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는 눈

신과 인간이 만든 거대한 박물관
아테네

글·사진 이형준 여행작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저자

그리스 아테네(Athens)는 전쟁과 지혜의 여신 아테나의 고향이자 서양문명의 뿌리다. 긴 세월 철학, 정치, 문학, 예술, 경제의 중심지였던 아테네는 흥미로운 이야기와 유적이 도처에 흩어져 있다. 아테네의 문화에서 올림포스 십이신과 철학자를 빼놓을 수 없다. 아테나, 제우스, 디오니소스, 포세이돈과 소크라테스, 페리클레스, 소포클레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흔적으로 가득한 아테네로 떠나보자.

아테네 서쪽 언덕에서 바라본 플라카 지역과 아크로폴리스 유적

‘도시의 높은 곳’이란 의미를 간직한 아크로폴리스는 그 지명에 걸맞게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바위산 언덕 위에 조성되어 있다. 아크로폴리스에는 도시의 수호신 아테나를 모신 파르테논 신전을 중심으로 6인의 소녀가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에레크테이온 신전, 승리의 여신을 모시는 니케 신전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언덕 아래 디오니소스 극장과 헤로데스 아티쿠스 극장도 보존되어 있다. 아크로폴리스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도시의 전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크로폴리스 서쪽에 세워진 니케 신전
제1회 근대 올림픽이 열린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과 조형물
아크로폴리스의 상징 파르테논 신전

아크로폴리스의 상징은 파르테논 신전이다. 서양 건축의 표본이 된 파르테논 신전의 매력은 많다. 지금은 석조 기둥과 일부 조각품만 남아 있지만 베네치아 군대의 포격으로 파괴되기 전까지 지붕과 벽을 갖춘 완벽한 건축물이었다. 파르테논 신전 건설의 총지휘는 조각가 페이디아스가 담당했으며, 실질적인 건축은 건축가 칼리크라테스와 익티노스가 맡았다. 23개의 도리스식 기둥과 아테나 여신의 동상을 안치해 놓았던 내부, 지붕까지 대리석으로 마무리한 신전이다. 파르테논 신전의 으뜸 자랑거리는 균형과 조각 작품이다. 신전을 상징하는 아테나 조각상과 건물에 장식된 여러 조형물은 페이디아스 작품으로 아테나 동상은 사라졌지만 일부 진품은 아테네 국립 고적 박물관 등에 보관, 전시되어 있다.
파르테논 신전 북쪽 건너편에는 불규칙의 미학을 보여주는 에레크테이온 신전이 있다. 6인의 소녀상이 건물을 받치고 있는 신전으로 설계 당시에는 3인의 신을 모실 계획이었다. 하지만 건설과정에서 하나의 신전으로 완성되어 여러 양식이 혼합된 흥미로운 신전이 탄생하게 되었다. 신전을 떠받치는 6인의 소녀상은 관련 기록이 없어 의문으로 남아 있으며, 현재 신전을 받치고 있는 조형물은 복제품으로 진품은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그리고 파르테논 신전 서쪽에는 니케 신전이 아테네 관문인 피레에프스(옛 피레우스) 항구를 응시하고 있다. 승리의 여신, 니케의 조각상은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아크로폴리스 아래 경사면에는 술의 신에게 봉헌된 디오니소스 극장과 헤로데스 아티쿠스 극장이 있다. 자연 지형을 활용해 건설한 디오니소스 극장은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고대 그리스와 로마 극장의 기준이 되었던 빼어난 건축물이다. 디오니소스 극장은 합창 경연, 연극 공연 같은 예술행사도 열렸지만 시민들이 모여 토론과 집회를 개최하던 여론의 광장이었다. 디오니소스 극장 서쪽에 위치한 헤로데스 아티쿠스 극장은 부호 헤로데스가 건축하여 시민에게 기증한 극장으로 현존하는 최고의 걸작이다. 여름이면 오페라, 연극, 음악 등 문화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은 유적지

디오니소스 극장 동쪽에는 아크로폴리스를 응시하는 올림피아 제우스 신전이 있다. 질서와 정의, 기후의 신 제우스를 모신 신전이다. 기원전 6세기 때 공사를 시작했지만 방치 상태로 있던 것을 132년 범그리스 축제를 관람하기 위해 아테네를 방문한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의 명령으로 완성했다.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제우스에게 바친 신전은 파르테논 신전을 압도한 규모였다. 제우스 신전이 시민에게 처음 드러낼 당시에는 104개의 코린트식 기둥을 갖춘 위풍당당한 모습이었다. 그리스 최대 신전이었으나 현재는 전쟁과 자연재해로 대부분 파괴되고 기둥 15개만 남아 있다.
제우스 신전 동남쪽으로 조금 걸으면 1896년 4월 5일 제1회 근대 올림픽이 개최된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이 방문객을 맞는다. 전체 관중석이 대리석으로 이뤄졌다. 로마 시대 검투장이던 곳에 건설한 스타디움은 길이 204m, 폭 83m로 큰 규모다.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은 단순한 경기장이 아니다. 한 세기도 더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양궁과 마라톤 경기장 등으로 사용할 정도로 근대 스포츠의 성지다.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의 볼거리 중 놓칠 수 없는 것은 경기장에 세워진 각종 조각상과 올림픽 관련 시설물이다. 경기장과 주변에는 익살스러운 조각을 세워 스포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입구엔 역대 올림픽을 개최한 도시의 지명을 세워놓은 사인보드가 있는데 ‘1988년 서울 올림픽’이란 선명한 글자가 새겨져 있다.
아테네에서는 박물관에서도 올림포스의 신들을 만날 수 있다. 그중 최고는 아테네 국립 고적 박물관이고, 다음이 새롭게 개장한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이다. 아테네 국립 고적 박물관에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시작으로 제우스와 헤라 등 다수의 조형물이 전시되어 있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그리스 문명의 출발점인 미노아 문명과 미케네 문명부터 비잔틴 시대에 이르는 대표 조각, 미술품, 군사장비, 월계관, 생활용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아테네 국립 고적 박물관과 비교할 수 없지만 최근 플라카 지역에 세워진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서도 여러 신의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그리스 신전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올림피아 제우스 신전
최근 개관한 아크로폴리스 유적지에서 발굴된 유물이 있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민주주의와 교육 발상지 아고라

