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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2022년 통상전략 키워드
대외개방과 개방의 안전 확보

양평섭 현대중국학회 회장/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경제실 선임연구위원 사진한경DB

중국의 대외통상전략 중심이 과거 ‘개방을 통한 성장과 국내의 개혁 촉진’에서 시진핑 시대로 접어들면서 ‘대외개방에 따른 경제 안전 보장과 국제적 영향력 확대’로 전환됐다.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으로부터 중국을 격리시키려는 탈중국화 디커플링(Decoupling)이 본격화되면서 중국 통상전략의 핵심이 ‘대외개방과 개방의 안전 확보’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의 중장기발전규획(14차 5개년 규획)에서 구체화한 ‘국내대순환을 주체로 하고 국내·국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간다는 쌍순환(Dual Circulation) 전략이다.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2021년 3월 11일 오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 폐막과 함께 전부 막을 내렸다.
사진은 제14차 5개년 규획 기자회견장 모습.

덩샤오핑은 ‘국제대순환론’에 입각해 대외개방을 외국의 자본과 시장을 활용해 국내 경제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중국의 사회주의경제 체제에 시장을 결합하는 개혁을 추진하는 동력으로 활용했다. 이를 위해 장쩌민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2001년)을 성사시켰고, 뒤이은 후진타오는 WTO 가입을 국내 제도 개혁의 동력으로 삼아 개혁을 추진해왔다. 시진핑 시대에선 대국화에서 강국화 전략으로 전환, 통상전략도 변화됐다. 먼저는 중국의 세계경제 및 국제경제 질서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미·중 간 무역마찰, 기술패권 경쟁, 경제체제 경쟁을 포함하는 전략적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시진핑 시대의 4대 통상전략 기조

현재 중국의 통상전략은 쌍순환 전략을 기반으로 중국에 대한 글로벌 압박을 타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와 국제 순환이 상호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시스템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은 시스템 구축에 있어 안전 보호, 영향력 확대, 개방과 개혁 연계, 개방 확대라는 네 가지 키워드(Key Word)에 방점을 찍고 있다.

1. 안전보호

첫째, 대외개방의 안전보장체계 확립을 가장 중요시한다.
중국은 국가안전위원회 설립(2014년), ‘국가 안전전략 강요’와 ‘국가안전법’ 제정(2015년) 등 국가 안전 강화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특히 “경제 안전(Economic Security)을 국가 안전(National Security)의 기초” 위치에 두고 있다. 경제 안전의 중점은 핵심 영역(중요산업·기초 인프라·핵심기술 등)에서의 공급망 안전, 자원 안전(희토류 등 전략자원과 에너지), 식량 안전, 금융 안전, 네트워크 안전(데이터 안전·디지털 안전 등)을 확보하는 데 두고 있다.
국내 경제 안전 보장을 위해 대외경제와 통상정책 측면에서는 ‘대외개방의 안전보장체계 구축’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대외개방의 안전보장체계 구축 과제로서 무역마찰에의 대응, 외국인투자 안전 심사 및 반독점 심사 강화, 국가기술 안전 리스트 제정 및 보호,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리스트(중국판 Entity List) 도입, 대외자산과 대외부채 관리 강화, 해외에서의 중국인과 기업의 권익 보호 등을 제시하고 있다.

