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유튜브 통해 한국 제품 더 많이 알리고 싶어요”

한국과 러시아 시장을 연결하는 글로벌 인플루언서, 민경하

이락희 기자 사진 지다영

구독자 대부분이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인일 정도로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유튜버가 있다. 러시아의 유명 블로거, 연예인들과 함께 현지에서 한국 행사를 개최해 국내 중소기업의 러시아 진출을 돕고 있는 민경하 인플루언서다. 현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에 머물고 있지만 한·러 수교 30주년을 맞아 온라인상에서는 더욱 바빠졌다. 파워 유튜버 민경하 씨를 만나 러시아와의 인연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었다.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지역의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러시아어로 한국기업의 제품 및 문화를 알리고 있는
인플루언서 민경하 씨의 유튜브 채널(KyunghaMIN моя любовь россия)

러시아 지역에서는 유명 인사지만 본인 소개를 해주세요.

저는 5년 전부터 러시아어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민경하라고 합니다. 구독자는 65만 명이고 인스타그램까지 포함하면 약 85만 명의 독자와 소통하고 있는데 대부분 러시아어권 분들입니다. 영상 콘텐츠는 주로 한국과 한국문화를 알리는 내용들인데 한국의 중소기업 제품, 중소도시 등도 소개하고 있어요.
소치올림픽 당시 러시아 리포터로 잠시 활동한 적이 있는데 당시 저를 캐스팅한 분이 유재석 씨와 맞먹는 영향력을 가진 러시아 국민 MC였어요. 그때는 몰랐지만. 올림픽이 끝난 후에는 일상으로 돌아와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2년쯤 지난 후 다시 연락이 왔더라고요. 소치올림픽 당시의 활동이 인상 깊어서 계속 저를 수소문했다며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에 출연해달라고 요청을 하시더라고요. 생방송 프로그램이었는데 러시아 말을 잘하는 한국인 여성이 굉장히 신기했나 봐요. 다행히 시청자들이 굉장히 좋아해주셨어요. 그 일을 계기로 러시아에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한국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유튜브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러시아로 진출하는 국내 중소기업을 돕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국내 중소기업에서 만든 화장품을 유튜브를 통해 소개하고 있어요. 러시아나 중앙아시아, 특히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등으로 진출하려는 기업이 많은데 마케팅 방법을 잘 몰라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들 지역은 여성 비율이 굉장히 높아 한국 화장품 등 뷰티 제품에 대한 관심도 큽니다. 러시아권에서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하거든요. 독자들에게 제품을 무료로 보내드리면 사용 후기가 굉장히 많이 올라오는데 내용을 잘 분석하면 제품 타깃층의 특성을 파악하기가 쉬워집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현지 시장조사 효과를 얻게 되는 거죠.
이와 함께 러시아에서 현지의 유명 블로거, 연예인들과 함께 오프라인 행사도 하고 있어요. 소규모 행사는 1,000명 정도, 큰 행사인 경우에는 4만 명까지 참석한 적이 있어요. 이런 행사를 할 때 한국의 중소기업, 특히 뷰티 관련 기업을 초대해 제품 홍보 또는 판매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드리고 있어요.

러시아나 중앙아시아권에서 우상으로 불릴 정도로 영향력이 크고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초대를 받은 적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실제 현지 반응이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카자흐스탄에도 구독자가 많은 편이라 그런지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초대를 받은 적이 있어요. 인플루언서로서 카자흐스탄에 대한 영상을 만들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러시아어로 ‘디아스’라는 말이 있어요. 우리말로는 ‘우상’이라는 뜻인데요, 구독자들이 종종 저를 그렇게 불러주십니다. 러시아권에서 유튜버로 활동하면서 광고수익이 발생할 경우 러시아 고아원 등에 기부하거나 화장품을 구입하기 힘든 소외계층에 무료로 제공하다 보니 ‘너처럼 살고 싶다, 너는 나의 디아스다’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되어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코로나19로 해외 활동이 어려운 요즘, 구독자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습니까?

평상시였다면 한 달에 네댓 번씩 러시아를 방문하곤 했을 텐데 어려워졌어요. 특히 올해는 한·러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라 많이 아쉽습니다. 6월에는 카자흐스탄에서도 큰 행사가 많이 계획되어 있었는데 이 역시 모두 취소되었어요. 대신 온라인 활동은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코로나19로 대부분의 기업 비즈니스가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잖아요. 제품 홍보를 요청하는 중소기업이 오히려 더 늘어났어요.

