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는 눈

물빛 고운 수려한 바닷가
여수에서 만끽하는 여름 향기

글·사진 이마로(여행작가) 사진제공 여수시청, 변지영

2012년 5월, 전 세계의 눈은 전라남도 여수 바닷가를 향해 있었다. 여수 신항만 일대에서 ‘살아 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주제로 열린 ‘여수세계박람회’의 힘이었다. 동백섬 오동도를 비롯해 300여 개 섬으로 둘러싸인 여수는 박람회 이후 눈에 띄게 발전하면서 천혜의 관광자원에 엑스포 개최도시라는 명성이 더해져 볼거리가 넘치는 고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려한 바닷가, 여수의 여름을 만끽하러 떠난다.

여수반도와 돌산도를 연결하는 거북선대교는 여수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세계박람회의 고장 여수로 떠나는 여름 여행

‘2012 여수세계박람회’가 개최된 지 벌써 10년 가까이 되었다.
여수 수정동과 덕충동 일대에 조성된 박람회장에는 현재 전시관과 홍보관 및 특화시설은 물론 현대적인 외관을 자랑하는 호텔도 여럿 볼 수 있다. 전설 속의 섬 이름에서 따온 해상무대 ‘이어도’는 물속에 잠겨 있다가 떠오르는 이벤트를 선보이며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어린이 놀이터와 각종 편의시설, 몽돌해변과 수변공원 등이 위치하는 에코존, 컬처존, 워터존이 조성됐다.
시멘트 저장고를 전망대와 악기로 활용한 사례도 돋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큰 소리를 내는 옥외 파이프오르간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스카이타워’의 파이프오르간이 그것. 6,000톤의 물이 담긴 초대형 수족관 ‘아쿠아플라넷’ 역시 아이들과 가족 단위 방문자들에게 인기가 좋은 진기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곳에서 에메랄드빛 해수 속에 노니는 다양한 바다생물을 관찰할 수 있다. 그중 반가운 것은 박람회 기간에 큰 인기를 끈 ‘빅오쇼(Big-O Show)’는 지금도 공연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거대한 바다(Big Ocean)를 의미하는 수변 해상공원 빅오(Big-O)는 최대 70m까지 솟아오르는 해상분수와 해상무대인 이어도, 지름 43m의 원형 조형물 디오(The O)로 구성됐다. 이곳에서 동절기와 휴장일을 제외한 매일 밤 빔프로젝터, 레이저 등을 이용해 화려하고 재밌는 수상공연 빅오쇼가 펼쳐진다. 휴장일은 빅오쇼 홈페이지(http://bigo.expo2012.kr)에서 확인 가능하다. 여수 여행의 특별함은 이 같은 첨단 볼거리에 그치지 않는다.

육질이 부드럽고 담백한 여수 새조개.
오동도는 섬이지만 방파제를 따라 걸어서 갈수 있다.
다도해의 보석 같은 섬들을 거느린 고장

여수는 남해안의 수려한 풍경들의 한복판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드물게 한려해상국립공원과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모두 속해 있기 때문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은 오동도를 중심으로 하는 동쪽에,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은 금오도를 중심으로 아름다운 섬들이 군집을 이루는 여수반도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이른 아침, 여수 앞바다에 뜬 300여 개 섬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여수반도와 돌산도, 그리고 고흥반도가 감싸 안은 가막만에는 대경도를 비롯해 제도, 화도, 사도 등 해안선에 인접한 섬들 외에 거문도와 백도, 금오도, 초도, 손죽도까지 아름다운 섬마을 풍경과 갯바위, 해식애를 거느린 아름다운 섬들이 손짓한다.
그 많은 섬 중에서 가장 찾아가기 쉬우면서도 아름다운 섬은 동백섬 오동도일 것이다. 여수세계박람회 현장 끝자락에 위치하는 오동도는 정식 명칭보다 ‘동백섬’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코로나19로 열차 운행이 중단되어 온전히 두 다리로 기다란 방파제를 따라 걸어 들어가야 하지만 오동도에는 동백숲이라는 보상이 따른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동백나무들 사이로 한여름 더위도 비껴가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탐방로를 따라 등대가 있는 전망대까지 천천히 걸으면 이마에 맺혔던 땀방울도 어느덧 사라져버린다. 새봄에 볼 수 있는 붉은 동백꽃들을 볼 수 없다는 게 조금 아쉽지만 오동도는 꽃이 없는 계절에도 꼭 한 번 다녀올 법한 명소다.

