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아카데미

건국 반세기
중동의 관문, 아랍에미리트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신남방경제실 실장

아랍에미리트는 중동의 관문으로 알려져 있다. 중동에서 아프리카, 유럽, 중앙아시아, 남아시아를 연결하는 항공 및 해상 물류 인프라가 우수하고, 개방적인 비즈니스 문화와 안정적인 정치체제로 많은 다국적기업과 인재가 모여 있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으로 세계 8위의 원유 매장량(전 세계 대비 5.6%)을 보유하고 있으며, 천연가스 매장량 비중(3.2%)도 세계 9위에 이른다. 우리나라와는 2018년 3월 ‘특별전략적동반자관계’를 맺었으며 에너지, 보건, 산업,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심화시켜왔다.

외환거래 규모 세계 1 위
신재생에너지, 우주, 교육 등 미래투자 확충

아랍에미리트(UAE; United Arab Emirates)는 2020년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3,589억 달러, 1인당 명목 GDP 3만8,661달러로 높은 소득수준을 자랑한다.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1/3, 인구는 1,000만 명 규모로 작은 편이지만, 통상 및 투자 측면에서의 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은 나라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경제성장률은 2019년 3.4%에서 2020년에는 –6.1%로 크게 하락했다. 2020년 교역규모도 6,290억 달러로 2019년에 비해 16.3% 줄었다. 올해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개최되는 두바이엑스포는 중동·아프리카 지역 내 최초의 엑스포이며, 19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2,500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 유치와 함께 물류, 관광, 부동산 개발 부문 등을 중심으로 소비와 투자, 고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2.2%, 내년에는 3.0%로 상승할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이 포함된 OPEC+의 감산 조치 완화로 원유 생산량도 늘어난다면 내년 경제성장은 더욱더 탄력을 받을 것이다.
아랍에미리트는 석유부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우주, 식량안보, 교육 등 미래를 준비하는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이에 대한 중장기 경제전략으로 ‘아부다비 경제비전 2030’, ‘두바이 산업전략 2030’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지식기반 경제를 지향하고 있는데,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활용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금융지원도 실시하고 있다.

사업환경지수 세계 2 위
글로벌 수준의 비즈니스 환경 구축

아랍에미리트의 비즈니스 환경은 중동 국가들의 기준을 넘어 글로벌 수준에서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세계은행의 ‘기업환경평가(Doing Business 2020)’ 보고서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가 전 세계 190개국 중 16위를 차지하고 있다. 안정된 정치환경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자유로운 경쟁이 허용되고 있으며 여성의 사회경제활동도 증가하고 있다.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다양한 세제혜택이 주어지고, 외국인 회사의 100% 소유권을 인정하는 규제완화 조치도 확대되고 있다. 아울러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무역 거점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영국, 이스라엘, 케냐, 에티오피아 등 8개국과 양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아랍에미리트는 인구 1,000만 명 중 자국민 비중이 10%를 약간 웃돌고 있는 만큼 외국인 인재와 기업인들의 유치가 중요하다. 이를 위한 제도 개선으로 투자자뿐만 아니라 의학, 과학, 연구, 기술직 종사자의 경우 10년 장기 거주권을 발급받을 수 있다.

한국의 대(對)영국 교역 규모 수출 44 억 7,000 만 달러 수입 43 억 7,000 만 달러 (2020년 기준
중동지역 제1의 수출시장

아랍에미리트는 우리나라의 중동지역 제1 수출시장이다. 주요 수출품은 자동차, 자동차부품, 합성수지 등이고, 2020년 기준 37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입 규모는 57억 달러로 중동지역에서 4번째로 많다. 주요 수입품은 원유, 나프타, 알루미늄 등이다. 작년 양국 간 전체 교역규모는 저조한 수준인데 이는 코로나19의 확산과 국제유가 하락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양국 간 통상장관회담을 하면서 FTA 협상 개시 검토를 요청한 바 있다. 이에 양국은 10월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을 추진하는 데 합의하고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협정이 성사되면 수출기업이 관세절감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즉 중국, 인도, 일본 등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자동차, 가전, 화장품 등 고급 소비재 수출이 확대될 수 있다. 또한 정부조달시장 진출에도 용이하다. 현재 우리나라와 아랍에미리트는 설계·건설·운영·핵연료·정비 등 원전의 전 주기에 걸쳐 협력하고 있다. 지난 4월 우리나라가 처음 수출한 원자력 발전인 바라카(Barakah) 원전의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백신 접종률 74.3 % (2021년 10월 기준)
중동지역 최초,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지난 9월에는 건국 50주년을 맞아 ‘다음 50년을 위한 프로젝트(Projects of the 50)’를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아랍에미리트의 미래가 민간부문에 있음을 알리고, 민간부문의 생산성을 제고하면서 자국민의 고용을 더욱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다. 세부적인 목표로 모든 민간부문은 5년 이내에 반드시 10%의 자국민을 고용해야 하고, 일자리는 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직무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아랍에미리트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달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동지역에서는 최초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하고, 2050년까지 1,650억 달러를 청정에너지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을 50%까지 확대하고 태양광과 원전을 활용해 탄소배출량의 70%를 저감한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2023년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8)도 유치하기로 했다.

