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뉴노멀시대, 비대면 농식품 수출의 새로운 성공모델 만들어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이락희 기자 사진 aT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농업인의 소득 증진과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공공기관이다. 농수산물의 수급안정과 유통구조 개선, 수출진흥, 식품산업 육성 등을 수행한다. 요즘 aT는 수출시장에 대한 사전 준비와 판로개척에 노력해온 값진 결실을 맺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올 상반기 농식품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는 2018년부터 aT를 이끌며 수출 다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이병호 사장의 역할이 컸다.
비대면 농식품 수출의 새로운 성공모델로 성장시키겠다는 그를 만나 aT가 나아갈 길을 들어본다.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주요 이력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및 동 대학원 석사 수료

  1. 2003~2005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실 정책담당보좌관
  2. 2005~2011 ㈔통일농수산사업단 상임이사 역임
  3. 2008~2011 ㈔농식품유통연구원 원장 역임
  4. 2012~2015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 역임
  5. 2018~현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취임 3년차에 접어드셨는데 소회를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난 2018년 2월 취임 후 우리 농어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공사의 핵심가치로 설정한 新경영비전을 선포하고, 지속가능한 농어업 실현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습니다. 농산물 수급과 유통, 농식품 수출, 식품산업 육성 등 각각의 주요 사업들을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게 재편하고 속도감 있는 성과창출을 위해 조직을 재정비하는 등 전사적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취임 당시부터 수출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활발한 대외활동을 하셨습니다. 우선, 그간의 수출 성과들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취임 초기부터 강조해 온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해 농식품 수출도 생산농가의 소득과 연계한 수출진흥을 강조해 왔으며, 국산원료를 사용하여 수출하는 기업들에게 각종 수출지원 혜택을 우선 지원하는 등 우리 농업의 수출경쟁력 강화에 노력해 왔습니다.
그 결과, 농식품 수출은 2018년 93억 달러에서 2019년 95.3억 달러로 상승했으며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3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습니다.
우리 농식품 수출의 51.5%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중국, 미국으로의 수출의존도를 낮추고 신북방·신남방지역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해, 해외지사를 확충하고 현지유통망을 확대하였습니다. 지난해 신남방지역 농식품 수출은 전년대비 17.2%, 신북방지역은 24.4% 각각 늘었습니다. 또한, 지난해 양파 수출량이 5만톤에 달했는데 역대 가장 많은 양파 수출 양이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한국유통대상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aT가 수상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취임 이후 가장 역점을 둔 분야가 수출이었습니다. 농식품 시장에서 수출의 중요성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농식품 수출은 시장개방화 시대에 농가소득 증대 및 농업기반 유지, 국내 농산물 가격지지 등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효과가 매우 큽니다. 공산품과는 달리 생산단계부터 수확과 저장, 가공, 수출상품화, 검역·통관, 현지 유통, 소비자 구매까지 매우 복잡한 과정과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일관된 관리와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 전문분야입니다.
또한 농식품 수출은 세계시장에서 유수의 글로벌 농식품과 자연스럽게 비교, 경쟁하게 됨으로써, 이는 곧 우리 농식품의 경쟁력 향상으로도 이어져 국내 농업과 식품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aT는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이 타결된 지난 1990년대 초부터 수출농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우리 농식품의 수출확대를 위해 30년 간 다양한 수출지원사업을 수행하며 차별화된 수출노하우를 쌓아 왔습니다. 국제박람회 참가, 글로벌 K-FOOD Fair, 미디어·온라인마케팅, 수출전문조직 육성, 수출물류와 검역 및 통관지원, 수출상품화·브랜드 육성, 수출컨설팅과 해외정보조사 등 총 37개의 수출지원사업을 통해 우리 농식품 수출이 국가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고 있습니다.

글로벌 자유무역 시장에서 우리 농업의 잠재력, 성장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우리나라의 전통적 수출품목인 반도체,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의 뒤를 이어 신규 수출품목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것이 바이오헬스와 2차전지, 그리고 농식품입니다. 네덜란드는 우리나라의 1/2 면적에 인구는 1/3 수준이지만 연간 1,000억 달러 이상의 농식품을 수출하며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농식품 수출국입니다. 화훼류와 육류뿐만 아니라 오렌지주스, 낙농제품 등 다양한 가공식품 수출이 뒷받침된 덕분입니다. 우리나라도 신선농산물 수출지원을 기본트랙으로 하되, 다양한 농산물을 활용한 가공식품 분야를 국가 차원에서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56개국과 총 16건의 FTA를 체결했지만 농식품 분야의 FTA특혜관세 활용률은 낮은 수준입니다. 이에 대한 aT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요?

