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아카데미

작지만 강한 나라, 싱가포르

정예은 코트라 싱가포르무역관 과장

싱가포르는 다양한 민족과 다채로운 문화가 공존하며 엄격한 법률과 원리원칙을 존중하는 나라다. 경제발전을 거듭하며 동남아 물류·무역의 중심지에서 오늘날 글로벌 금융·비즈니스 허브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하자원은 전무하지만 정부 주도의 대외 개방형 경제와 비즈니스 친화적 인프라로 글로벌 기업을 대거 유치, 동남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주목받고 있는 ‘작지만 강한’ 나라다.

코로나19 경기침체 경제성장률 -5.4 % (2020년 기준)
방역 성공 여부와 백신 접종이 하반기 경제회복의 관건

싱가포르는 아시아 동남부 말레이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다. 전체 국토 면적은 서울의 약 1.2배로 인구 568만 명의 도시국가다. IMF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0년 현재 국내총생산(GDP)은 약 3,400억 달러, 1인당 GDP는 5만8,902달러를 기록하며 전 세계 6위,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1위를 차지한다.
2020년 싱가포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독립 이래 가장 큰 경기침체를 겪으며 -5.4%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이후 코로나19 확산 안정화 및 반도체, 의약품, 의료기기 중심 제조업 성장으로 올 1분기에는 전년 동기비 0.2% 상승을 기록하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 통상산업부(MTI)는 전년도 기저효과 및 미국, 중국 등 경제실적 개선에 따라 2021년 경제성장률이 4.0~6.0%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인도 변종 바이러스 확산 등 경제 하방 리스크가 남아 있으며, 방역 성공 여부와 백신 접종이 경제회복의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싱가포르 GDP의 4%가량을 차지하는 건설업계에서 인도발 건설 노동자의 싱가포르 입국이 제한되면서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어 주요 프로젝트 일정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국적기업 법인세 7,000 여 개 17 %
기업하기 좋은 나라

싱가포르는 2019년 세계은행이 발표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 2위로 7,000여 개가 넘는 다국적 기업의 지역본부 및 본사가 위치한다. 싱가포르가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 불리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 싱가포르는 비즈니스 친화적인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간단하고 일관적인 조세제도(법인세 17%), 정부의 투자 인센티브로 많은 글로벌 기업을 유치했다. 정치·사회적 안정성, 효율적인 디지털 행정, 영어는 기본이고 다중 언어를 구사하는 우수한 인력과 노동시장의 유연성 등을 갖추고 있어 비즈니스를 위한 최적의 국가로 꼽힌다. 지리적으로 동남아 중심부에 위치한 싱가포르는 항공 및 해운 교통의 요충지로서 주변 아세안 시장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기에 이상적인 기반을 갖추었다. 최근에는 물류·결제·IT 선진 인프라를 바탕으로 6억5,000만 인구 규모의 동남아 디지털 시장의 전진기지로서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와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주요 정보기술(IT) 거대 기업이 지역본부를 두고 있다.

한국의 대(對) 싱가포르 교역 규모 수출 98 억 달러 수입 84 억 달러 (2020년 기준)
한·싱 주요 교역품은 석유제품, 반도체, 선박류 등

싱가포르는 한국과 무역·투자·건설 부문에서 긴밀한 경제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신남방 정책의 핵심 파트너로 주목받고 있다. 2020년 대(對)싱가포르 수출은 저유가 영향으로 23% 감소한 98억 달러를 기록, 수입은 반도체 부품 및 제조장비 증가로 84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6.7% 증가했다. 양국 주요 교역품목은 석유제품, 반도체, 선박류 등으로 싱가포르를 통한 중계무역 비중이 높기 때문에 수출입 품목이 유사하다. 싱가포르의 한국 투자는 2020년 금융업 투자금액이 전년 대비 약 2배 이상 증가하면서 22억8,000만 달러(신고 기준)로 미국(53억 달러)에 이어 외국인직접투자(FDI) 국가 2위를 기록했다. 과거부터 싱가포르 국부펀드(GIC, Temasek)와 다국적 기업의 재무적 투자가 큰 주축(총액의 70%)을 이루고 있으며 최근 한국의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관심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의 싱가포르 투자는 2020년 금융업, 비주거용 건물개발업 부문 투자 증가 주도로 56억7,000만 달러(신고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로 대기업 중심 도소매업, 금융업, 광업 등의 투자가 큰 비중(약 70%)을 차지하고 있으나, 동남아 시장 성장 및 한-싱 자유무역협정(FTA)(2006)을 기점으로 우리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투자 진출이 증가세다.

