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가 인권에 기반한 수출통제 적용을 추진하기 위해 다자간 자발적 행동강령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12월 10일 미 백악관이 밝혔다. 본 강령은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2021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미국·호주·덴마크·노르웨이 등 4개국이 채택한 ‘수출통제·인권 이니셔티브’의 일부로 추진되는 것이다. 이들 4개국은 성명을 통해 심각한 인권침해에 악용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및 기타 관련 기술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수출통제를 적용하는 자발적이고 구속력 없는 행동강령을 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이 12월 15일 무역 및 환경 지속가능성, 플라스틱 무역, 그리고 화석연료보조금 개혁 등 3대 환경 이니셔티브에 관한 복수국 간 각료 선언문을 공식 발표했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선언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역사적인 발걸음을 떼었으나, 아직도 이 머나먼 여정의 출발점에 서 있을 뿐”이며 “우리의 야심찬 계획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내년 초 다시 모여 워크 프로그램 도출과 기술 논의 등 가시적 성과물 달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무역정책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적대적이지 않지만, 여전히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유럽연합(EU)과 항공기 보조금은 물론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유예 합의에 도달하면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일부가 중단됐다. 그러나 항공기 보조금 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양측은 아직 철강 및 알루미늄 관련 탄소 기반 협정 방향을 논의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관세 폐지가 아닌 관세율 할당을 도입한 상태다.
미국 상무부가 생명공학기술(BT)을 인권탄압과 군사적 목적에 이용하고 있는 중국 기관 및 기업 34곳을 산업안보국(BIS)의 거래제한 블랙리스트(Entity List)에 추가할 방침이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과 거래를 원하는 미국 내 수출업체들은 반드시 BIS로부터 수출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상무부 산하 BIS는 12월 16일 이 같은 방침을 담은 연방관보 고시 초안을 발표했다. 이번에 수출제재 목록에 추가된 34개 중국 기관 및 기업 중에는 중국군사과학원 산하 11개 연구소가 포함됐다. BIS는 이들 기관이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과 군사적 목적을 위해 두뇌 통제 무기를 개발하는 등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정상회의는 12월 16일 에너지 위기 및 원자력의 친환경 에너지 지정 등을 협의했으나 합의는 불발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에너지 분야에서 회원국 간 입장차로 합의 도달이 불가능했음을 인정, 향후 정상회의에서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EU 녹색분류체계(Taxonomy)상 원자력의 친환경 또는 전환기 에너지원 지정에 대한 합의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가 주도하는 12개국 그룹이 원자력의 친환경 에너지 지정을 요구한 반면, 오스트리아는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로 지정 시 EU 집행위 제소 방침을 언급했다.
영국 정부는 중국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탄압 및 강제노역과 결부된 상품의 수입금지 등 규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영국은 현대노예법(Modern Slavery Act, 2015)을 통해 공급망상 발생하는 강제노역을 규제하고 있으나 과도한 행정부담 및 이행강제수단 미흡 등이 지적됐다. 정부가 미국의 사례를 면밀히 검토 중임을 언급, 영국이 미국과 유사한 강제노역 결부 상품 수입규제를 도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영국 집권 보수당도 신장 지역 강제노역 결부 상품 수입금지 법안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한편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신장 지역 강제노역 결부 상품 수입금지 등 관련 규제 도입 방침을 천명, EU 집행위가 관련 법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 때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의해 부과한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철폐 문제를 두고 일본과 협상을 시작한 가운데, 중도파 민주당 의원 97명은 이러한 행보를 환영하면서 영국과도 협의를 추진, 양국에 대한 232조 관세를 모두 철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저율관세할당제(TRQ)와 글로벌 철강·알루미늄 공급과잉 및 기후변화 위기 타개 방안에 합의하면서, 유럽연합(EU)과 3년 넘게 지속해온 철강 관세 분쟁을 타결했다. 이후 일본과도 관련 논의를 개시해 EU와 비슷한 TRQ 방안을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영국과는 2022년 초부터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최근 한국 및 싱가포르 당국자들과 전화 회담을 갖고,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와 관련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상무부는 러몬도 장관과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2월 21일 전화통화에서 “포용적이면서도 역내 유사 입장국들의 경제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역내 경제협력 프레임워크 개발이라는 공동 목표에 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러몬도 장관은 이날 문승욱 장관과의 회담에서 반도체 및 공급망 회복력에 관해서도 논의하고, 특히 12월 8일(현지시간) 개최된 ‘제1차 한·미 반도체 파트너십 대화’의 결과와 진전 내용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연합(EU)은 중국 정부가 불공정한 보조금을 제공했다는 역내 생산업체들의 불만을 받아들여 중국산 알루미늄 포일에 추가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EU는 12월 22일(현지시간) 관보에 게재한 고시문에서 중국 기업들이 우대금융과 수출신용보험, 세금면제 등 무역을 왜곡하는 국가 지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EU는 중국 알루미늄 포일 생산업체에 8.6~18.2% 상계관세를 부과하며, 기존 반덤핑관세와 합치면 16.1~46.7%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관세는 난산그룹 등 중국 기업에 적용되며, 이탈리아 등 유럽 생산업체들이 이번 조치로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월 23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위구르족 강제노역 방지법’에 서명했다. 미 관세국경보호청이 강제노역으로 생산되지 않았다고 확인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장 지역에서 만들어진 모든 제품의 수입이 금지된다. 한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이행법에 따라 설치된 ‘강제노역단속전담반(Forced Labor Enforcement Task Force)’은 법안 서명 180일 이내에 위구르족 강제노역으로 생산된 중국 제품의 국내 유입 차단 방안에 대한 공공의 의견 접수 및 공청회를 통해 중국산 강제노역 제품 수입금지 집행 전략을 도출하도록 돼 있다.
중국 정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의회를 통과한 ‘위구르족 강제노역 방지법’에 서명한 데 대해 “중국 내정에 난폭하게 간섭했다”며 “강렬한 분개와 결연한 반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12월 24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 측 행동은 완전히 시장 규칙과 비즈니스 도덕에 위배되며, 전 세계 산업망과 공급망 안정을 해치고 국제무역질서를 교란하며 미국 자신의 이익과 신뢰를 훼손하는 것으로, 순전히 자기 발등을 찍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담화는 “국가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수호하겠다는 중국 정부와 인민의 의지는 확고부동하다”며 “중국 측은 상황 전개를 보아가며 진일보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일본이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발표한 날 대만과 일본 여권 정치인이 온라인으로 만나 반도체 공조 방침을 확인했다. 12월 24일 일본 집권 자민당과 대만 집권당인 민진당은 경제 안전보장 등에 관한 회의를 온라인으로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첨단 반도체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는데 일본이 대만 반도체 기업의 일본 진출을 위해 자금 등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등 양측이 협력 방침을 확인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전했다. 일본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 외교 상대국과 외교·국방 장관이 참석하는 ‘2+2’ 회의를 열어 외교·안보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데 대만과도 유사한 형식으로 손을 잡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대만은 2021년 8월에도 자민당 외교부회 및 국방부회와 민진당 국제부 및 외교국방위원회가 온라인으로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현재 일본은 1972년 중국과의 수교를 계기로 대만과는 단교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