2019년 기준 전체 농식품 수출업체의 약 70%가 수출액 10만 달러 미만으로, 대부분 규모가 작고 영세합니다. 영세한 규모 탓에 수출전문인력 또한 부족해 수출상대국 세관이나 현지바이어가 요청하는 FTA활용 관련자료를 신속·정확하게 제공하기에는 더욱 어려움이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농산물 가공식품은 특성상 다양한 원료가 투입돼 원산지를 규정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고 까다롭습니다. aT는 이러한 수출업체들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원활한 수출여건을 조성하여 FTA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16년부터 FTA특혜관세활용지원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농림축산식품 수출액 연도별 추이

우리나라 농림축산식품 수출액 연도별 추이 ※수산식품 제외

2011년
53.8
2013년
57.3
2015년
61.0
2017년
68.3
2019년
70.3
자료: 농림축산식품부 (단위: 억 달러)

점차 높아지고 있는 비관세장벽으로 인해 수출업체들의 어려움이 많습니다. aT의 농식품 현지화지원사업이 어떤 도움이 되고 있나요?

aT의 현지화지원사업은 수출업체들이 국가별로 상이한 비관세장벽에 적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외 법무법인, 통관사, 관세법인 등 총 29개국 104개 전문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1:1 맞춤서비스로 통관, 검역, 법률, 라벨링, 상표권 등의 비관세장벽 애로사항을 말끔히 해소해 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현지화지원사업 관련 애로해소 건수는 총 2,219건으로 535개 업체가 수출자문을 받았습니다. 2015년 75개 업체, 102건으로 시작한 현지화사업은 5년 만에 자문건수가 22배나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aT에서는 코로나19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수출을 확대해 나가고 있나요?

때마침 국내외적으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전 세계 스마트 컨슈머들의 효율적인 소비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aT의 수출지원사업도 온라인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사업재편과 이에 걸맞은 새로운 수출전략을 발빠르게 수립했습니다.
먼저, 올해 4월부터는 코로나19가 잠시 진정국면에 접어든 중국시장을 대상으로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수출상담회를 처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수출상담회는 해외지사로부터의 유력바이어 섭외와 수출상품 샘플발송 등을 사전 지원해 수출상담 성과를 높일 수 있었고,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싱가포르, 도쿄 등을 대상으로 개최한 결과, 수출업체 153개사가 참여해 총 385회에 걸쳐 1,300만 달러의 수출상담 실적을 거뒀습니다.
통상 기존박람회(중국 기준)의 경우 aT가 40개 업체와 참가할 경우에는 2~3억 원의 운영비가 들지만, 온라인박람회의 경우는 1천5백만원 수준임. 업체도 박람회 한 곳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출장비, 통역비, 샘플운송비 등 1천만원이 들지만, 온라인은 부담비용이 전혀 없습니다.
이렇듯 온라인 수출상담회는 투자 대비 성과가 실제 박람회보다 월등하다는 참가업체들과 바이어들의 평가가 나오면서 비대면 농식품 수출의 새로운 성공모델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aT는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대내외 수출환경 변화에 발맞춰
신규시장 진출전략을 온라인 기반으로 전면 개선했다.

4차산업혁명, 기후위기 등 농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 하고 있습니다. aT에서는 이런 변화가 농업에 어떤 변화를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계시며, 어떤 대응전략을 가지고 계신지요?

aT는 국내 농산물 수급안정 전문기관로서, 지난 4월부터 국제곡물수급상황반을 운영하며 주요 곡물수출국의 물류상황, 수급동향, 품목별 국내 재고동향을 실시간 파악해 곡물위기상황에 대응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 식량수급 불안상황 발생 시 안정적인 국내 식량공급기반 조성과 유연한 대처를 위해 상시비축 체계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절대부족작물인 밀과 콩, 참깨의 자급률을 높여 국내 식량자급률을 2022년까지 55.4%로 끌어올려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aT는 온라인 유통효율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올해 7월 1일 기존 사이버거래소를 확대 개편한 농식품거래소를 출범했습니다.
이를 통해 온라인을 기반으로 농산물 유통단계 축소 및 유통채널 다각화를 통해 신속한 직공급체계 구축과 물가안정 정책에 기여하는 한편, 농산물 유통효율성을 강화함으로써 온라인 공영도매시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려 합니다.

월간 <통상>이 통권 100호를 앞두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통상 독자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코로나 이후 변화된 일상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정신적·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피로감도 높아가고 있는 시기입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은 누구나 처음 마주한 상황이기에 누구에게나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우리 앞의 불확실성을 기회로 만들기 위해 더욱 철저한 준비와 혁신이 필요합니다. 특히 올해는 우리 농정의 틀이 사람과 환경 중심으로 전환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농업없이는 어느 누구도 먹고 살 수 없고, 환경을 잃고서는 어느 누구도 내일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aT도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국민들의 안정적인 먹거리 확보와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