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조명

세계 최초 수소법 시행과 수소경제 전망

이승훈 H2KOREA(수소융합얼라이언스) 본부장 사진 한경DB

수소경제 전환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수소위원회에 따르면 세계 수소시장은 2050년 2조5,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해 전체 에너지 수요의 18%를 차지할 전망이다. 수소를 도시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수소도시의 등장도 멀지 않았다. 작년 2월 세계 최초로 제정한 ‘수소법’을 지난 2월 5일부터 시행 중인 우리나라는 강력한 수소산업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수소 분야의 선도 국가다. 자동차, 철강, 에너지 등 산업 전방위에서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정부도 연구개발과 해외진출 등을 적극 지원하기로 밝힌 만큼 수소경제로의 이행속도가 가속될 전망이다.

인류는 그동안 탄소경제를 통하여 산업과 경제를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지속적인 이산화탄소(CO₂) 배출에 따른 온실효과로 지구의 평균온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이상기온 등 기후변화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온실효과로 지구 평균온도는 지난 1951년 대비 1℃ 상승했고, 태풍이나 허리케인 같은 기상이변이 증가했다.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2020.5.27,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1912~2017년 약 100년 동안 1.8℃ 상승했고,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21세기 말 폭염지수는 3.5배 증가할 것이다.

탄소중립경제로의 에너지 전환과 산업·경제적 변화

인류는 앞으로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기존 탄소경제에서 탈(脫)탄소 경제로의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며 대대적인 산업·경제적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각국이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 온실가스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를 발표했고,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면서 친환경 에너지와 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ritish Petroleum)이 발표한 ‘세계 에너지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018년보다 14% 증가한 2,805TWh (테라와트시)로 집계됐다. 세계 에너지 시장은 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잉여 재생 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 운반체로서의 수소 에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수소에너지의 전·후방산업 파급효과가 크다는 강점이 부각되며, 최근 수송 분야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교통수단이 이목을 끌고 있다.
수소와 에너지는 오랜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1800년대 공학자들은 수전해 기술과 연료전지를 처음으로 시연했다. 또한 수소는 200년 전 최초의 내연기관에 연료로 사용되었으며, 천연가스를 사용하기 이전에는 도시가스의 주 연료로 이용되었다. 18세기와 19세기에는 열기구와 비행선에 사용되었으며, 1960년대에는 인류를 달로 보내는 데 활용되었다. 암모니아 비료에 있는 수소는 세계의 인구를 먹여 살리는 데 일조했으며, 20세기 중반 이후로 수소는 정유산업 등에서 에너지산업의 필수적인 원료가 되었다.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 - 탄소경제 VS 수소경제
탄소경제 수소경제
탄소자원(석유·석탄·가스 등) 중심 탈탄소화 수소 중심
중앙집중형 에너지 공급 분산형 에너지 공급
자원개발 및 에너지 확보 경쟁 기술경쟁력 확보 및 규모의 경제 성장
온실가스, 대기오염물질 배출
* CO₂, NOX, SOX 등
온실가스 배출이 적어 친환경적 부산물=물(H₂O)
세계 최초의 수소법 시행, 수소산업 육성 기반 마련

이러한 수소가 이제는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전환에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월 5일부터 세계 최초로 대한민국 수소경제 이행에 근간이 될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수소법)을 시행 중이다. 이번 수소법 시행은 전 세계가 미세먼지 저감, 온실가스 감축 등 탄소중립 사회 실현에 사활을 걸고 있는 현시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 ‘친환경 수소경제 구현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며 기술개발과 경제성 확보에 집중해왔고,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수소경제 이행 의지를 표명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수소경제 선도국가를 위한 컨트롤타워로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수소경제위원회를 2020년 7월과 10월에 개최한 데 이어 올해 3월 1일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를 개최했다.
수소경제 정책이 오래전부터 진행됐음에도 산업계에서는 ‘지속성’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했고, 산업에 대한 육성·보호 체계도 불분명했다. 정부 에너지 정책에 수소경제가 반영되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관련 법령에 따라 육성·보호받지 못하여 능동적 성장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같은 국내 실정에서 수소법의 제정·시행은 정부 정책의 뒷받침은 물론 수소산업이 능동적으로 육성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됨과 동시에 지속성도 갖추게 되는 방점을 찍었다. 더욱이 우리나라보다 앞서 일본, 미국, 유럽 등 수소경제 주요 선진국들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독립된 법령을 마련한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글로벌 수소시장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수소경제 흐름

수소경제 가치사슬
고등교육 인구 증가 변화 추이(1990~2050) (단위: 억 명)
수소 생산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 - 부생수소
천연가스에서 추출 - 추출수소
물을 분해하여 생산 - 수전해수소
수소 저장·운송
파이프라인 - 기체
트레일러 - 기체
탱크로리 - 액화
수소 사용
수소차, 선박, 열차
가정 및 빌딩용 발전기
발전소에서 전력 생산
수소법 A to Z, 수소 전문기업 확인제도 마련

