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혁신적인 미래 먹거리, ‘발효테크’에 주목

10년 후 우리는 어떤 음식을 먹고 있을까? 영국의 저명한 미래학자 모르게인 게이(Morgaine Gaye) 박사는 “앞으로 10년간 식품 시장은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글로벌 식품 시장은 푸드테크의 발달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특히 단백질 추출, 식용 향료 등 발효공학을 이용한 ‘발효테크’가 미래 먹거리 시장 혁신을 이끌 것으로 주목받는다. 물론 모든 변화의 중심축은 코로나19 확산 후 더욱 관심이 높아진 ‘지속가능성’이다.

발효 버섯을 주성분으로 한 단백질, ‘마이코프로틴’

발효테크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분야는 단연 대체육이다. 대체 단백질이 미래의 식량난과 환경보호를 해결하는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이제 푸드테크는 단백질을 구현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미생물을 프로그래밍해 복잡한 유기분자 구조를 만들어내는 정밀 발효(Precision Fermentation)는 이 분야의 핵심기술이다. 박테리아나 효모를 이용하는 기존 발효테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제는 해조류와 곰팡이 같은 새로운 미생물을 이용하는 최첨단 미생물 발효테크가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미생물 정밀 발효기술로 독자적인 단백질 식품을 만들거나 식물 기반 식품 또는 배양육의 원료도 만들 수 있다. 특히 동물 단백질의 질감과 맛을 재현하는 데 미생물 발효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국 식품회사 ‘퀀(Quorn)’이 대표적이다. 퀀은 발효 버섯을 주성분으로 대체육을 만드는 기업이다. 진균류(Fusarium Venenatum) 발효를 통해 단백질 ‘마이코프로틴(Mycoprotein)’을 생성, 대체육 제품을 개발했다. 2019년 KFC는 퀀사와 협력해 ‘비건 치킨버거’를 내놓기도 했다. 기존 ‘비건 버거’가 채소나 콩 패티를 이용한 반면 해당 제품은 식물성 균을 사용해 닭의 맛과 식감을 제대로 구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현재는 닭가슴살, 스테이크, 소시지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영국 식품회사 ‘퀀’이 발효 대체육으로 개발한 닭가슴살, 스테이크, 소시지 등을 활용한 요리.

또한 미생물 단백질은 적은 토지와 시간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퀀은 “우리가 먹는 음식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지속 가능한 식품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가격도 점차 낮아져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추세다. 퀀의 등장 이후 지난해까지 유럽에서만 40여 개 이상의 단백질 발효 전문기업이 탄생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2035년경 정밀 발효 단백질이 동물 단백질보다 10배가량 저렴하게 판매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발효공정으로 개발한 천연 향료, ‘에나롬’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가정에서 건강한 요리를 만들려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천연 향료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업체들은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하며 건강에도 좋은 향료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공 향 없음’이나 ‘천연 향료’ 등을 제품에 표기하며 ‘인공 향 지우기’ 작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발효테크를 통한 천연 향료 제품들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프랑스 바이오테크 기업 ‘에놀리(Ennolys)’는 향 분자를 만들어내는 발효테크 기업 중 주목할 만한 업체로 손꼽힌다. 지난 2015년 정밀 발효기술을 이용해 천연원료에서 향 분자를 생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예를 들어 달콤한 바닐라 향의 경우, 쌀 또는 옥수수처럼 특정 곡물에 들어 있는 페룰산을 발효공정 과정을 통해 바닐린(Vanillin) 분자로 변환시키는 방식을 이용한다. 바닐라 열매로부터 천연 바닐라 향을 추출하려면 생산량에 제한이 따르지만 곡물로부터 바닐린 분자를 추출하는 방식은 지속적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미래 먹거리의 조건에 충족되는 생산방식인 셈이다. 에놀리는 해당 기술을 바탕으로 ‘에나롬(Ennarom)’이라는 식품용 향료 브랜드를 출시했다. 바닐라 향, 아몬드 향, 우유 향, 코코넛 향 등 10여 종의 다양한 제품이 나와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혔다.

프랑스 바이오테크 기업 ‘에놀리’가 쌀, 옥수수 등천연원료 발효기술로 개발한 향 분자, ‘에나롬’.
곰팡이균을 정밀 발효해 만든 천연 식용색소

천연색소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천연색소 시장은 인공 첨가물이 없는 ‘클린 라벨’에 따른 소비자 수요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 독일의 ‘센시언트 푸드 컬러스(Sensient Food Colors)’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소비자는 자연의 색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식품을 원하며, 먹기에도 안전한 천연 색상에 호감을 보인다.
지난 2017년 설립된 덴마크 기업 ‘크로몰로직스(Chromo logics)’는 새로운 미생물 정밀 발효를 통해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곰팡이균을 정밀 발효해 만든 천연 식용색소는 비교적 간단한 제조과정을 거쳐 보다 안정적이고 높은 품질의 색소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생산과정에서 어떠한 독성 화학물질이나 동물성 원료도 사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크로몰로직스가 개발한 균 발효 색소는 유대인 율법에 따라 엄격하게 생산하는 코셔(Kosher)나 이슬람교의 계율에 따라 처리된 할랄(Halal), 비건(Vegan·완전 채식주의자) 식품에도 사용할 수 있으며 친환경 식품으로도 이용될 수 있다. 크로몰로직스 측은 “천연 빨간 색상은 온도나 산도(pH)에 안정적이고 맛이나 냄새가 없는 수용성 성분”이라며 “앞으로 노란색이나 오렌지색 등 다양한 색상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크로몰로직스는 최근 600만 유로(약 82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식용색소의 상품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덴마크 기업 ‘크로몰로직스’가 곰팡이균을 정밀 발효시켜
자연의 색상을 생생하게 재현한 천연 식용색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