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선민 기자 사진 이소연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박순철 국제환경규제기업지원센터장은 20년 넘게 기후변화를 연구해온 국제환경규제 전문가다. 국제환경규제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매년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전 세계의 환경규제 속에서 국내 중소기업이 어려움 없이 수출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박 현재 전 세계 환경규제는 약 3만6,000건 존재합니다. 이 규제는 매년 9.6%씩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선진국 중심으로 새로운 환경규제가 등장하면서 국가 간 무역장벽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또한 사후처리에서 공정, 설계, 폐기에 이르기까지 사전예방으로 변화하면서 다양하고 복잡해지는 경향을 띠고 있고, 개도국과 선진국의 환경규제 동조화 현상도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환경규제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기업을 돕는 전문가로, 우리나라에서는 국제환경규제 전문가가 있는 곳을 꼽으라면 바로 국제환경규제기업지원센터입니다.
저의 경우는 20년 넘게 기후변화에 대해 연구하며 최근에는 탄소중립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시나리오 작업반에 참여하는 등 국내 기후변화정책 개발과 환경 관련 국제협상 참여 등을 통해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도록 노력 중으로 2013년부터 국제환경규제기업지원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박 ‘2019 산업계 환경규제대응현황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정보 부족 및 전문 인력 부족을 가장 큰 애로점으로 꼽았습니다. 센터는 기업들이 환경규제로 수출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환경규제 관련 정보를 분석해 제공하고 기업 상담·컨설팅, 현장교육을 통해 기업의 내부 역량을 키워주고 있습니다. 또 새로운 규제가 발생하기 전 우리 기업이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예방하는 역할도 합니다. 특히 전문인력 고용이 어려운 중소기업·중견기업 중 수출 위주 기업을 돕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박 2019년 한 해 동안 무역에서 기술장벽이 3,300건 발생했는데 이 중 환경규제 신규 통보문이 55.6%에 해당합니다. 미국, 중국, 유럽 외에 아프리카나 남미 등 개도국도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시대에 소재·부품·장비·원료 업체가 모기업의 환경기준을 못 맞추면 협력사가 될 수 없어서 무역에서 도태됩니다. 수출을 할 때도 해당 국가의 환경기준을 맞추지 못한다면 수출이 불가능하거나 제약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 지난 4월 22일 약 40개국 정상이 참가한 세계기후정상회의가 열렸는데 여기서 일부 국가는 국가별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상향했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약 120개 국가가 작년에 탄소중립 선언을 한 바 있는데 이를 더욱 빠른 속도로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 유럽이 2023년부터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미국도 탄소국경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무역 시 기존에는 km당 온실가스배출량 등 제품 성능에 대해 규제를 가했다면 이젠 생산과정부터 얼마나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했는가를 보고 이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박 2015년 196개 국가가 참석한 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21)에 정부 대표단으로 참가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새벽까지 치열하게 협상이 계속되다가 파리기후협정이 채택됐다는 소식에 모두 환호했던 순간 내가 역사적인 현장에 있구나 하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국제환경규제 전문가는 국제협상 참여부터
규제분석, 모니터링, 기업상담 지원까지 역할이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