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김선녀 기자 사진 박충렬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경제영토를 확장하고 중국, 일본과의 경쟁에서 시장선점 효과를 누리며 무역 전환 효과에 따른 반사적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전 세계 FTA 확산 추이와 우리나라의 FTA 체결 현황, 발효 이후 수출 성과에 대해 알아보고 향후 우리나라가 상대국 시장에서 FTA 체결의 이점을 유지하고 효과를 높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 전문가의 대담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한-칠레 FTA가 2004년 4월 1일 처음 발효된 이후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지금까지 56개국과 총 16건의 FTA가 발효되었고, 현재까지 계속 추진 중이다. FTA 활용 단계별로 보면 2004년부터 2009년까지가 FTA 도입 시기이고, 2010년부터 2013년까지는 확대의 시기로 EU, 미국, 터키 등과 FTA를 체결했다. 이후 2014년부터 2019년까지는 중국, 캐나다, 베트남, 중미 5개국과의 FTA를 체결하는 등 심화의 시기를 가졌다. 2020년은 안착기로 볼 수 있으며 현재 개선 협상 등을 포함해 신규 협상 및 여건 조성 중인 FTA가 15건 이상으로 지속해서 FTA 체결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는 미·중 무역갈등, 자국 우선 중심주의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양자 FTA는 다소 주춤하는 반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과 같은 지역적 우위에 기반을 둔 다자무역체계에 대한 논의가 지속 논의되고 있다.
한-칠레 FTA가 2004년 이행됐지만, 실질적인 정책 연구는 1996년부터 시작되었다. 그 후 2년이 지난 1998년 말 공식 협의가 시작되었다. 우리의 첫 FTA는 협상 타결한 뒤 이행까지 5~6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을 만큼 난산에 난산을 거쳤다. FTA가 우리나라 무역의 70~80%를 커버할 정도로 이제는 완전한 FTA체제에 들어섰다. 또한 아주 작은 내수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출기업은 무역활동에서 FTA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현재 WTO 붕괴에 관한 우려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설령 WTO체제에 부분적인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간 우리가 어려움 속에도 꾸준히 FTA체제를 구축해왔기에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FTA는 수출 증대에 분명히 기여한다. 첫 FTA를 체결한 2004년 우리나라 수출액이 2,500억 달러였고 작년 수출액은 5,400억 달러로 FTA 체결 이후 16년 사이 수출액이 2배 이상 증가했다. 물론 같은 기간 미국과 EU는 2배 내외 증가했지만, 일본은 1.2배로 수출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러한 결과 이면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FTA 네트워크 차이도 한몫하고 있다. 일본은 FTA 체결 건수는 많지만, 전체 무역 중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즉 2004년 이후 우리의 수출액이 2.3배 이상 증가한 것에 비해 일본이 1.2배에 그쳤다는 건 그만큼 우리나라의 FTA 효과가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개별 FTA에 따라 등락이 있다. 모든 대외여건이 똑같은 조건에서 FTA가 이행되었다면 수출이 증가했겠지만 실제로 FTA 외 여건 변화가 많기 때문에 심각한 충격변수가 생기면 FTA 효과가 상쇄될 수밖에 없다.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 봐도 FTA와 무관하게 전 세계 국가의 무역 실적은 최악이었다.
2005년부터 2020년 4월 기준으로 보면 FTA는 총 15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세계 교역 비중은 2005년 2.6%에서 2020년 4월 현재 3.2%로 늘어났고, 세계 교역 순위도 12위였던 것이 현재 8위로, 수출 역시 12위에서 6위로 성장했다. 이것만 보더라도 FTA 효과가 상당히 크다고 본다. 특히 FTA는 글로벌 경제 침체기에 우리 교역의 안전판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교역 증감률을 살펴보면 2019년 기준 FTA 체결국가와의 교역은 전년동기대비 6.2% 감소한 반면, 미체결국가와는 12.8%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에 비해 FTA 체결국가와의 교역은 7.0%, 미체결국가는 19.8% 감소하는 등 그 폭이 더욱 크게 벌어졌다. 특히 무역수지는 FTA 발효국과는 흑자(2019년 715억 달러)를 보인 반면, 비발효국과는 적자(2019년 △324억 달러)를 보이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라 하겠다.