아테네는 그리스 신화 속 주인공만큼이나 인류가 존경했던 선인의 흔적도 빼곡하다. 도심 구석구석에서 만날 수 있는 위대한 인물의 흔적들은 늦은 밤까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플라카 지역을 중심으로 주변에 산재되어 있다. 고색창연한 신작로를 걷다 보면 고대 철학자와 시민들이 토론을 벌이던 시장 아고라(Agora) 유적지를 접하게 된다. 고대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거래하는 장소가 아니었다. 정치, 철학, 종교 등 생활 전반에 관련된 내용을 주제로 정보를 교환하고 토론을 펼쳤던 종합문화공간으로 민주주의가 꽃핀 곳이다. 아테네 아고라에서 자유와 권리, 교육, 철학을 주제로 시민들과 토론을 펼친 인물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을 비롯해 아리스토텔레스 등 무척 많다. 그리고 기독교를 서양에 최초로 전파한 사도 바울 같은 종교인들도 아고라를 무대로 종교의 자유와 복음을 주창했다.
아고라 동쪽 지역은 학문의 중심지였다. 여러 학문기관 중 한 곳이 오늘날 대학의 시발점이 된 아카데미다. 철학자 플라톤이 세운 아카데미 입구에는 플라톤과 그의 스승 소크라테스 조각상이 세워져 있으며 그 안쪽으로 아테나 여신상과 예언·의료·궁술·음악·시의 신이자 태양의 신 아폴론상이 주변을 응시하고 있다. 아카데미 교육과정은 철학, 수사학, 예술, 체육 등 문화와 인성을 중시하는 교육이었다. 19세기 때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건설된 건물은 현재 아테네대학 본관과 국립 도서관으로 사용 중이다. 건물에는 그리스 신화의 십이신이 조각과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어 시민과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한편 인근에는 하드리아누스 도서관 유적과 로만 포럼, 그리스 정교회 등이 남아 있다.
플라카는 소소한 행복을 즐길 수 있는 장소다. 교과서와 미술사에 등장하는 유물을 복제한 제품부터 앙증맞은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상점이 즐비하다.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시민과 방문객으로 북적이는 플라카의 매력 중 하나는 분위기 좋은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차와 음식을 먹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극장으로 알려진 아크로폴리스의 헤로데스 아티쿠스 극장
무명용사 묘지 앞에서 교대식을 펼치는 위병들
아테네 관문 피레에프스

아테네 서쪽 외곽에는 해양 대국의 관문 피레에프스 항구가 있다. 그리스에서 탄생한 신화 가운데 내륙을 기반으로 탄생한 신이 많지만 에게해에 떠 있는 섬을 배경으로 탄생한 신과 신화도 그에 못지않게 많다. 크노소스, 레아, 아폴론, 제우스, 하데스, 포세이돈의 고향도 에게해의 섬이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고향은 크레타섬이지만 그를 모신 신전은 피레에프스 남쪽 수니온곶에 세워져 있다. 일몰 명소로 꼽히는 수니온곶 언덕 위에 세워진 포세이돈 신전도 기둥과 터만 남아 있지만 바다의 신을 상상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그리스에서 개최되는 여러 전시회 중 최고는 아테네 해양 조선박람회다. 공식 명칭은 ‘아테네 조선·해양박람회 포시도니아(Posidonia)’로 아테네국제공항 인근 메트로폴리탄에서 열린다. 짝수 연도에 열리는 ‘포시도니아’는 지상에서 개최되는 조선·해양박람회 가운데 참여국가와 인원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2020년 개최일정은 코로나19 확산으로 10월 26일부터 30일로 연기된 상태다. 원래는 6월경에 열린다.
신과 인간이 공존하는 아테네는 위에서 언급한 장소 외에도 매력적인 명소가 즐비하다. 위병 교대식이 열리는 국회의사당과 1층은 도리스식, 2층은 이오니아식 기둥 45개가 건물을 받치고 있는 아탈로스의 스토아(현 아고라 박물관), 그리고 골목과 신작로 터를 잡은 그리스 정교회 건축물 등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아테네는 로마와 더불어 도시 전체가 거대한 박물관이다.

아테네 조선·해양박람회 포시도니아(Posidonia) 2020

포시도니아(Posidonia)는 2년마다 아테네에서 개최되는 국제 해운 전시회다.
세계 4대 조선 및 조선기자재 전문 전시회 중 하나로 대형 유럽 선주들과 조선소 및 해양플랜트 관계자들이 대규모로 참관한다.
바이어를 통한 신규발주 물량의 협상이 활발히 이뤄지며 해마다 6월경에 열렸으나 올해는 코로나19로 10월에 열린다.

전시일정 : 10월 26일(월)~10월 30일(금)
박람회 홈페이지 http://posidonia-even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