영연방 52 개국
7개 토호국으로 구성된 연방국

아랍에미리트는 1971년 12월 2일 7개 토호국이 모여 건국됐다. 7개 토호국(에미리트)에는 많이 알려진 아부다비와 두바이 이외에 샤르자, 아지만, 움알카이와인, 라스알카이마, 푸자이라가 포함된다. 아랍에미리트는 연방국으로서 대통령중심제이지만 각 토호국은 통치자가 최고 권력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외교와 국방, 통화, 관세 등 거시경제 부문은 연방 정부에서 담당하지만, 그 이외 부문은 각 토호국의 자치권이 인정된다. 즉 교육, 복지, 기업규제, 투자유치 등은 각 토호국의 사정에 따라 독자적인 정책을 추진한다. 아부다비는 아랍에미리트 전체 석유 및 가스자원의 94%를 보유하고 있어 재정이 풍부하고, 두바이는 물류, 유통, 관광, 부동산 개발 등 비석유부문 중심의 발전에 성공했지만, 그 이외의 토호국은 상대적으로 부존자원과 산업 기반이 취약하다. 이러한 격차는 아부다비의 금전적 지원과 원유 수익의 배분을 통해 완화되고 있다.

현지인터뷰
양기모(코트라 중동지역본부장, 두바이무역관장)
Q 아랍에미리트(UAE) 진출 기업이 꼭 알아야 할 현지 관행이나 주의사항을 말씀해주세요.

A 현지 바이어들은 아시아 물건을 거래할 때, 품질 면에서 일본, 한국, 중국 순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UAE는 부유한 자국민 및 고소득 노동자보다 저소득 노동자의 비율이 현저히 높아 고가 시장이라기보다는 저가 시장에 가까운 편이다. 이에 바이어들도 저가 선호 경향이 강하다. 바이어들을 인터뷰해보면 취급하는 품목별 선호하는 마케팅 포인트가 다르다. 패션의 경우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화장품은 브랜드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 가전제품은 가격과 생산국, 프로모션(품질보증기간, 사후 서비스(AS), 가격할인 등) 등이 중요 요소로 꼽힌다.

Q UAE에서 현재 가장 인기 있는 한국 제품이나 진출 유망 산업군을 소개해주세요.

A 현지 바이어들은 대체로 우리나라 상품을 약간 비싸지만 유럽산과 견주어볼 때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품질과 디자인, 독특한 아이디어 상품 개발 등으로 중국 및 인도 상품들과 비교해서도 훨씬 더 낫다고 평가한다. 원자력발전소 건설, 한류 등으로 UAE 내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제품 자체에 대한 좋은 평가와 시너지를 내면서 전자제품, 자동차 등 기술집약적 제품군에 대한 선호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과 UAE는 수교 40주년을 맞아 2020년, 2021년을 ‘상호 문화 교류의 해’로 지정하면서 우리나라 상품에 대한 인지도도 더욱 높아졌다.

비즈니스 에티켓
UAE 비즈니스 에티켓 이것만은 꼭 알아두세요

회신 지연 가능성, 불확실한 답변에 대한 이해 필요
무슬림 바이어의 경우 ‘인샬라’라는 말로 확답을 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인샬라는 ‘신의 뜻대로’라는 아랍어로 대체로 긍정의 의미가 있는 말이지만 상황에 따라 약속이 이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활용될 수도 있다.

비즈니스 행사 시 복장
UAE 국민은 일상생활은 물론 외부행사 및 비즈니스 만남에서도 주로 전통의상을 입는다. 외국인의 경우 정장을 입지만 더운 날씨로 인해 넥타이나 재킷을 생략하기도 한다. 단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갖춰 입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이어 신용조사의 어려움
UAE는 개인 기업 대부분이 비공개·비상장 기업이라 재무제표나 영업실적 같은 기업 관련 자료를 전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은행에서도 제3자에게는 고객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므로 사실상 바이어들의 재무상태나 은행 거래내역 입수는 탐문조사가 아니면 불가능에 가깝다.

출장시기 조절
라마단 시기에는 출장을 피하는 것이 좋다. 이때는 근무시간이 단축되며, 길거리 취식 및 흡연, 물을 마시는 것도 금지된다. 부득이하게 라마단 기간에 출장을 왔다면 길거리 취식, 흡연은 삼가는 것이 좋다. 음력을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매년 시작일은 달라지는데 2022년 라마단은 4월 1일~30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