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사

식민지 전쟁으로 전파된 도자기

박정호 명지대 경제학과 특임교수

선사시대에 흙으로 토기를 만들었던 인류가 유약을 입힌 도자기를 발명한 뒤, 도자기는 우주산업에 이용될 정도로 우리 인류 곁에 가장 중요한 물건 중 하나로 자리매김해왔다. 흙으로 만든 발명품인 도자기가 이렇게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널리 이용된 데에는 교역이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중국 청자의 출현은 기원전 2세기 한나라 때로 알려져 있다. 청자는 1,200℃ 이상의 높은 온도로 구워야만 한다. 따라서 청자는 고온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과학기술의 총체라 할 것이다. 이후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도자기 형태와 가장 유사한 모습의 도자기 탄생은 9세기 무렵으로 추정된다. 9세기 무렵 시작된 중국 도자기 무역은 한반도와 일본 열도를 비롯해 아라비아반도까지 이르렀다. 이는 다시 16세기 포르투갈이 신항로를 개척하면서 중국 도자기가 유럽에 들어가게 된다.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에서도 중국 상인들이 해외무역에서 취급하던 물품 중 도자기를 수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인의 식민지 건설과 도자기 쟁탈전

유럽의 식민지 건설은 도자기 쟁탈전 양상을 띠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유럽 각국의 상단이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말라카해협 주변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다는 사실도 이를 방증한다.
유럽인들은 얇고 가벼우며 다양한 색채로 빛나는 중국의 청화백자를 보고 삽시간에 매료됐다. 유럽 왕실과 상류층은 동양의 자기를 앞다투어 수집했고, 동방 무역 확대를 위해 유럽 각국은 동인도회사를 설립하게 된다. 17세기에 네덜란드와 영국 상인들은 자국의 우수한 선박 건조 기술과 항해술에 힘입어 동인도회사와 같은 무역회사를 설립하고, 아시아 무역을 도맡았다. 특히 네덜란드는 17세기 들어 상선을 강탈하는 방식으로 도자기 무역을 독점하게 된다. 무역의 관문인 암스테르담을 통해 중국 자기의 유입은 몇 십 배로 급격히 증가했다.
당시 도자기를 중심으로 한 교역이 얼마나 왕성했는지를 확인해주는 자료가 동인도회사의 장부들이다. 동인도회사에 따르면, 유럽 시장으로 수출되는 중국 자기는 연간 300만 건 이상에 달했고, 유럽 각지에는 중국 자기 판매 전문점이 생겼으며, 런던이나 파리 등지에는 중국 자기를 매매하는 전문 상인도 활약했다. 17세기 말부터는 일부 귀족을 중심으로 자신이 수집한 도자기 그릇들을 전시하는 별도의 방을 만들기 시작했고, 18세기에 저택을 설계하던 건축가들은 반드시 ‘자기’ 방을 만들었을 정도였다.

수요 폭주에 원거리 무역 대신 독자적 도자기 제작 능력 확보

2세기 가까이 도자기를 수입해오던 유럽인들은 원거리 무역을 통해 자기를 수입해오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도자기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력 확보를 위해 노력한다. 중국 도자기에 대한 막대한 수요는 원거리 무역을 통해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유럽이 독자적인 자기 생산력을 갖추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국가는 중국이 아니라 일본이다. 17세기 중반, 중국의 명·청 교체기에 대외무역이 잠시 중단되면서 일본의 아리타 지역 백자가 수출됐다. 아리타는 임진왜란 당시 끌려간 조선인 도공들이 백자를 생산하던 지역으로 일본 도자기 산업의 메카가 된 곳이다. 유럽인들은 일본을 통해 도자기 제조 과정에 대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수했으니 조선의 도자기 제조기술이 전파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8세기 초 네덜란드 델프트에서는 일본 자기 양식의 모방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고, 독일 마이센에서도 18세기 전반에 가키에몬 가마에서 만든 자기의 모방품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현재도 유럽을 대표하는 자기 제조 지역들은 이 당시 형성된 곳이라 할 수 있다.

스마트자동차·로봇 등 핵심소재인 첨단 세라믹 기술로 진화

19세기 들어 자기 제조 기술은 다양한 세라믹 기술로 진화 발전한다. 세라믹이란 광물에 열을 가해 만든 비금속 무기재료로 물리적·화학적 처리 및 고온 가공을 통해 내열성·내마모성·절연성 등이 우수하게 제조되는 재료를 말한다. 첨단 세라믹이란 정제된 광물, 인공 합성한 무기 화합물 또는 그 조성물로 합성된 소재로 정밀성형·열처리·가공공정을 통해 다양한 산업적인 기능을 나타낸다. 기존 유리·도자기·시멘트 등 전통 세라믹과는 달리 특수하고 다양한 기능을 최대한 발현시킨 소재다. 차세대 반도체·디스플레이와 스마트자동차, 로봇, 항공우주, 첨단 바이오 등 향후 신산업의 고도화 및 고부가가치화를 선도할 핵심소재 중 하나가 세라믹 제품들이다.
이러한 세라믹 분야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 세라믹 시장은 2016년 3,400억 달러에서 연평균 성장률 6.9%로 증가해 2021년에는 4,749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 중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39.6%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했고, 북미 지역이 25.3%, 유럽 지역이 22.2%, 남미 지역이 7.9%, 중동·아프리카 지역이 5.0%로 집계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첨단 세라믹 시장은 2016년 2억4,320만 달러에서 연평균 성장률 7.6%로 증가해 2021년에는 3억5,150만 달러에 달했다. 우리 인류가 이루어낸 여러 산업군 중에서 기원전부터 형성돼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분야는 도자기에 기반한 세라믹 분야 이외에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글로벌 세라믹 시장 규모 및 전망 (단위: 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