2. 영향력 확대

둘째, 글로벌 경제 거버넌스 제정 과정에서 중국의 발언권과 영향력을 강화하려 한다.
WTO 가입 이후 10여 년간 중국은 WTO 회원국으로서 갖추어야 할 제도적 장치를 정비하는 과정을 거쳐왔다. 따라서 중국이 그동안 유지해온 사회주의 특성의 제도와 관행을 국제적인 규칙(Rule)에 맞추어 개혁해왔다. 중국의 통상전략이 글로벌 경제에 편입하기 위한 제도적 개혁에 중점을 두었다는 점에서 이 기간을 ‘제도적 개방’ 시기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중국은 2009년 독일을 제치고 최대 수출국이 됐고, 2010년엔 중국의 경제규모가 일본을 넘어서 G2로 부상했으며, 2012년에는 미국을 제치고 최대 무역국으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규칙의 수동적 순응자(Follower)가 아닌 제정자(Maker)가 될 것임을 천명하고 나섰다. 이러한 노력은 2015년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RI; Belt and Road Initiative)’로 나타났고, 이 플랫폼을 통해 중국은 연선국과의 ‘운명공동체론’을 제기하면서 글로벌 경제 질서 구축과정에서 개도국의 대변자 역할을 담당하려 했다. 이러한 노력은 2022년 1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발효로 이어졌다. 이 외에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 가입 신청을 했다.

3. 개방과 개혁 연계

셋째, 표면적으로 중국은 ‘개방을 통한 개혁 촉진(以開放促改革)’ 원칙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중국의 ‘사회주의시장경제’ 완성을 위한 중장기 전략에서도 “개방으로 개혁을 촉진한다”는 기본 방침 아래 주동적 개방을 통해 높은 수준의 개방형 경제의 신체제(平开放型经济新体制)를 구축하는 것을 ‘사회주의시장경제 체제’ 구축을 위한 8대 핵심 과제의 하나로 제시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중국의 CPTPP 가입 신청을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가 미국과 체결한 협정인 USMCA의 ‘비시장경제 국가와의 FTA 체결 제한 조항’과 일본의 부정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CPTPP 가입을 신청한 것은 글로벌 규칙 제정에서 중국이 배제되는 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려는 목적 이외에도, 이를 국내 체제 개혁의 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내에서도 중국이 CPTPP에 가입하기 어려운 난제로 환경, 국유기업, 디지털, 노동 관련 정책이 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2020년부터 3년간 중국식 국가자본주의(State Capitalism)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국유기업 개혁을 통해 국제사회가 규탄하고 있는 보조금 체계를 국제관례에 맞추어 바꾸어간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중국은 DEPA에 참가하기 위해서도 데이터의 지역화 규정, 데이터 이동의 제한 등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하는 제한 조치들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중국이 새로운 어젠다에 대한 글로벌 표준 제정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국내의 제도와 정책에 대한 개혁이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 것이다.

4.개방확대

넷째, 중국이 글로벌 거버넌스 제정 과정에서 발언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내 법과 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하면서 중국은 수동적 개방 전략에서 주동적 대외개방 전략으로 전환하고, 개방과 개혁의 실험장을 통한 점진적 개방을 지속해오고 있다. 개방의 실험장으로서 하이난 자유무역항(Free Trade Port)과 전국에 21개의 자유무역실험구(Free Trade Zone)를 갖추고 있다.

2022년 최대 통상과제,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을 넘어 중국과 선진국의 체제 경쟁으로