여수의 토속음식 돌게장.
여수예술랜드 내 조각공원.
동백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룬 오동도 산책로.
돌산대교 너머 펼쳐지는 푸른 가막만
전망 좋은 카페가 많은 고소동 천사벽화마을.

오동도와 여수세계박람회 행사장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자산공원에도 꼭 한 번 들러봐야 한다. 자산공원 내 해상교통관제센터 전망대는 사방으로 시야가 트여 있어 오동도는 물론 거북선대교와 돌산대교, 가막만 일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곳에서 여수반도와 돌산도를 오가는 해상케이블카가 운행하는 모습도 또렷하게 볼 수 있다.
오동도에서 돌산대교가 멀지 않다. 돌산대교는 길이 450m의 사장교로 지난 20년 동안 여수시 남산동과 돌산읍 우두리를 이으며 돌산도의 관문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이 돌산대교를 건너자마자 우측 해안도로를 따라 300m가량 이동한 뒤 이정표를 따라 왼편 언덕길로 올라가면 해상케이블카 탑승장이다.
여수 해상케이블카(061-664-7301, www.yeosucablecar.com)는 돌산대교를 비롯해 거북선대교는 물론 고소동 천사벽화마을, 여수 시내의 진남관, 그리고 오동도까지 관망할 수 있는 여수 최고의 볼거리다. 최근 여러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해상케이블카를 유치하고 있지만 국내 최초의 바다 위 케이블카는 여수 해상케이블카다.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4번째로 도입된 여수 해상케이블카는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 캐빈 15대를 포함해 모두 50대의 캐빈이 돌산공원 탑승장과 오동도 탑승장 사이를 오간다.

손바닥 전망대에서 인증샷 남겨볼까?

돌산공원을 나와 전라남도해양수산과학관 부근 무술목삼거리에서 왼편 길을 따라가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해안지형을 이용해 왜군을 격파했다는 무술목이다. 무술목 인근 도로는 향일암을 향해 굽이굽이 이어지는 해안 드라이브 코스다. 굴전교차로에서 안굴전 방면으로 좌회전하면 요즘 여수의 인증샷 촬영장소로 가장 인기가 좋은 여수예술랜드로 갈 수 있다. 여수예술랜드는 조각공원을 중심으로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는 컬처&리조트와 익스트림 공중그네, 오션 스카이워크 등 숙박과 레저,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종합 리조트 시설이다. 물론 요즘 여행자들에게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핫플레이스는 조각공원 내 위치하는 일명 손바닥 전망대 ‘마이다스의 손’이다. 만지는 것마다 황금으로 만들었다는 신화 속 인물 미다스에게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커다란 손 모양 전망대에 오르면 마치 헤엄치는 거북이 등처럼 무술목 앞바다에 떠 있는 내치도, 외치도, 혈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을 바라보며 인증샷을 남길 수 있다. 동해와는 다른 잔잔하고 평화로운 남해 풍경의 진수를 이곳에서 맛보도록 하자.
무술목을 지나 방죽포해수욕장을 지난 뒤 금오산까지 달려보자. 향일암은 이웃한 남해군의 금산 보리암과 함께 전국 4대 기도처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전국 4대 기도처는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같이 전망이 훌륭하다. 향일암 역시 마찬가지. 절집 안으로 들어서면 어느 한 곳 콕 집어 말할 필요 없이 거의 모든 곳에서 드넓은 남해가 한눈 가득 담긴다. 일망무제(一望無際), 그야말로 끝도 없이 펼쳐지는 수평선이 가슴속 체증을 뻥 뚫어버리는 것만 같다. 일출이 아름다운 해돋이 명소인 만큼 일출 시간에 맞춰 찾아온다면 더 아름다운 장관을 감상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여수예술랜드 ‘마이다스의 손’ 전망대.
무역史 속 여수는?

거문도 부근에서 한나라의 화폐인 오수전이 다량 발견된 것으로 보아 이미 삼국시대부터 여수가 동아시아 해상교류의 요충지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고려와 조선의 조운로(세곡 운반선인 조운선의 항로)의 거점항이었으며 해상 실크로드의 마지막 종착지인 일본을 왕래하는 항로였다.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전남 여수시가 세계 최초로 섬과 교량을 주제로 한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기본구상을 확정했다. 박람회 주제는 ‘섬, 바다와 미래를 잇다’로 결정됐다. 여수시는 내년에 국제행사 심사 최종 승인을 받아 행사를 준비할 예정이다.
개최 예정 2026년 7월 17일~8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