경제적 효과로 보면 소비자 후생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과거에는 칠레산 키위, 포도, 미국산 오렌지의 수입 가격이 상당히 비싸 쉽게 사 먹지 못했지만, 요즘은 마트 어디서나 미국산 오렌지, 칠레산 과일을 저렴한 가격에 입맛에 따라 선택해서 살 수 있다. 노르웨이이나 핀란드에서 들여오는 연어 등 수산물도 마찬가지다. EU 자동차 비중이 예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이 늘어난 것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더불어 이러한 과정에서 미국과 EU와의 경쟁을 통해 우리 금융 등 서비스시장과 기술을 고도화시키고, 우리 산업의 고도화와 함께 산업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었다고 본다.
전반적으로 소비자 후생 증대에 FTA가 기여했다는 점은 전적으로 공감하다. 이것에 더해 우리 기업의 세계화, 즉 글로벌 가치사슬 편입에도 FTA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세계가 보편화하면서 대부분의 기업이 국제 비즈니스에 참여하게 됐지만, 만약 FTA가 없었다면 현재와 같은 우리 기업의 비즈니스가 과연 가능했을까. 기업들의 해외투자, 그로 인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어 FTA 역할은 매우 컸다고 생각한다.
무역 실적으로 본다면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베트남이다. 물론 미국의 경제 규모를 생각하면 전반적인 효과는 한-미 FTA가 가장 크겠지만, 무역 증가율로 본다면 베트남이 단연 1위일 것이다. 우리가 FTA를 처음 시작했을 2004년만 하더라도 베트남은 우리나라 수출 대상국 16위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중국과 미국 다음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조금 아쉬운 FTA로는 한-중 FTA를 꼽을 수 있겠다. 중국은 우리와 경제 교역량이 가장 큰데도 불구하고, FTA 수준은 미흡한 부분이 많다. 한-중 FTA가 한-미 FTA 수준만 되어도 지금보다 훨씬 활발한 양국 경제 활동이 있었을 텐데 아쉽다. 현재 양국 간 개선 협상이 조기 타결되기를 기대한다.
통계 내용을 덧붙이자면 2019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은 5,424억 달러이며, 이중 FTA 체결국가와는 전체 73.5%인 3,984억 달러였다. 여기서 FTA 체결로 인해 관세율 혜택이 있는 것만을 기준으로 본다면 34%인 1,354억 달러에 해당한다. 이중 우리나라 기업들이 FTA를 활용하는 수출활용률은 2019년 현재 74.9%에 이른다. 아울러 FTA 체결국 중 특혜 대상 수출 규모가 가장 큰 국가는 미국 403억 달러, EU 315억 달러, 아세안 220억 달러, 중국 194억 달러 등의 순이다. FTA 체결국 주요 국가별로는 미국은 85%, EU는 87%, 아세안은 51%, 중국은 57% 등이다. 신흥시장에 대한 수출 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기라 생각한다.
GHL은 2012년부터 베트남 시장 위주로 수출을 시작해 빠르게 성장했다. 베트남의 경우 한국보다 소득수준이 낮아 가격경쟁력 면에서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FTA 적용을 통해 통관 세금이 기존 8%에서 0%로 낮아져 바이어 쪽에 재정적 부담을 덜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전년 대비 2배 성장을 이뤘는데, 이 시기가 바로 한-아세안 FTA를 통해 원산지증명서(C/O)를 발급했던 타이밍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현재 베트남이 주력 수출국이지만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그리고 몽골, 인도네시아 등으로도 수출하고 있다.
FTA를 활용할 때 현장에서는 원산지증명서 발급 업무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협력업체를 통해 관련 제반 문서를 받아 수집·검증해야 하는데 작은 규모 회사에서는 FTA 관련 용어 자체가 매우 생소해서 업무 협력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더불어 다른 업무를 하며 FTA를 병행하다 보면 FTA 활용 이후에도 관리해야 하는 관련 문서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제때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해 사후관리에도 문제가 생긴다.