2022년에는 미·중 양자 간 경쟁에서 중국과 선진국 간 체제 경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중 마찰이 두 강대국의 경제적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고, 기술패권 경쟁이고, 시스템 경쟁인 동시에 가치관 경쟁이라는 점에서 올해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 2020년 초 미·중이 1차 무역협정을 체결하면서 중국이 제시한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 추가 구입 약속(China Shopping List)이 57%만 이행된 채로 2년의 시간이 지났다. 여전히 미·중 마찰의 뇌관으로 남아 있다. 더욱이 미·중 마찰이 무역과 기술패권 경쟁에서 경제시스템 경쟁으로 확전되면서 미국과 중국의 양자 대결에서 선진국과 중국의 대결로 전환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비시장적 관행’과 ‘시장의 왜곡’ 문제를 둘러싸고 유럽연합(EU) 등 서방국가들이 미국과 뜻을 같이하고 있다. 특히 EU는 중국을 ‘협력 협상 파트너, 경제적 경쟁자, 시스템 라이벌’로 인식하고, 미·중 경쟁에서 제3의 축(The Third Pillar)을 형성한다는 기본 전략 아래 미국의 대중국 무역과 기술패권 전쟁에는 중립적 입장을 취해왔으나, 중국의 국가자본주의(State Capitalism)와 시장왜곡(Market Distortion)을 시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과 뜻을 같이하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2022년에는 중국의 국유기업과 산업보조금 문제, 개도국 지위 문제 등을 둘러싼 국제적 논의, 디지털 및 데이터 규범 제정, 환경 관련 규범 제정 논의, 노동과 인권 문제를 둘러싼 국제적 논의, 아태 지역에서 미·중 간 영향력 확대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서방의 대중국 견제에 대해 중국은 자국 중심의 새로운 경제구조로 전환하는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지속(최소한 안정)시키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2020년 1월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당시)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는 워싱턴에서 양국 간 1단계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중국이 내세우고 있는 쌍순환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국내 경제의 개혁과 공급 사슬을 안정화시키는 ‘국내대순환(Domestic Circulation)’을 달성하고, 이를 통해 ‘세계경제가 중국 경제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한다(국내대순환과 국제순환의 쌍순환)’는 것이다. 대대적으로는 소비와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 내수 중심의 성장전략을 추구하고, 신산업 분야의 과학기술 자립자강, 전략성 신흥산업 육성, 탈탄소화를 통한 그린 중국(綠色中國) 건설, 디지털 중국(數字中國) 건설을 추진함으로써 공급안전망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CPTPP 가입, DEPA 가입, 일대일로 전략의 지속적 추진, 대외개방 확대를 통해 중국 경제의 흡인력과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전략이 ‘제2의 개방’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자국 중심의 자립자강’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급망 안전 보장의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쌍순환 전략의 방점을 국내대순환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대순환 전략이 국내 공급망의 자급화 전략인 홍색공급망(Red Supply Chain)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 공정한 경쟁, 보편적 가치, 국익우선 기반으로 대응해야

미·중 갈등이 선진국과 중국의 체제 경쟁으로 확전되면서 중국은 안전과 자립을 중시하는 통상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통상전략은 미·중 마찰, 나아가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대한 대응전략에 더 가깝다. 지금까지 중국의 통상전략이 대외개방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전개됐다면 현재의 통상전략은 자기방어 기제를 강화하는 형태로 전환되고 있으며, 미국에 동조하는 국가들에 대해 시장과 자원을 무기로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통상전략 변화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도 과거와는 사뭇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과거에는 중국이 국제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시장개방으로 이어졌고, 이러한 변화는 한·중 경제협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즉 우리는 중국의 시장이 개방되는 것을 활용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자기방어적인 안보를 중시하는 중국의 통상전략은 상대방에 대해 공격적 성향을 띨 것이라는 점에서 한·중 관계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견제가 중국 산업의 기술력 향상과 중간재 자급률 제고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따라서 대(對)중국 수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중간재 중심의 대(對)중국 수출이 위협받게 될 것이다. 우리가 수입하는 중간재의 28.3%가 중국에서 들어오고 있다. 중간재와 원자재 조달에 있어 중국 의존 현상이 심화되면서 우리의 경제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최근 우리는 요소수와 와이어링 하네스 사태를 겪기도 했다.
따라서 ‘시장과 자원을 무기로 하는 중국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중국이 우리의 경제안보를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는 구조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 없이는 시장과 자원을 무기로 한 중국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을 둘러싼 글로벌 이슈의 논의에 대비해 공정한 경쟁, 보편적 가치, 국익우선이라는 기본원칙 아래 우리의 입장을 정립해야 한다.

(위 그래프) 미·중 무역전쟁 이후 미·중 전체 수입 변화, (아래 그래프) 미·중 무역전쟁 이후 미·중 수입시장에서의 대(對)아세안·한국 수입액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