Smart City Index 1 위 ,2 위 2020년 세계 디지털 경쟁력 평가 (IMD) ,2020 글로벌 기술산업 혁신조사 1 위 (KPMG)
동남아 디지털 시장 전진기지로 포지셔닝 중

싱가포르는 코로나19로 인한 여러 가지 경제하방 요인을 극복하고, 고질적인 성장률 둔화에서 벗어나 신성장 동력을 얻고자 경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도시국가로서 미래 지속가능 성장방안을 제시하는 등 위기를 기회로 적극 활용코자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비대면·비접촉 생활기반 및 비즈니스가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지면서 관련 IT솔루션이 각광받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디지털 국가 ‘스마트 네이션(Smart Nation)’으로의 전환을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산업 전반에 네트워크 인프라 기반을 구축 중이다. 또한 글로벌 혁신 IT기업을 대거 유치하며 동남아 디지털 시장 거점으로서의 포지셔닝을 통해 미래 경제성장 동력을 얻고자 하고 있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높은 인구밀도, 자원부족 등에 직면하고 있으며, 미래 지속가능성을 위해 탈탄소, 전기차 지원, 그린 채권 발행 등의 내용이 포함된 ‘그린플랜 2030’을 발표했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공급 혼란 우려(식품수입의존도 90%)에 푸드테크, 도시 농업 육성 등 다각적인 식량안보 전략을 세우고 있다.

공용어 4 개
민족·종교·언어의 다양성 속에서 찾은 ‘조화’

싱가포르는 19~20세기 영국과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았으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말레이시아 연방에 속해 있다가 축출되어 반강제적으로 1965년 독립 공화국이 됐다. 당시 국제 정세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싱가포르 내부적으로는 중국, 말레이,인도, 태국 등 다양한 민족 간 반발 폭동이 많이 발생하였는데, 싱가포르 초대 총리인 리콴유는 엄격한 법률과 형벌제도를 마련함으로써 각기 다른 민족 간 갈등에서 발생하는 자국 내 치안문제를 해결했다. 동시에 국가제도 측면에서 종교, 언어, 사회 이념 등 너무나 다양한 민족의 사람들을 싱가포르 국민으로서 하나로 조화롭게 통합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싱가포르는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 등 다양한 종교 행사를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는가 하면, 영어, 표준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며 이 네 개 언어를 모두 가르칠 정로도 각 민족의 문화와 언어를 그대로 존중하고 있다.

현지인터뷰
김병권 코트라 싱가포르무역관 관장
Q 싱가포르 진출 기업이 알아두어야 할 현지 관행이나 주의사항을 소개해주세요.

A 싱가포르 정부는 원리원칙 준수를 굉장히 중요시한다. 또한 기업청(ACRA),노동부(MOM), 이민국(ICA) 및 국세청(IRAS) 등 각 정부 부처에 등재된 기업 정보 및 운영 이력이 온라인상으로 통합 디지털화되어 빠르게 연동되고 있다. 따라서 싱가포르에서 정한 규율과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 단순히 벌금을 넘어 법인 라이선스 및 비자 등이 취소되어 추후 영업을 하는 데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싱가포르는 비즈니스 친화적 환경을 갖추고 있고, 각 법인에 대해 최소한의 규제와 더불어 효율적·합리적인 규율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방침을 준수하는 것에 큰 어려움은 없으나 노동법(Employment Act), 회사법(Company Act) 등의 정확한 법 규정을 확인하고 정부에서 업데이트하는 방침, 정책을 항시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Q 싱가포르에서 인기 있는 한국 제품과 한국 진출 유망 산업군을 소개해주세요.

A 싱가포르는 작은 국토 면적과 도시국가 특성으로 식품, 소비재 등을 주로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한국 제품은 그중에서도 품질, 디자인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인기다. K팝, K드라마 등 한류 문화와 한국 제품은 싱가포르에서 대중화되어 있으며, 최근에는 단순히 제품·콘텐츠 소비를 넘어 K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뷰티 분야에서 한국 스타일이 단연 인기이며, 티나 용(Tina Yong) 등 싱가포르 유명 뷰티 유튜버 사이에서 한국 제품 하울 영상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젊은 층 사이에서 SNS를 통해 한국의 최신 유행 트렌드가 전파되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졌으며, SNS상 ‘입소문 효과’로 유명 브랜드 제품뿐만 아니라 우리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제품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다.

싱가포르 비즈니스 에티켓
싱가포르 비즈니스에 대해 제대로 알아볼까요?

민족, 종교 등 다양성을 고려하세요
중국계, 말레이계, 인도계 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다. 또한 다국적 기업과 지역본부가 많이 소재해 있으며, 외국인 거주 비율이 전체 인구의 30%에 이르는 등 다양한 민족과 종교가 공존하므로 상대방의 역사·문화적 특기사항 및 금기사항을 고려해 행동해야 한다.

과한 선물은 안돼요
싱가포르에서는 뇌물수수에 대해 굉장히 엄격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다. 특히 공무원의 경우 뇌물수수 적발 시 관계된 사람들의 신상, 얼굴 등이 신문 1면에 공개되며 크게 다루어지기도 한다. 애초에 선물을 주고받는 관행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간단한 기념품, 다과 정도가 적당하다.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싱가포르에서는 미팅이나 업무 이메일 교신 시 사담 없이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사생활 등과 관련된 대화는 꺼리며 비즈니스 핵심 의제로 미팅이 신속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시간 엄수는 비즈니스의 영혼
대부분 국가에서도 동일하겠지만 업무상 약속 시간은 반드시 엄수해야 하며, 변동이 생기는 경우 사전에 양해를 구해야 한다. 미팅 전에는 사전 약속을 통해 방문 사유와 일정 등을 조율하고 확답을 받은 후 방문하는 것이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