수소법은 수소산업 전반을 아우르도록 △추진체계 △지원정책 △기반조성 △안전관리 등을 규정한다. 무엇보다 수소법 시행으로 산업계가 주목해야 할 점은 기업 육성을 위한 ‘수소 전문기업 확인제도’가 마련되었다는 점이다. 정부는 기준(수소사업 관련 매출액 또는 R&D 등 투자금액)에 부합할 경우 수소 전문기업에 대하여 연구개발(R&D) 실증 및 해외진출 지원 등 행정·재정적 지원을 추진한다.
또한 수소산업 및 연관산업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수소 수급현황·산업동향·기업현황 △수소 충전소 구축현황 등에 대한 통계자료를 매년 작성토록 규정했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수소충전소 및 연료전지 설치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의 내용을 담았으며, 수소기업 및 수소차, 연료전지 등의 개발·보급, 관련 설비 등을 지원하기 위한 ‘수소특화단지 지정 및 시범사업 실시’ 내용도 포함되어 새롭게 시행된다.
특히 안전한 수소경제 사회 조성을 위해 현재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에서 규정하지 못하고 있는 수전해설비 등 저압 수소용품과 사용시설에 대한 안전관리체계를 정비하여, 현행 ‘액화석유가스법(가스용품)’에서 안전규제 중인 연료전지를 수소법으로 이관했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이라는 공통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수소에너지 등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이행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지난 2년 연속 세계 수소차 판매량 1위 유지 △수소충전소 세계 최다 구축 △세계 최대 연료전지 발전시장 조성의 3관왕을 달성했다. 단순히 산업 보급 부문의 세계 1위를 넘어, 수소경제에 대한 사회적 규범인 법적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수소경제 선도국으로서 모범이 되었다고 판단한다.
이제 수소법을 발판으로 민간분야의 투자가 활발해지고 수소경제 이행의 실행력이 향상되려면 세심한 관리와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그간 지속성에 물음표를 보내던 국내 수소경제 정책이 수소법으로 지속성을 갖춘 만큼, 국내 산업계가 신산업 발굴, 고용창출, 인력양성, 기술개발 등으로 경쟁력과 경제성을 확보한다면 세계 수소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은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은 우리나라의 수소법 시행을 매우 고무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특히 유럽은 2020년 7월 유럽연합(EU) 차원의 수소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공표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전 세계가 우리나라의 수소법을 모델로 수소산업 육성 법안을 제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법 제정으로 수소산업 국제협력을 확대할 근거를 마련했으며, 국내 수소시장 확대를 통한 전 세계 수소 관련 기업들의 관심과 참여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해상풍력 연계 수소 생산과 관련된 덴마크의 O사, 연료전지 전문기업인 미국의 B사, 캐나다의 A사, 지게차를 3만 대 이상 보급한 미국의 P사, 수전해 전문기업 독일의 S사 등이 한국의 수소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U의 수소전략 추진 계획
EU의 수소전략 추진 계획 - 분야, 실행 계획
분야 EU의 수소전략 실행 계획
투자 유럽 그린수소 얼라이언스를 통해 2020년 말까지 ‘수소배관’ 구축 프로젝트 시작
수소 생산 및 수요

2020년: 수소 및 수송분야 활용 촉진방안 제시

2021년 6월:

① 그린수소 사용 건축물에 대한 추가지원 방안 마련

② 수소 생산설비 설치를 위한 온실가스 배출량 표준 도입

③ 그린 및 저탄소 수소 인증제도 도입(유럽 전체)

인프라
2021년:

① 충전소 등 수소 인프라 구축 계획 시행(10년)

② 유럽 운송 네트워크에 대한 지침 및 규정 개정 향후 탈탄소화를 위한 수소법안 입법 추진
(수소 생산, 액화수소 등의 시장 관련 규정 포함)

기술개발
2020년:

① 그린뉴딜 정책으로 공항·항만에 100㎿급 수전해 실증 추진

② 수소 생산·저장·운송·유통 중심, 그린수소 파트너십 구축

③ 수소 가치사슬을 지원하는 시범사업 개발

국제협력

① 국제표준, 규정 등 EU의 리더십 강화 ② 재생수소·전력에 대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아프리카·인접국가)

① 국제표준, 규정 등 EU의 리더십 강화

② 재생수소·전력에 대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아프리카·인접국가)

자료: ‘에너지시스템 통합 및 수소전략’(EU 집행위원회, 2020.7.8)
수소경제 선도 국가, 세계시장 조성이 과제

우리나라의 대기업들도 수소법 제정, RE1001)(Renewable Energy 100%) 및 ESG2)(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제도 도입과 맞물려 속속 미래 산업인 수소시장에 대한 투자 의지를 공표하고 있다. 수소차를 양산하고 있는 현대차는 모빌리티 분야 중심으로 수소산업 생태계 확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그린수소 생산에 포스코, 수소충전소 분야에 효성중공업, 연료전지 분야에 두산그룹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ESG를 근간으로 수소사업을 추진하는 SK는 지게차와 트럭 등 모빌리티 기반기술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플러그파워에 1조6,000억 원의 지분을 투자했고, 한화그룹은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 생산-유통-공급을 위한 가치사슬을 완성하겠다는 전략으로 2025년까지 약 1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수소경제는 에너지를 비롯해 기존 산업에 걸쳐 광범하게 연관되어 있다. 새로운 미래 산업을 우리나라가 선도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가 참여할 수 있는 시장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 수소법 시행과 맞물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수소시장은 중장기적으로 수소 관련 신기술의 실증과 수소산업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전 세계 수소산업의 시험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수소산업의 신기술을 선점하고 앞으로의 국제 통상에서 수소산업을 통상협력의 필수 의제로 다루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수소법 시행과 함께 우리나라는 지난 시절 선진국의 산업을 뒤따라가던 입장에서 미래 친환경 산업을 이끄는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 성공적인 변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1) RE100: 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 기업이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자발적인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캠페인.

2) ESG: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책임 (Social Responsibility)·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용어.

2020년 7월 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1회 ‘수소모빌리티+쇼’에서 선보인 수소 연료전지 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