이런 활동이 국내에도 알려지면서 지난해 말에 제1회 세상을 바꾸는 인플루언서 어워드에서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지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의 ㈔인플루언서경제산업협회에서 주관하는 행사였어요. 수상을 계기로 저의 해외활동이 우리나라에도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동안 러시아 지역을 오가며 한국 기업을 알리고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저의 활동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었거든요. 사실, 정부의 지원을 받고 싶어도 개인 유튜버라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수상 이후 정부의 지원도 받게 되었고 많은 한국분이 알아봐주셔서 뿌듯함이 커졌어요.
특히 저 자신에게도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해외의 많은 구독자분이 저를 한국 전문가로 알고 계시기 때문에 한국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많이 물어보십니다. 더 열심히 한국의 문화와 역사, 정치, 경제 등을 공부해 알리고 싶어요.

단순히 유명세를 탄다는 차원을 넘어 러시아 등지로 진출하려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지원요청도 늘어나고 있겠어요.

그래서 요즘은 더욱 애국한다는 기분이 듭니다. 경제가 살아나야 국가의 위상도 더 높아질 거잖아요. 국내에 제 활동이 알려지면서 컨설팅을 의뢰하는 기업이 급격하게 많아졌어요. “러시아에 진출하려고 하는데 러시아 지역의 온라인시장 사정을 모르고 있다.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만나고 싶다”라고 하십니다. 제가 한국에 있는 동안은 최대한 많은 중소기업을 돕고 싶어서 하루에 5~6군데의 기업을 만나 컨설팅도 해드리고 어떻게 하면 러시아 시장을 잘 공략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강연도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인플루언서 민경하의 주요 이력

2013
러시아어 전공교환학생 유학, 소치올림픽 의료통역관으로 활동
2015
한국인 최초 러시아어 유튜브 채널 운영 시작
2016
러시아의 국민MC 세르게이 스틸라빈이 운영하는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마약(Mayak)> 출연
2017
카자흐스탄, 유튜브 구독자 20만 돌파 기념 행사
2019. 10
I SEOUL U 평화사절단
2019. 12
‘제1회 세상을 바꾸는 인플루언서 어워드’ 수상
2020. 6
현재 유튜브 구독자 65만

러시아권 진출을 준비하는 국내 중소기업 컨설팅도 하시는데 러시아 시장의 특성이 있나요?
중소기업들이 꼭 알아야 할 점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여성의 비율이 높고 미에 대한 관심이 많은 지역이라 화장품뿐만 아니라 네일아트, 속눈썹, 피부관리 등에 돈을 아낌없이 쏟아부어요. 그렇다고 해서 아무 제품이나 구매하지 않아요. 우리나라 구매자도 꼼꼼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지만 러시아인은 훨씬 더 까다롭습니다. 처음부터 완제품을 덥석 사는 경우가 드물어요. 5ml, 10ml 등 소용량의 샘플을 먼저 써보고 나서 신중하게 선택합니다. 제품 번역에도 굉장히 민감한 편입니다. 특히 화장품의 경우 제품의 감성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중소기업 제품이 이런 부분을 간과하고 있어요.
러시아에 진출한 많은 기업이 한두 달도 안 되어 ‘왜 매출이 안 오를까’ 조급해하는데 러시아나 중앙아시아는 장기전이 필요한 시장입니다. 마음을 여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든요. 대신, 한번 마음을 준 제품에 대해서는 의리가 있어요. 쉽게 다른 제품으로 바꾸지도 않습니다.
이런 시장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에서는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우리 제품의 이런 점을 집중적으로 홍보해달라고 요청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저는 제품을 홍보하는 사람이기에 앞서 구독자들과 마음을 열고 소통해야 하는 유튜버잖아요. 저 스스로 제품에 대한 신뢰가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구독자들과 만날 수는 없어 곤란할 때가 있어요.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가요?

지금과 같은 열정으로 애국하는 한국인이자 많은 분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인플루언서로 남고 싶어요. 꿈은 많지만 욕심은 버렸습니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러시아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벅찹니다. 저의 활동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러시아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기업들이 아주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어요. 대부분 러시아 시장에 대한 두려움이 크시더라고요. 러시아는 정말 블루오션입니다. 러시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러시아권 주변 국가들에까지 영향을 미칠 만큼 훌륭한 시장입니다.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국가가 전 세계적으로 약 12개라고 해요.
특히나 올해는 한·러 수교 30주년이 되는 아주 뜻깊은 해이기도 합니다. 코로나19의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내고 나면 좀 더 많은 한국 기업을 러시아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