전 세계적으로 무역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FTA는 양자 간 협정이라 한쪽에서 파기하지 않는다면 유지되는 체제로 정책당국과 기업에서 FTA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FTA의 이점은 소수 회원국 간에 합의로 체결되기에 개선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통상환경에 적합한 무역규범과 협정구조를 꾸준히 만들어나가야 한다. 특히 기존 협정에서 업그레이드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무역이 강조되고 이에 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체결한 무역협정 중에는 전자상거래와 관련해 가볍게 논의된 규범은 있지만, 디지털 무역에 관한 내용은 대부분 빠져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신규 챕터 논의가 필요하다.
코로나로 전세계 GVC가 위축되거나 단절되었다. 위기 상황이 해소되면 GVC를 빨리 재편했거나 복원한 기업이 비즈니스 기회를 잡게 될 것이다. 기업의 GVC 의사결정에서 FTA 고려가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FTA-GVC 연계 강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2019년 우리나라는 전 세계 GDP 기준, 78%를 차지하는 국가들과 FTA를 체결하였고, 2022년까지 전 세계 GDP 90%를 점유하는 국가들과 FTA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고, 자원이 부족한 국가다. 수출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끄는 구조로 상호 간의 호혜적 이익이라는 원칙을 갖고 FTA를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는 한편, 기존 체결한 FTA 이행에 대한 내실화도 함께 추진해나가야 한다.
현재 정부는 기존 FTA에 대해 교역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이행 및 개정 협상 등을 통해 기업의 애로를 적극 반영, 기업의 접근성을 개선시켜 나가야 한다.
FTA의 필요성은 매우 당연한 것이고, 체결국도 계속해서 늘어나야 한다. 다만 수출기업에는 동전의 양면 같은 상황이 있다. GHL의 경우 90% 이상이 수출에 의존하는 업체다 보니 내수시장이 좋지 않을 땐 수출기업의 장점이 드러나지만,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사태로 무역길이 막히면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한다.
업그레이드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 기이행 FTA 가운데 상품 분야가 완전히 철폐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완전 철폐 달성을 목표로 세우고 추진해야 한다. 현재 보호무역주의로 FTA 질서가 흔들리고, 미국의 경우 없던 관세도 만든다. 앞으로 무역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FTA 체결국 간에 새로운 관세는 절대 도입하지 않는 것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FTA 활용 내실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원산지증명은 서류를 만드는 것도 힘들지만 사후 검증 대비에도 애로사항이 많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FTA 활용 컨설팅이나 활용 지원이 꾸준하게 지속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재 많은 나라와 FTA를 체결했지만, 여전히 FTA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중동지역, 중앙아시아, 독립국가연합(CIS), 그리고 아프리카 쪽은 상대국 입장 때문에 FTA 체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FTA 활용을 하고 나니 주변에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나 기관 등이 잘 구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이러한 지원 내용을 모르는 기업이 더 많다. FTA 지원과 관련한 여러 프로그램과 시스템이 더 많은 소규모 업체들의 피부에 와닿는 플랫폼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먼저 산업경쟁력 측면에서 신산업 규제 개혁 등을 통해 시스템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헬스 등 미래 먹거리 산업의 창출이 절실하다. 또한,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산업 육성을 통해 기술 자립화도 중요하다.
FTA 관점에서 접근해보면 현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FTA 활용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찾아가는 컨설팅, 사업과 제도 홍보, 활용시스템 구축 등의 중소·중견기업들이 자체적으로 FTA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
또한, 우리 중소·중견기업들이 FTA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FTA 활용사업과 제도적인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무료 원산지관리 시스템 보급 확대, 비관세 및 원산지관리 무료 컨설팅 등을 실시함과 더불어 협정국 시장 정보 등을 기업에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이다.
현재 세계 최대 규모 다자 FTA인 RCEP, 인도네시아 CEPA, 말레이시아, 러시아, 우즈베키스탄까지 신북방과 신남방을 아우르는 FTA 협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남미 최대 시장인 메르코수르와도 FTA를 추진 중이다.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FTA를 추진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수출 4강이라는 희망이 우리 앞에 현실이 되는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