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자연으로 돌아가는 소재로
‘순환사회’를 꿈꾸다

강민정 코트라 무역기반본부 시장정보팀 차장

우리 사회에서 탈(脫)플라스틱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중요 과제 중 하나다. 그러나 2020년 우리 사회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탈플라스틱보다 위생을 더 우선시하게 했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들은 일회용 용기를 사용하고 비닐장갑을 낀다.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포장과 배달에 필요한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 사용도 급격히 늘어났다. 그만큼 쓰레기 산도 높아만 간다. 해결방법은 잘 썩는, 즉 자연으로 돌아가는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고민으로 새로운 소재를 찾고 있는 세계의 다양한 비즈니스 사례를 알아보자.

식물로 만든 일회용 접시 ‘리프팩스’

에콰도르의 기업 리프팩스는 식물로 만든 ‘생분해성 접시’를 생산한다. 에콰도르는 다양한 지대와 기후조건 덕분에 다채로운 식물을 볼 수 있는 나라다. 리프팩스의 창업자는 솔 자라밀로라는 인물로 그는 일회용 플라스틱 그릇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 소재만으로 그릇을 만드는 플레이트 전문기업 리프팩스(Leaf Packs)를 창업했다. 자연에서 얻은 소재로 그릇을 만드는 기업은 한국에도 있다. 옥수수 줄기 추출물 등 식물성 소재로 만든 친환경적인 식기는 열탕 소독,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사용도 가능하다.
리프팩스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여러 번 씻어 재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용 후 6개월이 지나면 완전히 사라지는 100% 생분해성 그릇이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코로나19 이후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서야 사람들은 자연순환사회의 중요성을 제대로 깨닫고 있는 것이다.
생산공정도 ‘원자재의 세척-건조-미백-접시 생산’으로 비교적 간단하다. 그러나 생산절차의 60~70%가 수작업이고 원자재의 장거리 운송으로 가격은 일회용 플라스틱 그릇보다 3배가량 비싸다. 따라서 리프팩스는 원자재 식물을 좀 더 체계적으로 재배하고 공정을 자동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 중이다. 또한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가치소비 문화를 확산하고 생산 노하우 및 기술을 해외에 수출하는 방안도 함께 모색하고 있다.

에콰도르의 기업 리프팩스가 만든 생분해성 접시.
아픈 지구를 살리는 ‘바이오플라스틱’

2015년 11월 멕시코에 설립된 폴리비온은 바이오 소재 제조 분야에서 선구적인 중남미 회사다. 플라스틱이 가진 문제를 막으며 생분해가 가능한 신소재 ‘바이오플라스틱’을 제조한다. 폴리비온은 스티로폼(발포스티렌수지)을 대신하는 펀지셀(Fungi Cell)과 친환경 가죽인 셀리움(Celium)을 개발하며 지구 온난화 해결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식물성 폐기물을 원료로 하고 폐기 후 30일 만에 자연으로 돌아간다.
먼저 펀지셀은 식물성 폐기물에서 나온 고분자물질(바이오폴리머)로 만들어진다. 버섯 균사체에서 추출한 식물 성분이 주원료다. 셀리움이라 불리는 바이오 섬유 역시 식물성 폐기물로 만들어진다. 멕시코는 연간 5,000만 톤의 식물성 폐기물이 나오는 나라로 셀리움의 원료는 매우 풍부한 편이다.
폴리비온의 활동 영역은 멕시코에 국한되지 않는다. 친환경 소재에 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면서 미국, 유럽 등에도 진출했다. 펀지셀은 포장용기, 음향패널, 인테리어 제품 등에 많이 이용되며 셀리엄은 패션과 신발 산업에서 떠오르는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폴리비온은 프랑스 명품 제작회사와 미국의 슬리퍼 제조사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폐기 후 30일이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폴리비온의 친환경 가죽.
착한 패키징은 글로벌 트렌드

자연으로 돌아가는 신소재는 혁신적이지만 개발에 시간과 비용이 투입된다. 하지만 신소재를 개발하는 동안에도 플라스틱 쓰레기는 쌓여간다. 당장 신소재를 개발하고 활용하기는 쉽지 않지만, 제품 패키징에 사용하는 플라스틱은 충분히 친환경 소재로 대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는 글로벌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은 2020년 화장품 용기로 종이 용기를 사용했다. 또한 프랑스의 샴페인 생산업체인 뵈브 클리코는 감자전분으로 만든 친환경 상자를 사용하고 있으며 와인 생산업체인 비녜롱 아르데슈는 라벨을 100% 재생 종이로 만들어 부착하고 있다. 유럽의 한 커피숍에는 먹을 수 있는 커피잔도 등장해 소비자의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종이 용기를 활용한 화장품이나 카페에서 플라스틱 컵 대신 알루미늄 캔에 음료를 담아 포장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코로나19로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난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배출하는 쓰레기의 양이 늘어날수록 마음 한편이 불편한 소비자도 많을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가치소비를 이끌어나갈 기업이 2021년에는 더 많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해본다.

종이 소재를 화장품 용기로 쓰고 있는 화장품 기업 로레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