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이슈 팩트 읽기 채굴을 넘어 정·제련 인프라와 순환 경제로 광물 없는 넷제로의 파열음…탄소 중립의 뇌관이 된 글로벌 공급망 전쟁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7월 26일(이하 현지시각)부터 8월 1일까지 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를 잇따라 방문하고 두 나라와 핵심광물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7월 29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세계경제가 청정 기술, 공급망, 탄소 중립 전환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핵심광물의 글로벌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리튬·구리 등 핵심광물 부국인 칠레와 첨단 제조 부문을 연계해 탄소 중립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배터리 공급망을 다변화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자원 회수 정책도 추진되고 있다. 2026년 6월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통신 3사와 ‘폐(廢)통신 장비 국내 순환 이용 촉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전국 기지국과 서버 등에서 매년 배출되는 폐통신 장비 약 1만3600t에는 고성능 영구자석에 사용되는 희토류인 네오디뮴을 비롯해 구리·코발트 등 약 1800억원 규모의 핵심광물이 포함된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와 통신 업계는 이를 수거·분류해 자원 순환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산업통상부는 2025년 11월 18일 ‘핵심광물 재자원화 포럼’을 열고 폐배터리와 폐영구자석에서 핵심광물을 회수하는 재자원화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해외에선 글로벌 탄소 중립 이행과 맞물려 핵심광물 확보를 둘러싼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자원 무기화는 단순한 외교적 경고를 넘어 실력 행사로 번지는 양상이다. 

중국은 2025년 4월 중(重)희토류 7종의 대미 수출을 제한하고 같은 해 10월 역외 규제(해외직접생산품규칙)를 도입한 데 이어, 2026년 1월 6일에는 대일(對日) 이중 용도 물자 수출 통제를 단행해 희토류와 갈륨 등의 공급을 차단했다. 여기에 맞서 미국 국무부는 2025년 12월 한국·일본·호주 등과 9개국 경제 안보 협의체 ‘팍스 실리카(Pax Silica)’를 출범시킨 데 이어, 2026년 1월 14일 무역확장법 232조 포고령을 발동해 가격 하한제 도입 협상을 선언했다. 패트릭 슈뢰더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 선임연구원은 “친환경 에너지전환에는 핵심광물 수요가 많아지는데, 각국의 수출 통제와 규제가 겹치며 탄소 중립 이행 일정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나리오별 청정에너지 기술에 필요한 총광물 수요

※ 청정에너지 전환에서 핵심광물 역할 보고서 | ※ 2020년 대비 2040년 | 자료_IEA

핵심광물 수요 폭증과 위험한 독과점

청정에너지 설비와 인공지능(AI)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확충에 따라 핵심광물 수요는 최근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내연기관차 한 대에 투입되는 광물이 약 34㎏이지만, 전기차 한 대에는 리튬·니켈·흑연 등 200㎏ 이상의 광물이 소요된다.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설비 역시 화력발전 대비 단위 발전 용량당 투입되는 광물량이 많다. 반면 핵심광물 공급 구조는 소수 국가에 집중되어 있다. 구리 24%는 칠레, 코발트 70% 이상은 콩고민주공화국, 리튬 35%는 호주, 니켈 60% 이상은 인도네시아에서 채굴된다.

흑연과 희토류 집중도는 더 두드러진다. 중국은 흑연 채굴 70% 이상, 희토류 채굴 60% 이상을 차지한다. 희토류 정제·가공 및 영구자석 제조 단계에서는 전 세계 생산량의 90% 안팎을 점유한다. 상위 3개 정제국의 평균 시장점유율은 2020년 82%에서 2024년 86%로 증가했으며, 대다수 가공 공정이 특정 국가에 집중돼 있다. 가용 설비 용량과 수요를 비교한 연구 모델에 따르면, 리튬의 ‘광물 스트레스 지수(수요를 공급으로 나눈 값)’는 2030년 1.30에서 2040년 3.09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제련 병목과 자원 무기화

원유·가스가 ‘채굴-수송-정제’의 비교적 단순한 경로를 거치는 반면, 핵심광물은 ‘채굴-선광-제련-정제-소재화-부품 조립’의 다단계 공정을 거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중 특정 공정에 차질이 생기면 완제품 제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조성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은 “공급망 리스크는 정·제련 과정의 특정국 집중도가 높은 데서 주로 발생한다”며 “광산 보유 여부 못지않게 다양한 정·제련 기업과 협력 관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은 서방이 환경 규제와 비용 문제로 제련 설비를 줄인 사이, 전폭적인 정부 지원과 산업 기반을 바탕으로 가공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쪽으로 나아갔다.

그 결과 광산이 다변화하더라도 정제를 위해 중국을 경유해야 하는 구조가 지속하고 있다. 통상 신규 광산 개발에는 10~15년이 소요된다. 이러한 공급 지연 상황에서 자원 보유국의 제한 조치가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인도네시아의 니켈 원광 수출 금지, 칠레의 국가 리튬 전략 발표, 아프리카 국가의 원광 수출 제한 및 쿼터제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역시 핵심광물 50종 중 41종의 수입의존도가 50%를 초과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핵심광물 확보, 탄소 중립 연계해야”

국제 학술지 ‘클라이매틱 체인지’에 따르면, 2025~2050년 넷제로(Net Zero·탄소 중립) 시나리오상 감축 목표량(약 6100억t) 중 물리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비율은 약 42%(2550억t) 수준으로 산출된다. 나머지 58%(약 3550억t)는 광물 공급 부족에 따른 ‘배출 슬립(Emissions Slippage·의도치 않게 감축 목표 달성이 지연되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튬 수급(S/D) 비율은 2030년 0.77에서 2040년 0.32까지 하락할 것으로 나타나, 광물 공급망 확충이 탄소 중립 실현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으로서는 다층적인 공급망 관리 전략이 요구된다. 정책 지원 범위를 업스트림 중심에서 정·제련 및 고부가가치 가공 분야로 확장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황영식 한국광해광업공단 사장은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과 탄소 중립은 상호 연계된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모든 광종을 국내에서 제련하기는 어려우므로, 공급 차질 시 파급효과가 큰 광물 위주로 국내외 최소 정·제련 역량을 확보하는 전략적 분산 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내 폐자원을 활용하는 ‘도시 광산’과 재자원화 산업 육성도 대안으로 논의된다. 슈뢰더 선임연구원은 “핵심광물 자급이 어려운 국가의 경우 해외 자원 개발과 함께 첨단 가공 기술, 제품 수명 연장, 재자원화를 포괄하는 순환형 공급망을 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