위주다.
코로나19 이후 경기가 위축되자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2020년 이후 기준금리를 총 6차례 인하했으며,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유동성을 크게 확대했다. 또한 법률로 정한 재정적자 한도를 한시적으로 유예해 재정지출을 12%나 늘려 재정수지적자가 GDP의 5.7%까지 증가했다. 정부의 경기부양, 원자재 수출의 확대, 꾸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증가로 경기가 안정돼 있으나, 환율 변동의 취약성 등 구조적 문제도 안고 있다.

유니콘 기업 8개 보유(아세안 1위)
디지털 경제와 유니콘 기업

인도네시아는 천연자원 수출국, 저렴한 노동력 보유국가라는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디지털 경제 대국을 지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20 고 디지털 비전(Go Digital Vision)’을 통해 적극적인 디지털 경제 정책을 펴고 있다. 조코위 대통령은 2020~2021년 100억 달러를 투입해 디지털 인프라를 확충하는 한편 국영 기업을 통한 스타트업 지원에 나섰다. 이에 힘입어 인도네시아 디지털 경제 규모는 2015년 80억 달러에서 2020년 440억 달러로 5배 이상 성장했고, 2025년 1,240억 달러까지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네시아는 2021년 기준 8개 유니콘 기업(아세안 1위)을 보유하고 있으며 2,204개의 스타트업 기업(세계 5위)이 활동하고 있다. 독일(2,167개), 프랑스(1,500개)보다 많은 수치이고 한국(327개)보다는 7배 가까이 많다. 대표적인 유니콘으로는 아세안 최초 데카콘(Decacon·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 이상) 기업인 고젝(Gojek)이 있다. 그러나 소비자의 온라인 구매에 대한 신뢰 부족과 통신망 등 인프라 부족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행정수도 이전 예산 324 억 달러
한국과 인도네시아, CEPA로 격상한 양국 경제협력

2021년 기준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14대 교역국이며, 한국은 인도네시아의 8대 교역국(인도네시아 통계청)이다. 한국은 인도네시아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을 통해 양국 간 상품·인력 이동뿐만 아니라 포괄적 교류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의 기업인들은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롯데케미칼의 석유화학단지 등 현지 투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CEPA를 통해 인도네시아의 디지털 전환, 그린(Green) 경제 등 전략적 투자협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지반 침하 문제로 자바섬의 자카르타에서 보르네오섬의 동칼리만탄으로 수도를 이전하기로 한 신수도법을 2022년 1월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새 수도의 이름은 누산타라(Nusantara)다. 2045년을 목표로 진행되는 수도 이전과 건립에 약 324억 달러(약 38조663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한국의 인프라 시장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2년 7월부터 자체 개발 백신 사용 목표
오미크론 확산과 백신 개발 착수

인도네시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514만 명(2022년 2월 20일 기준)이며 오미크론의 영향으로 일일 확진자가 지난 1월 말 1만 명대에서 2월 15~19일 평균 5만 명대로 급증했다. 특히 PCR 검사의 양성률은 44.73%로 매우 높게 형성돼 델타 변이 확산이 최고조에 달한 2021년 7월과 유사한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개인이 PCR 검사비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받지 않는 감염자를 포함하면 실제 확진자는 공식수치의 3~4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1억 명 이상이 1·2차 접종을 완료했지만, 중국산 시노백을 사용해 백신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체 백신을 개발해 2022년 7월부터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4년 직선제 채택
식민 시대를 극복한 통합국가

인도네시아는 많은 섬으로 구성된 도서 국가다. 역사적으로 볼 때 강력한 중앙집권적 체제이기보다는 각 섬 중심으로 언어와 문화를 가진 독립적인 사회체계를 이루었다.
서구 세력으로는 처음으로 포르투갈이 15세기에 암본(Ambon)과 말루쿠(Maluku)를 점령했고 이후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의 식민 통치를 받았다.
수카르노 대통령(1946~1967 재임)은 ‘다양성 속의 통합’이라는 기치 아래 인도네시아를 단일 국가로 수립하는 데 기여했으며, 수하르토 대통령(1967~1998)은 산업화와 경제발전에 기여했다. 2014년 직선제를 채택한 이후 평화적 정권교체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져 동남아에서 가장 민주화된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문화가 강하지만, 5대 국가 이념인 판차실라(Pancasila)에 입각해 기독교, 불교 등 다른 종교도 인정하고 있다.

현지인터뷰
박승석 자카르타무역관 과장
Q 인도네시아 진출 기업이 꼭 알아야 할 현지 관행이나 주의사항을 말씀해주세요.

A 계속 변경되는 법인 설립 및 인·허가에 대한 절차 숙지가 필요하다. 옴니버스법을 통해 대부분의 분야가 외국인에게 개방됐지만 여전히 현지 기업과 협력해야 하거나 외국인 투자 지분 제한이 있는 분야가 존재한다. 특히 사업 형태나 업종별로 인·허가 절차가 달라 현지 진출을 위해서는 영위하려는 사업에 대해 면밀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 그다음으로 인도네시아에서만 필요한 상품별 인증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크게는 공산품(SNI), 식음료·화장품(BPOM), 의료기기(ALKES) 인증 등이 있다.

Q 인도네시아에서 현재 가장 인기 있는 한국 제품이나 진출 유망 산업군을 소개해주세요.

A 인도네시아는 한류 열풍이 가장 크게 불고 있는 국가 중 하나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의 인도네시아 지역 인기순위 톱10 중 과반수 이상이 한국 콘텐츠로 채워져 있다. 이들 한국산 콘텐츠에 나온 화장품·식음료 위주로 현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더해서 최근 양국 간 긴밀한 코로나19 대응 협력으로 한국산 의료기기 인지도가 증가한 만큼, 향후 의료기기 분야 한국산 제품의 진출 증가가 예상된다.

비즈니스 에티켓
인도네시아 비즈니스 에티켓, 이것만은 꼭 알아두세요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
인도네시아는 공식적으로 국교가 없고 종교의 자유가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교가 약 90%를 차지하고 있어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가까운 예로 이슬람 문화에서는 돼지고기와 술을 먹는 것, 도박이 금지돼 있다. 특히 하루에 5회 기도를 해야 하고 이는 법으로도 보장돼 있으므로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종족·종교·인종·계층에 대한 이해가 필요
인도네시아는 종족·종교·인종·계층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나라다. 다양한 종교를 믿는 종족과 인종이 모여 살고 있는 다민족 국가인 만큼 다양성 존중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종족(Suku)·종교(Agama)·인종(Ras)·계층(Antargolongan) 등의 머리글자를 딴 SARA 원칙을 배운다.

부정적 의사표현이 적은 인도네시아인들의 성향 이해
인도네시아인들은 분쟁이나 대립을 꺼려해 비즈니스 미팅에서 직접적인 부정의 의사표현을 하지 않고 모호하게 돌려서 말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의사소통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이 되고 있으므로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

차별과 비하에 매우 민감
인도네시아인은 작은 차별과 비하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언행을 삼가야 한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운동인 배드민턴을 비하하는 내용의 한국 드라마가 지난해 방영됐는데 국회의원까지 해당 드라마를 성토할 정도였다. SARA 원칙은 인도네시아인이 좋아하는 한류 문화에도 어김없이 작용하므로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